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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버려야 할 세 가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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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IST매거진=어한빛]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한국 공식 포스터. [출쳐=네이버 영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이루거나, 사랑에 실패 해 울고 있을 것이다. 사랑이 우리를 아프게 해도, 사랑이 주는 힘은 그 무엇보다 찬란하고 따뜻하기에 우리는 사랑을 원한다, 끝없이. ‘사랑.’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나를 위한 것이 결국 상대방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이랍시고 너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진 않았는지, 한 번 더 생각 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이해 못 한다며 핏대 세우진 않았는지, 자존심만은 지켜야 한다며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쯤 되면, ‘사랑’이라는 단어와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을 붙들어 매고 사랑한다 외치며 열심히 이별을 향해 간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2003)>은, 이 함께 할 수 없는 것들, 즉 버려야 하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계속 들고 있었던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마음을 여는 순간에야 진정한 사랑이 시작됨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해리(잭 니콜슨 분)가 진실 된 만남을 하고 자연스레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매우 위트있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해리는, 30살이 넘는 여자는 절대 만나지 않는 63살의 영계킬러이다. 그가 현재 만나고 있는 마린(아만다 피트분)과 함께 뜨거운 황금주말을 보내기 위해 둘은 마린의 엄마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미 에리카(다이안 키튼분)와 에리카의 동생 조이(프란시스 맥도맨드분)가 도착 해 있는 상황. 넷은 성인답게 각자 할 일 하며 주말을 다 같이 보내기로 한다.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상태로 사랑은, 해리가 심장발작을 일으키면서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해리가 불가피하게 에리카의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말이다. (비슷한 세월을 흘려보내고, 비슷한 처지에 같은 것을 공감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을 이루는 것은 시간문제만이 남아있을 뿐이리라.) 그러나 해리는 한 번도 누군가의 ‘남자친구’가 되어 본적 없는, 가벼운 만남을 지속해 왔었기에 다가온 사랑을 깨닫지도, 조절하지도 못한다. 그가 어린 여자를 만나는 이유는, 어린 여자들 또한 자신과 만날 때 가볍게 만나기 때문.

   
▲ 야식먹으려고 한밤중에 부엌에서 만난 에리카와 해리. [출처=네이버영화]

  그래서 에리카가 해리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 -온전히 자신이기를 조금은 내려놓고, 나를 이토록 가슴 뛰게 함과 동시에 나를 여자로써 기분 좋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에게 자연스레 더 오랜 만남을 기대할 때- 해리는 이 관계를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가슴만 아플 뿐이다. (이를 심장이상으로 오해 해 버리는 감정 왕초보!) 이 순간에 우리는, 사랑할 때 기꺼이 버려야 할 것이, 관계 속에서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임을 알게 된다.

  사랑이라는 관계는,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을 하든 전제이다. 그런데 이 관계 속에서 내가 나이기만을 고집한다면 상대방과 나는 결코 섞일 수 없다. “난 원래 이러니까 넌 그냥 나를 이대로 이해해야 해”라는 것은, “난, 너를 위해 나를 변화시키고 너와 같이 갈 만큼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니, 참고하도록.”하는 말과 같다. 사랑의 관계는, ‘맞춰가는 것’이며 상대방과 함께 할 때 조금씩 ‘서로를 위해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것이 나를 없애는 정도까지 간다면, 조금은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길 바란다. 혹 나만 너무 변해가며 애쓰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에리카를 슬프게 하는 해리의 행동은 계속 된다. 이혼 한 남편이 재혼을 한다며 마린과 2살 차이나는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해리가 웬 젊은 여자와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본 에리카. 밖으로 뛰쳐나가다, 해리와 눈이 마주쳐버린다. 속도 모르고 반갑게 인사하는 해리. 에리카는 인사고 뭐고 뛰쳐나간다. 따라 나온 해리에게, 에리카는 졸지에 사랑고백을 하고 가슴 찢어질 듯 마음이 아프지만, 해리는 여전히 자신이 가진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둘이 끝이 났다는 사실에 에리카는 상처를 안고 실연의 아픔에 몇 날 몇 일을 울기만 한다. 해리와의 추억이 가득한 계단 밑에서 사랑이 어긋나버려서 울고 있을 때, 마린이 다가와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대화 속에서 기꺼이 버려야할 다른 한 가지를 정통으로 마주한다.

   
▲ 대화나누는 마린과 에리카.

“엄마 울어요?”

“그래. 새로운 버릇이야. 내가 사랑에 빠졌다. 사랑하고 상처받고”

“아 엄마 난 이게 싫어요.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을 보호하고 강해져야 해요.”

“넌 이런 기분 모를 거다. 마음먹는 대로 상처에서 벗어날 수는 없잖니.”

“그래도 해볼 필요는 있잖아요.”

“사랑은,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상처받을 수도 있고 그냥 그렇게 사는거야.”

“그래서 지금 엄마가 괜찮다는 거에요?”

“그와 함께 한 순간은 내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난, 그런 사랑은 해본 적이 없어요.”

“진심을 담아 말한다. 뭘 망설이고 있는 거니. 마음을 열어보렴.”

-영화 대사 中-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방어하는 일. 다시 말해, 상처받고 아파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웬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리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곰곰이 생각 해 보면, 상처를 받고 이를 서로 보듬어가며 형성한 관계는 지극히 안정적이고 더 유기적이다. 혹여나 상처를 줄까봐, 상처를 받을 까봐 그렇지 않기 위해, 관계가 깨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조심조심 덮고 덮으며 살얼음판을 함께 걷는 것이 과연 좋은 관계일까. 말하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관계가 안정적일 수 있을까. 한 발 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면, 내가 그만큼 감정을 쏟았기에 이만큼 아파한다는 것이, 내가 살아가면서 이 정도 절절한 감정을 느껴 볼 수 있음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비록, 그 당시에는 아파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겠지만, 이런 사랑을 해보는 것, 생각 만 해도 가슴이 벅차는 일이다. (만약, 스스로가 매번 울고불고했다면 냉정하게 생각 해 보길 바란다. ‘사랑’혹은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는 타이틀 자체가 주는 감정에 너무 취해-중독-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 내가 그 관계에서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는데 그 무언가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닌지 말이다).

  지지고 볶던 해리와 에리카는 아름다운 파리에서 결국 이루어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움직인 덕분에. 에리카를 만나기 위해 해리는 파리로 갔고, 에리카는 택시를 돌려 해리에게 갔다. 둘의 마음을 서로 확인하는 장면을 보며, 우리는 기꺼이 버려야 할 마지막 한 가지를 두 눈 가득 담게 된다. 자존심을 굳건히 지키는 일. 즉, 감정에 거짓말하며 내 자존심만은 지키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움직이면 자존심 상하니까 그냥 있어야지. 이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야.”라는 비겁함에 숨은 감정의 거짓말. 사랑의 관계에서는,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스스로 자존심을 버리고 있는 일이다. 내가 그만큼 상대방에게 마음 쏟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존심이라도 지키려는 것이 아니던가. 들키는 것이 뭐 그리 못 할 일이라고 움직이려하지 않는 것일까.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마음 들킨다고 해서 내가 무너지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감정을 전하는 데 있어서 자존심 세우는 것은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다. (솔직해져 보자. 왜, 관계에서 내가 우위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우위’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이미, 그 관계가 정말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 해 봐야 할 문제 아닌가). 모든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다 내려놓고 마음을 전해도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지 모를 판에, 자존심 지킬 계산을 하고 있다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 사랑이 이루어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우리가 수 없이 아파도, 다시 하고 싶은 것이 사랑일만큼, 사랑은 우리에게 심적으로 많은 위로를 준다. 말뿐인 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특히, “난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최면을 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사랑은 스스로에게 결론 내려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깨달으며 그 깨달음에 가슴이 절절해져 먹먹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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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한빛 기자
uhv1004@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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