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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들의 은밀한 작업과정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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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스트 포트폴리오2의 포스터 [사진출처]=사비나 미술관 홈페이지

[디아티스트매거진=김아름]‘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세요.’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나 취업을 준비할 때, 혹은 원하는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서 조언을 구했을 때 많이 들어봤을 말이다.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로 몇몇 기업과 학교에서는 포트폴리오 제출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며 포트폴리오를 또 하나의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포트폴리오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단순한 스크랩북과 작품 모음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포트폴리오의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나 관련 내용 등을 집약한 자료 수집 철 또는 작품집’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 즉,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거나 원하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을 때 자신의 실력과 관심도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포트폴리오를 보고 그 사람의 실력과 가능성을 파악하고 단정지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그만큼 포트폴리오가 나 자신을 보여주고 대변해주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에서 포트폴리오는 자신들이 만들어온 작품, 참여한 프로젝트들을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로 빛을 발한다. 모든 작품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며 설치미술, 무용 등등 장소와 시간의 영향을 받는 예술은 그 작품들을 하나하나 직접 보여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 지망생들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가능성과 예술세계를 어필하며, 자신의 예술 성장과정을 시각화하는 도구로 이용한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은 물론, 이에 대한 제작 과정에서 나온 흔적들 그리고 자신들이 참여했던 전시회에 대한 기록과 이에 대한 평가까지 하나로 묶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포트폴리오가 한 사람의 작품들과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담고 있는 만큼 그 사람의 생각과 추구하는 방향이 필연적으로 반영된다. 이에 따라 작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각기 다른 모습과 다양한 형태의 포트폴리오들이 세상으로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계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작가들뿐 아니라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과 해외 유학생들까지 다양한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단순 회화뿐 아니라 무용, 건축, 디자인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들까지 전시가 되었다. 총 96명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약 120편의 포트폴리오들이 사바나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 하고 있다.

   
▲ 한성필 작가의 작품 제작과정을 담은 사진들 [사진출처]=사비나 미술관 페이스북

포트폴리오 전시이지만, 작가의 작품은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7인의 작가들(고명근, 김기철, 김영나, 유근택, 한성필, 홍순명, 홍승혜)은 작품을 전시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작품들과 포트폴리오에 대해 설명한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였다.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모습을 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작품을 만드는 작업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모습이 있다. 푸르스름한 배경의 빙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작가인 한성필 작가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한 북극남극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작품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차가우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에서 살짝 시선을 돌리면 수많은 사진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방금 봤던 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진들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맥락에서의 고려, 작품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탐구가 들어간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과정을 책자로 제작하여 작가의 작업과정을 담은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완성하였다. 작품을 담아내는 동시에 작품을 만들기 위해 힘쓴 작가의 노력과 과정을 담는 것, 작품 그 이상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 김기철작가의 작품<소리보기-비> [사진출처]=사비나 미술관 페이스북

이번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다면 사운드 아티스트, 김기철 작가의 작품과 포트폴리오 이야기 이다. 고요한 사비나 미술관에서 빗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열 개가 넘는 스피커들이 빗소리를 내며 기다리고 있다. 투명한 낚싯줄에 매달린 스피커들을 보면 비가 오는 모습을 시각화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까지 한다. 이 작품은 김기철 작가가 1998년, 종묘에서 녹음한 빗소리를 이 미술관에 맞게 조정하여 선보인 작품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스피커 사이를 걷다보면 빗속을 걷는 느낌을 받는다. 한쪽 벽면에는 이를 추상화한 회화 작품과 작품의 설치 구조를 그려낸 작가의 스케치가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을 설치할 때에는 1998년 종묘에서 녹음한 빗소리를 사용하며 전시장에 맞게 소리를 조정하고 스피커들의 위치를 정한다. 사운드 아트의 특성상 작가의 홈페이지를 작가의 포트폴리오로 이용하게 된다. 동시에, 작가가 작품을 설치하고 만들며 생겨난 스케치들과 회화작품들은 작가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가 되어 그 제작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사운드 아트라고 해서 단순히 소리와 동영상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1층에 마련된 포트폴리오 아카이브를 가면, 다양한 작가들과 유학생들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들을 만나볼 수 있다. 흔히 포트폴리오라고 하면 생각할 수 있는 책자형식의 스크랩북 형식의 포트폴리오부터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진 포트폴리오, 동영상 형식의 포트폴리오 등등 다양한 형식의 포트폴리오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 게임 디자이너 등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 예술가들의 흔적을 보며 작업실과 작업과정을 상상하게 해준다. 특히, 무용가의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공연모습을 담은 영상을 모아놓은 형식 이었는데 벽면에 작은 모니터를 설치하여 이를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다양한 국가의 예술대학에서 유학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는 컴퓨터에서 파일 형식으로 볼 수 있는데 관심 있는 국가 별로 찾아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들의 작품을 알리는 동시에 작업과정과 예술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아카이브의 포트폴리오들은 예술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꿈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 포트폴리오 아카이브의 모습 [사진출처]=사비나 미술관 페이스북

이 전시에서는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미대생들과 예비 작가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을 강의했고 이에 많은 예비 작가들이 참가하였다. 자신들의 작품과 창조과정의 노력과 흔적을 담은, 세상에 하나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시작인 것이다. 언젠가 또 다시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3 이 열리게 된다면 저들의 포트폴리오도 아카이브의 한 켠을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이 맘 때쯤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렸던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전시에서 멋모르고 아카이브를 돌아보다가 맘에 드는 작가를 발견하였고 지금까지도 그 작가의 전시회를 가거나 작품을 찾고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 누군가가 나의 포트폴리오를 열어보고 그 안에 빠지고 나의 팬이자 후원자가 되는 일, 내가 작가라면 그만큼 유쾌한 순간이 없을 것 같다. 관람객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로 편입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전시를 보며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그 과정에 빠져드는 것에 더하여 내가 좋아하는, 나의 선호에 대한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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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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