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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좋아, 비가와도 괜찮아. ‘타이페이’ 그 첫번째 이야기

박희진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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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참 우연찮았던 그들과의 만남.

[디아티스트매거진=박희진] 2015년 1월 24일. 비가 와서 더 춥게 느껴졌던 도쿄의 한 겨울 밤. 일정을 끝내고 다른 날 보다 조금 이르게 들어왔었던 그 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기가 뭣하여 핸드폰과 다이어리를 들고 게스트하우스의 1층으로 내려왔었다. 호스트인 친절한 일본계 한국인 할아버지께서 손수 따뜻한 얼그레이티를 타주시며, 안에 들어가 앉아 편히 쉬라고 말씀하셨다. 가장 따뜻했던 자리는 이미 누군가가 앉아있었기에, 구석진 곳에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호호 불어가며 조금씩 홀짝이고 있었다. 의미 없이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몸이 녹는 것이 느껴질 때 즈음, 고개를 들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그들은 나에게 먼저 환한 웃음을 내주었고, 나 역시 환한 웃음으로 소리 없이 대답했다. 곧 이어 그들은 나에게 자기네 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알고 보니 ‘타이완’에서 온 그들, 또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이었던 그들. 중국어는 전혀 모르고, 영어 실력도 그리 좋지 않았던 나 였지만, 언어라는 장벽을 없앤 채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킬 때 까지 오순도순 수다를 떨었다. 밤이 깊어가니 서로의 눈꺼풀들은 무거워졌고, 다들 일정이 있었기에 침대로 가려던 찰나, 무심코 던져버린 한마디.

“나 타이완 놀러갈래! 그러니까 너희들도 한국 놀러와!”

그렇게 2개월 하고도 10일 정도가 지났을까… 항상 습관처럼 보는 항공권 비교 가격 앱을 뒤적이다가 ‘타이페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1월 도쿄에서 한 친구들과의 약속이 그저께 본 영화처럼 떠올랐고, 정신차려보니 나는 이미 항공권을 구매한 뒤였다. 떠나기 일주일 전 친구들에게 내가 간다는 사실을 알리자, 친구들은 매우 기뻐하며 가이드를 자청하겠다고 나섰다.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묻는 친구들에게 함께 관광지에 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들 삶의 일부분을 보고 싶었기에 “나 네가 다니는 학교에 가보고 싶어!” 라고 말했다. 그들은 굉장히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기분 좋게 수락했다.

1주라는 시간이 눈 깜짝 할 새 지나갔고, 나는 타이페이 행 비행기에 앉아있었다. 늦은 새벽 타이페이에 첫 발을 디뎠기 때문에, 선잠을 자고 아침 일찍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예상대로 아침부터 후덥지근했던 타이페이의 날씨. 좀처럼 땀이 잘 나지 않는 내가 약간의 땀을 흘리며 바쁜 걸음을 걸었다. 처음타보는 타이완 지하철, 헤멘 덕에 약속시간 보다 조금 늦게 장소에 도착을 했다.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은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했다.

   
▲ 타이페이 스린에 위치한 친구의 학교 ‘쏘촤 대학교’

친구들이 준비한 일정의 거의 막바지였던 친구의 학교. 가장 보고팠던 곳이기에 비가 추적추적 내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향하는 발걸음은 빨랐다. 자그마한 강이 흐르는 다리를 하나 건너니 친구의 학교에 다다랐다. 앞엔 강이 흐르고, 뒤엔 산이 감싸 안고 있던 친구의 학교. 주말이라 학생들의 북적대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마침 시험기간이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으니, 친구가 자기가 살고 있다는 기숙사로 나를 인도하겠다고 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들어간 친구의 기숙사는 예쁘고 싱그러운 여대생들로 활기가 돌았다. 친구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나를 한국친구라고 소개시켜주었고, 그 친구들은 쑥스러운 듯 내게 인사를 건넸다. 한참을 서서 기숙사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사서로 일하고 있다는 학교 도서관을 데려가 주었다. 제일 먼저, 같이 사서로 일하는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주었다. 한국을 무척 좋아하고 동경한다던 그 친구들. 처음 보는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선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게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시험공부 중인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도서관을 둘러본 뒤 학교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는 내리고, 제법 어두컴컴해져있었다.

   
▲ 생각보다 엄청 좁은 곳에 많은 학생들이 살고 있어서 조금 놀랐던 기숙사
   
▲ 너무나 고마운 만남. 나의 타이완 친구들

한겨울 도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친구와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평생을 살면서 타이완 이라는 나라를 여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쿄에서의 소중한 만남에 감사했고, 이렇게 사람을 만나며 여행 할 수 있음에 한번 더 감사했다. 한국의 여름처럼 무더웠다가,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치고, 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타이페이에서 처음 만났던 날씨는 여행하기 정말 좋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 된 타이페이와의 첫 만남, 이상한 날씨임에도 입꼬리는 하루 종일 올라가 있었고, 이 매력적인 나라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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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marry0404@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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