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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的孩子.

민소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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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민소영]  느와르와 같은 장르를 접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중후한 중절모와 남자들의 의리이다. 많은 걸출한 명작들은 그 느와르의 검은 형체를 뽐내왔고, 지금 우리 앞에는 두 모녀가 있다. 어두운 골목길이 늘어진 인천 차이나타운의 사진관으로 몰려드는 이방인 속에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가 끌려오게 되고, 그 곳에서 예기치 않은 삶이 시작된다.

 차이나타운이 기존의 느와르 장르의 영화와 다소 다른 점은 바로 여자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이들은 조직의 우두머리이거나, 조직의 주요 인물이다. 그들이 펼쳐나가는 삶 속에 남자들의 ‘힘’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머리와 심장은 여성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모녀 사이에서 오는 갈등이 이 영화의 주요 흐름이라는 것이다. 애증과 모성 사이에서 남자들의 의리로 이루어져왔던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의 긴장감을 준다. 대부분의 느와르를 보면 그들의 배신과 정의에 경악하고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차이나타운은 일영(김고은)이 이루고자 하는 정의에서 엄마인 우희(김혜수)의 연쇄고리를 밟아가는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을 받는다.

   
▲ ⓒ네이버 영화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인 만큼 매정하고 냉정한 세상 속에서 우희는 그 어떠한 식솔도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지 않으나, 일영에게만큼은 다른 모성을 품는다. 부모는 자식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영화의 결말에 다다라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엄마와는 다른 선택을 했던 일영은 결국 엄마의 자리에 앉게 된다. 그 싹을 알아본 것일까. 다른 식구보다도 일영을 더 주시하며, 쓸모있는 존재로 두고 싶어한다. 하지만 위기와 시련은 오기 마련.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석현(박보검)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가던 일영은 석현의 아버지가 잠적함으로 신체보증각서의 내용을 이행하는 칼을 자신의 손에 쥐게 된다.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일영은 이 곳에서 흔들린다.

   
▲ ⓒ네이버 영화

 자신의 임무대로 삶을 살아오던 일영은 눈 앞에서 석현을 잃고, 엄마에게 죽임을 당할 뻔 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희는 갈등을 하게 되고, 이는 일영에게 다른 삶에 대한 기회가 되어 버린다. 배를 태워 해외로 보내지려던 찰나, 한 때 같은 식솔이었던 치도(고경표)를 공격한 뒤, 미친듯이 내달리게 된다. 도망자가 되었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도착지가 집이라는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일영에게 ‘안식처’가 아니었다. ‘죽지 않기 위해 살아 돌아가야 하는 곳’이었고, 배고픔을 견뎌 도착하면 짜장면 곱빼기로 죽기 직전의 허기짐을 채우는 곳이었다. 이제 돌아가 그녀는 자신이 계속 달려야만 했던, 쓸모 있는 자가 되어 죽지 않기 위해 뛰어야 했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떠난다. 그 여정에서 일영은 대부분의 가족들과 적들을 잃었고, 한 손에는 칼을 든 채 드디어 엄마 우희와 마주한다.

   
▲ ⓒ네이버 영화

 비가 쏟아지던 밤. 길거리에서 엄마의 뒷모습을 본 일영이 쫓아가 우산을 받쳐주던 장면이 있다. 그들은 어느 다리 앞으로 향했고, 그 곳에서 엄마 우희는 간단한 제사 의식을 치룬다.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엄마의 제사를 지내는 우희의 그 미소는 마지막에 다다라 우희를 죽인 뒤 울며 웃던 일영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자신의 벗어나고자 했던 끔찍한 삶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했던 두 여자. 결국 그 둘은 모두 애증 속에서 살인을 결심하였던 것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얻고, 안식처를 없앰으로 안식을 얻은 일영은 자신의 손이 행한 죽음을 보며 멈칫한다. 그러한 일영의 손을 붙잡아 칼을 힘껏 움켜쥐게 하며, 죽음을 똑바로 직시하게 하는 엄마 우희.

“끔찍할 때는 웃어. 웃어야 편해.”

   
▲ ⓒ네이버 영화

 我的孩子. 일영을 보며 “누구야? 새 직원?”이라고 말하던 삼촌에게 우희가 하던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일영은 그 중국말이 “내 아이입니다.”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찌른 칼에 서서히 죽어가던 엄마가 쥐어주던 지하철 10번 보관함 열쇠를 들고 그 곳으로 찾아간다. 그 보관함 안에 있던 내용물은 강하고 찝찝한 여운을 남긴다. 어둠 속에서, 그리고 쓸모 있기 위한 레이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인 사람이었으나, 결국 일영도 우희와 다름없는 사람이 된 듯한 연쇄고리.

   
▲ ⓒ네이버 영화

이 연쇄고리의 얽힘과 뚜렷함을 더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두 여배우(김혜수, 김고은)의 열연 뿐만 아니라 차세대 충무로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주연 및 조연 배우들의 몫도 컸다. 차이나타운의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빠질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개연성이 있는 캐릭터이다. 비록 2시간 남짓 한 짧은 시간 동안 풀어나가기엔 너무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했기에 시간이 촉박한 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냉정한 곳이라면야 당연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지 않겠는가? 길고 자세한 설명을 주지 않는 것이 그 개연성을 높인다. 일영의 가족으로 나오는 맏이 우곤(엄태구)과 정신 질환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홍주(조현철), 일영과 함께 자라온 마약 중독자 쏭(이수경). 지금은 출가한 아들인 치도(고경표)와 더불어 일영을 차이나타운에 팔았던 탁(조복래)까지. 가족과 조직은 아니었지만 꿈을 쫓던 순수한 청년 석현(박보검) 또한 차이나타운을 장식하는 보석 중 한 명이다. 눈빛과 목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을 뽐내는 배우들이 총출동하였으니, 그들의 연기가 주는 몰입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 ⓒ네이버 영화

 긴박한 흐름 속에서도 잠시 고요한 장면들이 두어 장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 선택을 주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말을 하기 이전 표정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종종 스크린에 나타난다. 그럴 때 마다 잠시 동안의 Pause가 주는 긴장감은 차이나타운이 가진 특유의 색채와 함께 오묘한 빛을 뿜는다. 어두우면서도 동시에 색을 잃어버리지 않는 화면의 분위기는 검고 단색이 많던 느와르 장르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형체를 불분명하게 하여 그 어두운 내면을 드러내는 반면, 차이나타운은 되려 주근깨 하나하나 리얼리티를 극대화시켜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러낸다. 이러한 표현의 긴장감을 통해 마치 밤거리의 전광판처럼 빛을 낸다.

   
▲ ⓒ네이버 영화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태어났으니 살아야지요.” 

생존을 위해, 완성된 냉정한 세계에서 자신이 속한 곳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머무르기 위해 그들은 치열하게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며 발버둥친다.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냉정한 곳에서 가족마저 죽이게 되는 이 얼음판의 연쇄고리는 끊기지 않는 것일까? 이 순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단순할 수도 복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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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andy754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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