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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군대_용서받지 못한 자

이준건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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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자>의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이준건] 영화를 처음 찾아보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흔한 상황병 인수인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동영상 때문이었다. 상황통신보안병의 인수인계 과정을 다룬 짧막한 영상이었는데 하도 친구들과 형들에게 군대 얘길 들었던 터라 그 모습이 아주 익숙하게 느껴졌다. 장난끼를 마구 발산하되 꼭 필요한 군기는 다잡는 선임 병장의 모습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리얼 어리버리일 것 같은 신병의 모습이, 군대라는 곳을 어렴풋이나마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 흔한_상황병의_인수인계.jpg

그러다 흥미가 생겨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보게 된 계기와는 달리 이 영화는 그리 녹록한 영화가 아니었다. 아무렴, 육군에 거짓말까지 해 가며 찍은 영화인데. 내용은 가벼워 보였으나 심각했고, 단촐한 편집기술은 영화에 깔린 우중충한 분위기를 돋보여 주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셋이다. 태정(하정우), 승영(서장원), 지훈(윤종빈). 군생활을 할 만큼 했으며 군기를 잡을 땐 잡되 기본적으로 너그러운 성격이라 선임/후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태정, 4년제 대학을 나와 소위 말하는 ‘똥군기’에 반감을 갖고 사사건건 선임과 마찰을 일으키는 승영, 어리버리한 성격 탓에 항상 갈굼을 당하는 지훈.

   
▲ 주인공인 승영은 좋은 대학에 다니며 곱상한 외모를 가진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부조리한 군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외로이 항거한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승영은 자대 배치 후에 병장으로 복무하고 있었던 태정을 만난다. 태정은 군생활에 워낙 적응을 잘한 터라 승영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지만 그는 모두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승영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이며 떳떳치 못한 군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나홀로 저항을 해보지만, 그것은 도리어 태정에게 곤란함만 안겨줄 뿐이었다. 게다가 태정이 전역하고 나자 승영에 대한 선임들의 갈굼은 더 심해졌고 결국 그 역시 다른 군인들처럼 ‘선임에게 잘하고 후임을 갈구는’ 병사가 돼버린다. 자기가 결코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된 것이다.

흔히 ‘군대에서 아는 사람 만나면 좋을 것 같지? 절대 안 그래.’라고 말한다. 나 역시 한창 새내기일 때는 그 말이 틀릴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군대를 늦게 가는 것이, 그리고 일반 사병으로 가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했다. 모두가 괴물이 되는 곳에서 혼자만 괴물이 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런 ‘괴물이 된 자신’을 아는 사람에게 내비친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비참하고 또 비극적인 일인지.

   
▲ 군대의 다소 비인간적인 모습을 그대로 포착한 영화다.

개인적으로 승영은 나와 정말 닮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속한 한 공동체에는 속칭 군대문화(또는 군대놀이 정도도 괜찮다)가 좀 강한 곳이었다. 그래서 선배가 뭘 들고 가면 무조건 먼저 가서 대신 들어야 한다든지, 만나면 인사를 똑바로 하라든지, 그런 것들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었다. 갓 새내기였던 나는 그것에 반발을 품었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선배와 자주 마찰을 일으켰다. 영화에 나오는 승영과 똑같이 말이다(물론 나는 욕까지는 안 했다).

   
▲ 승영은 결국 자기가 그토록 경멸하던, 선임이 하던 짓을 그대로 반복한다.

이런 쓸모없는, 더러운 문화를 바꿔야지 하는 마음으로 후배들을 잘 챙겨주려고 노력했고 선배들에게 저항함으로써 외로운 투사 역할을 자처했지만 별로 변하는 건 없었다. 그리고 2년쯤 지났을까, 나는 문득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짐을 들고 가며 후배들에게 “얘들아 팔이 무겁다.”라고 말하는 자신을 말이다. 그때의 그 더러운 기분이란. 결국 변하는 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을 고쳐먹고 ‘선배에게도, 후배에게도 잘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저항 정신도 그만 두었다. 그저 형님들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후배들이 편하게끔 내가 먼저 도맡아 일을 했다.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저들도 알아줄 거야,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나 혼자 열심히 일을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거나 여자애들과 희희낙락거리는 후배를 발견할 적이면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나도 또한 승영과 같이, 되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람의 그림자를 덮어쓰게 되는 것이다.

니체는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볼수록 심연도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본다고 말이다.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 또한 말한다. 군대는 원래 그런 데라고. 그런 데가 군대라고. 예전부터 폭력적이었으며 지금도 폭력적이고 앞으로도 폭력적일 곳, 그곳이 바로 군대다. 하기사 군대가 있는 이유 자체도 폭력을 위해서니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문을 떨칠 래야 떨칠 수가 없다. 왜 우리는 그런 괴물 같은 곳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20대 젊은이들은 미개하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군대 공동체를 살아가지 못하는 걸까.

   
▲ 우리는 모두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자주 다짐한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할까. 군대에 가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그들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개인의 자주성을 지키며 군대라는 조직체의 특성을 살릴 수 있을까. 애초에 전체주의적 본능을 갖고 태어난 군대라는 괴물이, 그것들과 조화할 수 있을까. 군대에 대해 생각할 때면 떨리면서도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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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건 기자
seawhale98@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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