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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상처를 오늘의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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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강규일] 얼마 전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3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동티모르와 맞붙었다. 문창진 선수가 2골을 터뜨렸고 3:0으로 우리나라 대표팀이 승리를 차지했다. 12년 전 동티모르의 추억이 떠올랐다.
 

동티모르의 상처

동티모르의 타는듯한 더위를 몸으로 겪은지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뉴욕도 아니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안락한 리조트가 있는 동남아도 아닌 열악한 오지로 가야만하는 출장길에 걱정이 앞섰다. 잘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곳이니 말이다. 반드시 거쳐야했던 말라리아 접종도 10년 전에는 상당했다. 10년 전 2월의 한파. 한강이 꽁꽁 얼었던 한겨울에 나는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반대쪽으로 가게 됐다.

 

   
▲ 인도네시아 발리와 동티모르 딜리를 이어주었던 Merpati항공

비행기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발리를 경유했다. 잠시나마 “리조트”라는 곳에서 편히 쉴 수 있었던 나는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지나는 낡은 버스를 탄것 마냥 소박한 느낌의 소형 비행기를 타고 동티모르의 딜리공항으로 이동했다. 우리나라 작은 마을에 있을법한 시외버스 터미널 수준의 공항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겼다. 여권에 입국확인 도장이 선명하게 날인되는 순간 숨이 멎을듯한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동티모르의 시내로 가면 3~4층 높이의 호텔을 볼 수 있다. 로비에는 번듯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물은 제대로 나오는지, 시원하긴 한지 의아할 정도로 초라해보였다. 출장 계획 상 이만한 호텔도 감사해야 하지만 마을회관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 짐을 풀게 되었다.

 

   
▲ 내전으로 불에 탄 PKF사령부 건물

이 곳도 우리나라와 같이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나라다.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나뉘었고 동티모르는 동과 서가 나뉘어 있다. 과거 티모르섬의 동쪽은 포르투갈의 지배를, 서쪽은 인도네시아를 통치했던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었다. 2차대전이 일어난 후 서티모르는 독립을 이룬 인도네시아의 영토로 편입되었고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이 민주화되면서 식민주의를 포기하자 1975년 독립을 선언했다. 독립선언 직후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강제점령하고 유혈탄압을 지속해나갔다. 1976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인권 유린 사태, 학살, 방화로 주민들은 죽거나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1999년 8월 독립이 결정되고 군인이었던 사나나 구스망(Xanana Gusmão)이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하나 둘 재건해나가기 시작했다.
 

   
▲ 내전의 상처를 느낄 수 있는 산타크루즈 공동묘지

우리나라만큼이나 크나큰 아픔을 간직한 이 곳은 ​산타크루즈공동묘지를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벽을 바라본채 등 뒤에 꽂히는 총알로 목숨을 잃었던 주민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내전의 상처를 희생된 가족들과 함께 묻어둔 묘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 고요하고 쓸쓸하며 거룩했다.

“맨발의 꿈”

작열하는 태양 아래 몇몇 아이들은 바다로 뛰어들며 시원함을 만끽했다. 시원한 바닷물을 뒤로 하고 메마른 땅에서 공을 차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뒤에는 이들을 가르치는 한국인 코치가 있었고 잠시나마 만날 수 있었다. 척박한 땅에 멋진 축구화와 축구공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준 그의 모습을 배우 박희순이 “맨발의 꿈(2010)”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넘어지면 쉽게 다칠 수 있을법한 거칠은 땅 위를 신나게 달리는 그들에게 더욱 활력을 선사해준 김신환 감독의 스토리는 결코 진부하지 않은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로 영화화 되었다. SNS가 활발했던 시기였다면 분명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 한장 찍을 법 했었지만 내게 남은건 그의 소박한 명함 한장이다. 아이들은 건강해보였다.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은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흔한 막대사탕 하나만으로도 쉽게 기쁨을 줄 수 있었고 그들 역시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소박하게나마 희망을 준다는 것 자체로서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얼마나 변했는지, 그 곳의 봄은 어떤지, 그 때 그 아이들은 얼마나 컸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 마을을 뛰어놀던 티모르의 아이들

 

   
▲ 티모르 아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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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일 기자
louis1st@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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