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정은정] ‘도시(City)’란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때문에 도시는 오가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변화무쌍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렇게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 있다. 바로 여인숙이다. 누군가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얇은 벽에 기대어 여러 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여인숙,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대전 대흥동에는 21세기 도시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겸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의 역할을 하는 ‘산호여인숙’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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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대흥동 산호여인숙 입구 | ||
산호여인숙은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전시회를 열고, 포럼을 개최하며 대흥동에서 활동 중인 문화인들이 외부, 시민들과 교류하기 위한 장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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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배의 구멍’展 포스터 | 산호여인숙 | ||
산호여인숙에서는 2015년을 여는 전시로 ‘진배의 구멍’展이 진행되고 있다.
산호여인숙은 시인 진배의 시(詩)를 통해 일상에서 ‘시’란 무엇이며, 어떠한 흔적으로 다가오는지 고민하고 ‘시’속에 내재된 이미지를 반추하고자 전시를 마련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전시장은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딘지 친숙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전시는 입구를 들어가면서부터 네 개의 방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관람동선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네 개의 방을 입구에서부터 둘러보자면, 첫 번째 방에서는 빨래처럼 걸린 수건에 시가 적혀 있다. 두 번째 방에는 신문더미가 사각형의 방 벽 쪽으로 깔려 있고, 시가 적힌 액자가 천장에서 내려온 줄에 매달려 있다. 세 번째 방에는 아날로그 TV를 통해 시 구절이 지나간다. 마지막 방에는 네 개의 케이스에 A4용지에 출력된 시들이 담겨져 있고, 맞은편에는 꽃과 분쇄기, 그리고 분쇄된 종이의 파편들이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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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호여인숙 전시장 입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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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배의 구멍’展 네 개의 전시공간 | ||
그의 시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단어들만 나열되어 있지는 않다. 그의 시에는 ‘냉소하라, 포기하라, 고립한다, 시인한다’ 등의 문구가 언급된다. 그의 시는 발랄하거나 혹은 발칙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전반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고립된다’가 아니라 ‘고립한다’고 능동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럼 기획의도에서 묻고 있는 일상에서의 ‘시’란 무엇일까?
이 전시를 보고,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진배 시인은 ‘구멍을 내는 작업이 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멍’은 무엇일까? 구멍이라고 하면 누구는 말 그대로 비어있음을, 누군가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길을, 누군가는 약점, 허점을, 누군가는 섹스와 연결된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문득 시 쓰기를 통해 세상을 직시하고 현실의 참담함을 받아들이는 한 영혼을 보여주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의 장면들과 오버랩 되었다. 타인의 고통으로부터 눈 돌리지 않고, 주변의 비극성에 눈을 뜨고 함께 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자세에서부터 참된 문학의 길이 열린다고 전하는 영화의 메시지와 이 전시의 주제가 일맥상통하는 기분이 든다.
‘일상’, ‘시(詩)’, ‘여인숙’, ‘여행’… 우연히 접하게 된 전시를 통해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대전이라는 도시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도, 머무르며 사는 사람들에게도, 여인숙에서 만나는 전시라는 독특한 문화의 향기를 맡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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