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인도 자이푸르, 자이가르 포트 | ||
로테의 환영이 사라지고 나는 베르테르처럼 괴로웠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표면과 이면이 있다고 들었다. 사람의 말, 마음 또는 어떤 장소……
![]() |
||
| ▲ 인도 자이푸르, 바람의 궁전 | ||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찬사를 받아 온 것은 아마 베르테르처럼 우리의 마음 속 어딘가에도 ‘로테’로 부를 누군가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사랑이 새겨져 있고, 그 간절한 열정은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보냈던 무수한 편지처럼 애절하기에 베르테르의 슬픔은 동시에 우리의 슬픔이 된다. (마음의 양서란 그렇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보면 너무나도 몰입한 나머지 마치 나 자신이 그 속의 인물이 된다. 그 순간적인 동일화는 세상의 어떤 자극보다도 강하게 우리를 흡입하고 중독시킨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여 그 혹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다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접했다고 하자. 그 후,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실체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환영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환영…… 그것이 마음 속에 자리잡으면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로테를 기억할 것이며 그리하여 로테 역시 우리의 가슴 깊숙히 어딘가에 자리잡게 된다.
![]() |
||
| ▲ 인도 자이푸르, 잘 마할 | ||
한편, 우리가 가보지 못한 어떤 장소에 대해 그와 같은 연정을 품는다고 하자. 우리는 실제로 그 곳에 가보지 못한 사이 입소문 혹은 사진을 통해 그 장소를 접하며 그 곳에 대한 환영…… 아니 환상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런 후 언젠가, 비로소 우리가 그 장소에 가게 된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실체를 접한 우리는 만족할까 아니면 실망하여 고개를 내젖게 될까?
![]() |
||
| ▲ 인도 자이푸르, 호수 위의 길 | ||
내게 자이푸르는 그랬다.
핑크 시티에 대한 기대심은 내 마음에 자라왔던 로테의 환영과 같았지만 막상 내 두 발로 걷고 있자니 무언가 모를 공허감마저 느껴졌다. 실망이나 만족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한 사람에 대한 연정을 품다가 그 연정이 극도의 갈망으로 달아오를 찰나 그 사람을 보게 되었을 때, 아주 오랜만에 보게 되었을 때의 그 감정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솔직히 자이푸르의 첫 인상은 좋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유적지도 그렇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극심한 호객 행위로 심신이 지쳐버린 탓이다. ‘바람의 궁전’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웅장한 전면과 상반된 내부의 모습들은 마치 자이푸르에 대한 복선처럼 느껴졌다. 핑크색 도시라고 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도시의 빛깔은 우중충했다. 오토릭샤를 잡아타고 정신없이 붐비는 시내 중심가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하지만 미리부터 자이푸르에 대해 실망하지는 말기를……. 그 곳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핑크시티나 바람의 궁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이면에 있고 그곳을 찾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로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우연히 눈 앞에 펼쳐진 그 곳은 호수 위의 버려진 궁전이었다. 아마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은 ‘워터 팰리스(잘 마할)’,
부디 당신의 로테를 찾기를……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