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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다는 것, <싱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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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한예령]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더구나 다른 누구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면 단순한 슬픔을 넘어서 그 감정이 어디까지 닿을 지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 <싱글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가 된 한 남자의 특별한 하루를 담았다. 영화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인해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보여준다. 하지만 그 절제를 통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느낄 수 있다.

대학 교수인 조지는 16년 동안 함께 했던 연인 짐을 사고로 잃는다. 짐이 죽은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조지는 짐이 없는 시간과 공간을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조지는 힘든 시간을 스스로 끝내기로 결심한다.

   
▲ ⓒ 다음 영화

영화에서 조지는 짐이 머물던 집 안 곳곳에서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의 사진을 보며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을 곱씹는다. 또, 시간을 거슬러 짐을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하기도 한다. 조지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항상 과거의 짐이 떠오르고 그 뒤에는 짐이 없는 지독한 현실과 마주해야만 한다. 그 모든 것들보다 조지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자신의 그러한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의 배경은 1962년. 지금보다 동성애를 혐오하고 금기시하는 때였다. 짐의 전화를 기다리다 갑작스럽게 알게 된 그의 사고 소식보다 조지를 더욱 슬프게 했던 건, 사회적으로 가족임을 인정받지 못했기에 사랑하는 이의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못하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가 아니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춰 진 조지는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한 조지의 이면에는 끝없이 무너져 내려가는 나약한 한 인간이 있었다. 짐과의 관계를 알고 있던 찰리에게조차 조지는 자신의 감정을 전부 다 내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사랑을 한 조지는 혼자 남겨진 슬픔 또한 온전히 홀로 삼키고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짐이 없는 시간을 끝내기로 마음 먹은 날, 아이러니하게도 조지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대를 만난다. 조지의 수업을 듣는 케니는 조지에게 다가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 버린 그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 주고 조지가 멈추려고 마음 먹은 심장을 다시 세차게 뛰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 조지가 수업 중에 했던 소수와 공포와 관련된 말은 자기자신이 마주 한 상황과 같은것이었다. 동성애라는 성적소수자로서 마주해야 하는 시대적 공포와 이제는 완벽한 혼자가 되어 남은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두려움에 대해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조지에게 다가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조지의 외로움을 알아채고 친구가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 오는 케니로 인해 조지가 감정의 변화를 느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영화는 조지가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부분을 단조로운 색감에서 채도가 높은 원색의 색감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조지의 감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단조로운 색감을 통해 조지의 정적인 감정을 전한다면 원색의 색감을 통해서는 조지의 동적인 감정을 전한다. 케니에게 순간적으로 느끼던 조지의 동적인 감정은 영화 후반부에 매우 짙어져 원색으로 가득 찬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조지의 변화를 암시한다.

스스로 죽기로 결심하고 모든 마무리를 준비했던 조지는 케니로 인해 다시 살기로 마음 먹지만 죽음은 뜻밖의 순간에 그를 찾아온다.

아침까지만 해도 고단한 생의 연속을 끊어내기로 결심했던 조지지만 케니와의 공감대 형성은 그에게 다시 살기로 마음 먹게 만든다. 긴 시간을 함께 한 상대가 아니어도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고 있다는 것을 조지는 케니를 통해 느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짓궃게도 가장 뜻밖의 순간에 조지를 찾고 만다. 스스로 죽기로 결심하고 권총까지 준비했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망설였던 조지는 새롭게 찾아 온,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 감정을 느끼고 살기로 결심한 때에 죽음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죽은 연인의 환영이 나타나 그에게 입맞춤을 함으로써 영원한 안식을 맞은 조지의 마지막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거부하려는 몸짓에 가까운 조지의 마지막이었기에 완전히 멈추어버린 조지의 눈동자가 처연하게 느껴진 것은 당연했다.

또다른 남겨진 자가 된 케니에게 조지의 죽음은 어떤 의미로 와 닿았을까. 결국 죽음조차 홀로 견뎌야 했던, 조지의 잔인하게 특별했던 하루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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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령
mnjhk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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