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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칼럼 두 번째 – SADNESS

김혁준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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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IST 매거진=김혁준]

 댄싱9 시즌2 중 발췌 손병현과 최수진.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먹먹한 일들은 어느새 찾아와 슬픔이 되고 이제는 담담하게 말 할 수 있는 일 또한 온전히 편하지만은 않다. 여기 7명의 남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각자의 슬픔을 안무로 풀어낸다. 김수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ALONE>에 이어 두 번째 춤 공연인 <SADNESS>는 댄서이기에 앞서 사람인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Sadness Story 1
헤어짐이 두려운 남자.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 두려운 남자. 다르지만 공통된 이야기로 슬픔이란 감정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누가 만드는 것인지, 슬픔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의 새드니스 (인터뷰 中) 김기수, 윤전일
비보이 김기수가 보여준 주제는 연인에 대한 사랑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타인에 의해서 헤어져야 할 때 그 괴로움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라고 전하며 애석함을 표한다. 춤 공연에서 보통 아티스트의 발화(發話)는 이루어지지 않는데 정적 속 타인에 의해 이끌리는 듯한 동작과 함께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의 반복되는 세 문장 안에 내포된 감정의 크기는 쉬이 알 순 없지만 진심으로 좋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마음이 아린 무대였다. 안무는 현대무용수 최수진이 구성하였는데 이는 비보이와 만났을 때 매력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바닥을 전전하는 동작은 현실의 제한이라는 의미를 보여주는데 비보이의 기술을 통해 저항과 함께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란 반영을 보여주었다.
발레리노 윤전일은 고시원을 옮겨 다니던 기억을 풀어냈다. 큰 짐가방을 무겁게 들고 나온 그는 옷을 하나하나 꺼내 입으며 “안녕하세요 윤전일입니다”를 반복한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바뀌는 목소리 톤과 어투를 보며 그가 중심을 못 잡고 환경에 자기를 맞춰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기를 잃는다’고도 생각할 수 있고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주체가 되지 못한 삶을 산다고도 볼 수 있었다. 결국 모든 옷들을 벗어 던지고 반나체로 산처럼 쌓인 옷들 위에 올라섰을 때 자신을 옥죄는 것으로부터 해방됨을 보여주었다. 무대의 피날레였고 마지막 장면이었던 그 모습은 마치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닮았다. 윤전일은 이전에도 발레를 어렵지 않게 설명하면서 안무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다가가는 것이 참 능한 발레리노의 면모를 보여준다.
 

   
▲ SADNESS ⓒ아시아 브릿지 컨텐츠

Sadness Story 2
사랑하는 어머니의 암 투병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한 남자와 장애가 있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세상의 선입견과 맞서야 했던 한 남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가장 뜨겁고 아픈 이름 부모님. – 나의 새드니스 (인터뷰 中) 김태현, 박인수
관객들이 계속된 감정주입에 긴장되어있을 때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며 관객석의 통로를 걸어 내려온다. 무대에 앉아 댄싱9 이후에 그들이 느끼는 감정, 그들이 가진 춤의 특징과 장점을 웃음기 넘치게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잠시 슬픔이란 감정을 잊게 한다. 여기서 슬픔은 웃음과 참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동전의 앞 뒷면처럼 근접해있지만 시사하는 바는 매우 상반된 것처럼 말이다. 몇 분간의 담소가 흐른 뒤 충격은 갑작스레 다가온다. 김태현의 어머니는 유방암 4기로 현재 통원치료 중이시고, 박인수의 아버지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신 것을 그들은 말한다. 이윽고 진심이 담긴 박인수의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라는 수화를 통해 이 둘의 공연은 시작한다. 안무 하나하나에는 부모님을 위하는 감정선 하나하나가 녹아있었고 그들이 가진 아픔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춤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춤을 잘 아는 사람도 동작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읽는 다기 보다 그 흐름 자체를 받아들인다. 김태현의 피날레 부분에서 가슴을 뜯는 듯한 동작과 흐느끼는 목소리는 관객들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가장 집중되며 공감이 갔다. 무대에서 항상 밝고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던 이들이 선사하는 슬픔은 조금 더 낯설었고 그러기에 더욱 많이 와닿았다. 공연이 끝나고 이루어진 사인회에서 이들의 사인을 받으며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가장 고마운 무대였고 공감이 가는 무대였다고 말하였다. 이후 사인이 그려지는 잠깐의 정적 속에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혹시나 의도가 가볍게 전달되지는 않았을까, 내가 이 사람의 감정의 크기를 내 경험에 비추어 말함으로 인해 혹시나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며 심란해졌다. 혹시라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말로 좋은 무대였기에 이 만한 정서가 나왔다고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

   
▲ SADNESS ⓒ아시아 브릿지 컨텐츠

Sadness story 3
감정의 바닥을 떠돌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슬픔으로부터 위로를 구하는 우리를 위해, 혹은 당신을 위해 슬픔을 위로하는 슬픈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의 새드니스 (인터뷰 中) 정지만, 손병현, 최용승
‘반복되는 실패, 패배자라는 느낌 하지만 그보다 더 슬펐던 건, 그런 나를 보며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는 일이었어요.’ 정지만이 말하는 슬픔은 자신으로부터 온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해 오는 괴리감으로 인한 슬픔. 그리고 그것을 마치 해결 할 수 있다는 듯이 나오는 듯한 배경음악. 정지만은 이번 배경음악을 참 잘 이용했는데 이는 연예인 강호동, 유재석, 인터넷 강사 삽자루, 최진기 등의 어록을 짜깁기한 동기부여 영상으로 언어와 동시에 안무를 보니 그 안무의 공간감이 배가 되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나의 영웅, 아버지 아버지는 곧 나의 눈물이에요.’ 손병현은 하우스 댄서답게 시원시원하고 경쾌했다. 서태지의 컴백홈,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등 90년대 음악에 맞춰 그가 처음 춤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볼 수 있었다. 이후 아버지 역할을 맡으신 분이 들어오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손병현은 이끌려 뛴다. 계속된 뜀박질에 서서히 나란히 뛰다가 어느새 아들이 아버지를 앞선다. 노인이 된 아버지는 지쳐서 주저앉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그늘이 싫다. 건장해진 아들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지만 뒤돌아보니 아버지는 따라오지 못한다. 아버지가 손을 뻗어 만들어준 그늘에 아들은 이제는 이해와 함께 공감을 보내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슬픔은 곧 외로움이에요 그 중 가장 큰 슬픔은 소중한 사람의 부재로부터 오는 외로움’ 이라며 최용승은 ‘일어나세요 제발…’이라는 반복되는 문구에 아련함과 아득함을 표현한다. 이번 <SADNESS>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던 이유는 청각적 요소들이 안무의 설명을 도왔고 댄서들이 표현력과 표현함에 있어 상당시간 노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지만, 손병현, 최용승 셋이 함께한 단체무대는 개인차가 있는 해석이지만 슬픔이 너무나 애석한 슬픔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또한 기존에 잘 알지 못하던 정지만 최용승의 공연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고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다.

한 때는 걸음걸음마다 생각나 너무나 아팠던 일들이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무뎌지듯 슬픔은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소중함을 알게 된다.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슬픔을 다시 마주하는 공연이 단순히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이제는 담담해 질 수 도 있었고 여전히 먹먹해 지기도 하였다. 댄서이기에 앞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 풀어냈다는 것에 감각적이었고 고마웠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직접 향유해 서면과 영상으로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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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준 기자
hj0723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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