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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정인채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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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맑은 동심과 사랑스러운 동물이라는 환상적인 투톱의 만남,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를 만나고 난 뒤 들었던 소감이다.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영화는 제목부터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개를 훔치는 방법이라니 톡톡 튀는 이름 만큼이나 유쾌한 영화일 것 같다. 게다가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통해 기똥찬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 못지 않게 귀여운 강아지도 등장시킨다. 게다가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라는 장점도 있으니 사실 이건 공평하지 못한 게임이다. 설령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관객일지라도 일단 미소를 머금고 보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 누가 웃는 아이와 강아지의 얼굴에 침을 뱉으랴? 바꾸어 말하면 이 영화는 아주 예쁜 포장지에 싸인 발렌타인데이 선물과도 같다.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중에서

진짜 문제는 포장을 풀었을 때 어떤 선물이 나오느냐다. 진심이 담긴 혹은 그렇지 않은……선물을 주고도 진정성이 없다는 핀잔을 들으면 억울하다. 이런 경우 막상 보았는데 실망스러우면 도리어 배신이다. 그런데 영화라는 것이 보기 좋은 떡이 꼭 먹기 좋지만은 않다. 아이와 강아지가 등장하는 영화는 싫은 소리 하기도 어렵지만 그만큼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애가 귀엽더라.’는 감상으로 끝나면 안되니까 말이다.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심사위원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십대의 지원자가 너무 동요처럼 불러서 별로라는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가 동요적이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한계와 가수처럼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의 차이, 바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도 유사한 기로에 놓인 것이다. 아이와 강아지가 즐겁게 뛰노는 동화가 될 것인가, 전체 관람가답게 온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영화가 되느냐는 이 영화의 흥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승부처이다. 

한편, 포석이 너무 많이 깔려도 괜시리 경계심이 발동하는게 사실이다. 발칙한 제목, 이목을 집중시키는 다채로운 배우들의 캐스팅, 애초에 비판이 불가한 투톱 등도 사전에 너무 많은 정보를 흘린다. 심지어 줄임말이 <개훔방>이라는 제작사의 설명도 덧붙여졌는데 노파심이지만 사실 제목 자체에 너무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 많은 정보는 때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저해한다. 보기도 전에 ‘아마 그런 영화겠지’하며 지레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중에서

그렇다면 포장을 뜯고 보니 어땠을까? <개훔방>은 화사하고 깔끔하며 높은 완성도를 가진 영화다. 정말 제목 그대로 영화는 실제로 아이들이 개를 훔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성장 드라마다. 집이 망한 뒤, 지소(이레 분)는머물 곳도 없이 봉고차에서 엄마(강혜정 분)와 동생 지석(홍은택 분)과 함께 살아간다. 생일에 친구들을 불러 생일 파티를 열 생각에 지소는 집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평당’ 500만원이라는 부동산 광고를 본 뒤 평당이란 곳에 500만원짜리 집을 마련하기 위한 궁리를 거듭하게 된다. 그러던 중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면 사례금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전단지를 발견하고, 지소는 친구 채랑(이지원 분), 동생 지석과 함께 부잣집 강아지 월리(개리 분)를 훔치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이렇듯 <개훔방>에는 지소, 지석, 채랑, 그리고 월리가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 반면 다층적 이야기 전개에 있어 영화의 주변부에 흐르는 이야기들은 어른들의 무거운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다. 집과 남편을 잃고 어려운 형편 속에 홀로 아이들을 책임지는 엄마 정현의 이야기, 그리고 월리의 주인이자 아들을 잃은 엄마 역할의 김혜자와 아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조카 수영(이천희 분)의 이야기 등 어른들의 이야기는 유쾌한 영화의 주변부을 감싸며 무게감을 더한다. <개훔방>에서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없이 순수하고 가볍지만 그러한 무게감으로 인해 가족영화로써 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치 배산임수(背山臨水)처럼 아이들 주변을 보호하듯이 둘러싼 어른들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그 어떤 엉뚱한 일을 벌이던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아무리 실패와 상실감에 몸서리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도 어른인 이상 결국 아이를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메세지도 느껴진다.(심지어 다 큰 조카의 악행을 보듬어 주는 김혜자의 모습 또한 매한가지다.) 유쾌하게 볼 수 있지만 극장을 나서는 어른들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영화가 매우 잘 정돈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게 사실이다. 다만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깔끔하다는 면이 있고, 뻔한 결론을 향하는 영화 구성상 다소 무난하고 밋밋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실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칙한 영화의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결과물이다. 물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충분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부분은 연기와 제작 전반에서 어른과 아이들의 호흡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실상 아이들이 주도하는 영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을 맡았음에도 출중한 능력을 가진 성인 배우들이 전반적인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어쩌면 아동 영화가 가족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들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그 면면을 보면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배우들이다.  

배우 김혜자는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이제서야 배우라는 정상 궤도에 다시 복귀한 강혜정, 이제는 조금 힘을 뺀 연기를 선보이면 한층 보기 편해진 세 손가락 수호걸인 역할을 맡은 최민수는 <개훔방>을 관훔방-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완벽한 마음-이 되기에 손색이 없도록 만들었다. 이 영화는 감초들을 보는 재미도 있는데 갈수록 가나 출신의 또 다른 샘에게 밀리고 있는 샘 해밍턴, 개그맨 김원효, 사진으로나마 아내를 지원사격한 타블로 등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웰 메이드 작품들의 사정을 빼놓을 수 없다.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업계의 구조적 문제 속에 상영관 확보가 어려웠고, 적은 상영관 속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 영화 산업은 한 해 관객수가 2억명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인구수와 단순 비교하였을 때도 일인당 한해에 4편 이상을 관람한다는 얘기가 된다. 발리우드로 유명한 인도가 한 해 36억명이 영화관을 찾는데 인구수가 12억임을 감안하면 일인당 3편을 보는 셈이다. 영화 티켓 가격은 한국이 인도의 약 두 배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 영화 산업도 양적으로 상당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멀티 플렉스 영화관이 그렇게 많아도 다양한 영화를 접하기는 어렵다. 일부 영화에 대한 쏠림 현상도 문제지만 이정도 작품성을 갖춘 영화를 관객이 마음대로 골라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도가니>를 제작하기도 했던 <개훔방>의 제작사 삼거리픽쳐스는 <개훔방>을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추위의 끝에서 따뜻한 가족영화 한편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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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채
strawpo@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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