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돌아 한국에 온 북한의 보물 _유럽에서 들려주는 북한미술전
김아름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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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회 포스터. 출처=킨텍스 홈페이지 | ||
[디아티스트매거진=김아름] 세계의 많은 눈들은 북한을 향해 있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큰 사건들은 항상 속보로 전해지고 며칠 내내 각국 뉴스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한다. 전쟁을 겪거나 교련수업을 받은 세대는 아니기에 무감각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런 뉴스를 들을 때 마다 우리 나라가 휴전국가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혹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잘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많은 정보들은 여러 이유로 접근이 제한 되어 있다. 외국사람들은 비교적 우리에 비해 접근이 자유롭고 북한 여행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들에게도 아직 많은 부분은 허용 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 만났던 몇몇 외국인 교수들은 북한을 세계 유일의 고립국가라고 말하며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북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만큼 북한은 세계에서도 미지의 국가로 비춰지며 한 편으로는 이런 부분들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부분들은 당연히 미술에도 적용이 된다. 오랜 기간 동안 북한의 미술작가들은 세계 시장으로 직접 나오지 않았고 많은 교류도 하지 않았다. 가끔 중국의 갤러리나 판매상을 통해 북한 미술품을 보는 것이 전부였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고유의 전통 기법이 잘 보존되고 발전하였으며 그들만의 독자적인 미술이 발달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조선화, **보석화 같은 북한 고유의 장르들이 크게 발전하였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형태의 작품들이다. 북한을 다녀갔던 많은 외국인 들 중 다수는 세계 미술계에서도 개척지라고 불리는 북한 미술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 전시회의 작품들을 소유하고 있는 스프링타임 예술재단의 프란스 라는 네덜란드인은 본래 소비에트예술품을 발굴하기 위해 북한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신비롭고도 독특한 북한 미술에 빠져들었고 10년 동안 7차례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 아내와 함께 수집하기 시작한 북한 미술품은 현재 약 2500점이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서 북한미술전시를 개최하였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북한에서 네덜란드, 네덜란드에서 유럽 각지를 거친 북한 미술품들은 돌고 돌아 대한민국에 오게 되었다.
70여명의 북한작가들이 만든 150여 점의 작품들. 그 중 사람들을 가장 처음 맞아 주는 것은 북한의 대표작가 김승희의 작품들이다. 베이징미술전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대표작 봉산탈춤은 우리에게 익숙함을 안겨 준다. 빨간 탈을 쓴 춤 꾼의 춤사위는 흥겨워 보인다. 그림아래 써 있는 김승희의 짧은 글은 그림에 신명을 더해준다. 김승희는 특히 조선의 과거 전통을 주제로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상좌춤과 농악무와 같은 전통 춤들을 비롯하여 김장, 풍악과 같은 우리의 전통 문화들을 작품 안에 그려냈다. 단순히 주제뿐 아니라 기법과 재료들까지 전통적인 것들을 이용하여 완연한 한국화를 그려낸 듯 하다. 오른쪽 하단에 세로로 써있는 김승희의 이름과 제목은 한국화 느낌을 더해준다. 김승희는 그림을 통해 민족의 유구한 문화전통을 표현하였고 이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느낌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고 해외에서도 김승희의 그림을 인정받게 하는 원동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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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희<봉산탈춤> 출처= 스프링타임(springtime) 예술재단 | ||
김승희의 그림을 지나면 수 많은 풍경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북한의 대표 절경이라고 하는 금강산부터 꽃밭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작가들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들을 화폭에 담았다. 웅장하다거나 아찔하다는 느낌의 풍경화 보다는 편안하고 소박한 느낌의 풍경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북한의 상황을 생각해 볼 때 파괴되지 않은 자연이 곳곳에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북한을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그림에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풍경화에서 돋보이는 두 화가는 단연 선우영과 정창모이다. 두 작가는 모두 북한의 대표 화가라고 인정받는 풍경화 화가들이다.
먼저 선우영은 북한의 풍경 중 금강산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현재 금강산을 그리는 작가 중 단연 최고라고 일컬어지며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금강산화(畵)의 명맥을 잇는다고 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선우영의 그림들을 보면 함께 전시된 풍경화들과는 다른 웅장함이 느껴진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금강산의 비경이 선우영의 손을 거쳐 무릉도원으로 거듭났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림 속의 구룡 폭포는 마치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활기차게 흐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금강산의 풍경을 단순히 보고 그린 차원을 넘어 금강산의 모습과 금강산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재해석하여 그려냈다는 느낌을 준다.
또 다른 풍경화가 정창모는 아름다운 자연을 서정적이면서 특유의 강한 화필로 그려냈다. 가지에 피어난 꽃과 탐스러운 과일들을 그린 그림을 보노라면 화려하면서도 조화로운 색채의 향연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그림들을 보고 정창모는 다양한 색채를 구사하는 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겨울 풍경을 그린 작품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하얀 눈밭에 검은 선으로 그려진 나무들은 겨울풍경을 한껏 돋구어 준다. 조용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이 손대지 않은 설경의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색채와 명암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연을 표현하는 작가의 기량에 감탄을 하게 된다. 조선화란 이런 것이다 라고 그림으로 정의를 내린다는 말이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꽃밭, 금강산과 폭포들을 그린 풍경화들을 지나면 도시를 그린 그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교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과 한복을 입고 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모든 것을 떠나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들이를 가고 양산을 쓰고 거리를 거닐고. 전혀 다른 생활을 영위할 것 같았던 그들의 모습이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보던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도시와 사람들을 그린 몇 점의 작품을 지나면 북한만의 독특한 기법, 보물이라고 평해지는 보석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이 그림들은 마치 살아 움직일 듯 사진처럼 생생하다. 주로 동물을 그린 그림들이 많았는데 특히 새끼 고양이를 그린 그림에서는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돌로 안료를 만들어 그림을 그렸기에 변색되지 않고 영구 보존이 가능하다는 보석화. 새끼 고양이들이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 움직일 것 같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특이하게도 이 전시회에는 다른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이한 점들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관객 연령층이다. 수 많은 전시회를 가 보았지만 노년층의 관람이 활발한 전시회는 이 전시회가 거의 처음 이었다.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림을 보며 감탄사를 표하시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다. 젊은 시절 보았던 혹은 살았던 그곳을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그림을 통해 그곳을 보고 과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려고 하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객층을 고려해볼 때 전시회에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둘째 치더라도 작품의 제목들도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의 하단에 제목과 작가 이름이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관람객들은 그저 그림과 작가의 이름만 보고 제목을 추측했을 것이다. 또한 많지 않은 주요 작가의 설명들도 영어로 되어 있어 영어를 잘 모르시는 노인 분들에게는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전시회를 보는 중간중간에 나에게 영어에 대한 해석을 부탁하시는 노인 분들을 여럿 도와드렸다. 전시에 대한 팜플렛도 없었기에 많은 관람객들은 별다른 지식 없이 그림만 보는 차원으로 전시회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 청장년층의 관람객들은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더 찾아 볼 수도 있지만 북한예술에 대한 것이기에 자료가 많지 않다. 더욱이 노년층들은 이것 마저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러한 것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를 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검열이 엄격하여 몇몇 그림들은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전시회장에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은 조금 멀리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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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을 금지하는 전시장 내부. 여타 전시회들과는 다른 경고 문구에 긴장을 하게 된다. | ||
하나 주목할 만 한 부분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북한의 미술계도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세계 최초로 독일에서 북한정부가 협력하여 첫 전시회를 열고 이를 성공적으로 끝내며 세계시장으로 서서히 나오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이 전시회를 주최한 스프링타임 예술재단은 수집품들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전시회를 계속 열 것 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중국에서도 북한 작가들의 미술 작품이 수상을 하거나 고가로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 미술계에서 북한의 독특한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이를 토대로 북한의 미술품들이 서서히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회를 보고 칼럼을 쓰기로 마음 먹었지만 다른 글보다 많이 고민하고 여러 번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순수하게 북한의 미술만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미술, 예술이라는 것에 환경이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생각과 편견들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미술은 미술 그 자체로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현재 이 전시를 열고 있는 일산 킨텍스는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전시장이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가까운 곳에 왔지만 전시가 끝나면 이 작품들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간다. 다음에 다시 이 전시회를 한국에서 하게 된다면 그림들이 먼 길을 돌아 오지 않아도 되는, 관람객들에게 조금은 더 친절한 전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선화: 북한 회화의 한 장르오서 동양화의 맥을 이었다. 여기에 채색과 서양화적 기법을 가미한 독특한 북한만의 양식이다.
**보석화: 북한에서 1988년에 북한에서 개발한 새로운 미술 기법으로 여러 가지 색을 가진 천연 돌들을 가루로 만들어 색상 재료로 삼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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