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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미술의 르포르타주](2) 예술가 집단의 형성, YBA

김민준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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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BA ‘SENSATION’ 전시포스터, 1997

[디아티스트매거진=김민준] 종래의 미술은 생명의 고귀함과 죽음의 비극성 사이에서 전자에 무게중심을 싣는 경우가 많았다.(고야와 같이 어두운 작품 주제를 다룬 작가도 있지만) 작품은 아름다워야 한다, 감상자로 하여금 암울한 소재를 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이 만연했던 중세와 근대 미술. 근대에 이르러 심화된 ‘이분법적 사유’ 는 정형화되고 보수적이었다. 국가 권위에 부응하는 작품을, 그저 아름다운 작품을 제작하라는 강요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의 작품들은 너무도 정형적 방향만 강조한 얼룩진 어제의 상처보다 더 아름다워졌다. 주제를 통한 성찰, 감상자를 매개로한 참여 예술 등 접근 방식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즉 동시대 미술의 형식적 자유성과 복합적 사유를 통한 재현의 중요성은 유력한 특징이자 강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어느 시대나 유파(예술가 집단)의 결성과 해체는 자주 본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에서 작가와 컬렉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형성은 드물다. 더군다나 침체를 면치 못하던 조국의 예술적 위상을 부활시키는 일을 젊은 예술가들이 이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언급된 모든 것들을 실행하고 지금, 여기에, 우리가 사유하고 있는 동시대 미술의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이미지를 생산한 젊은 예술가 집단인 YBA. 이들은 종래의 미술의 이분법적 사유보다는 전통적인 부분을 변형하여 새롭게 수용했다. 새로운 미술의 무엇이고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를 행동 재현의 근거로 삼았던 젊은 예술가들의 사유를 통해 한국의 동시대 미술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집단 형성의 의미 고찰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의 르포르타주의 두 번째 막을 올린다.

   
▲ 1988년 YBA의 첫 전시였던 ‘프리즈(Freeze)’ 전시가 열렸던 런던 도클랜드의 빈 창고,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보인다.

YBA(Young British Artists)

   
▲ ⓒ프리즈(Freeze) 전시의 도록, 1988년

 YBA는 ‘Young British Artists’ 의 약자로서 1980년대 말 이후 새로운 개념미술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을 지칭한다. 본디 YBA는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의 출신들이 이룩한 상징적인 용어라고 볼 수 있다(현재의 YBA는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영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총칭). 1988년 졸업에 앞서 데미안 허스트는 동기들과 함께 ‘프리즈(Freeze)’ 전시를 기획한다. 일반 대중의 시각을 빌려 얘기하자면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그렇다고 작가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젊은 예술가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의아해할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허스트는 꾸준히 갤러리에서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컬렉터 연구를 진행했다. 이 모든 것을 발판으로 전문 전시 기획자 보다 더 치밀하게 전시를 기획하고 마침내 런던 도클랜드의 빈 창고를 무료로 빌리게 된다. 그리고 프리즈를 바탕으로 영국 미술계의 대부호인 찰스 사치를 만나게 된다. 사치는 본격적으로 YBA를 지원하기 시작하고 작품을 사들인다. 1992년 그는 자신의 갤러리인 ‘사치 갤러리’ 에서 ‘Young British Artists’ 전시를 연다. 이 전시는 YBA 열풍의 초석이 되었다. 1997년에는 로열 아카데미에서 ‘센세이션’ 전시가 열리게 되는데 이때부터 YBA는 영국 동시대 미술의 부흥을 일으킴과 동시에 젊은 예술가들의 치기에 그치지 않은 행동 재현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센세이션에 걸맞게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런데 종래의 미술의 한 유파보다도 YBA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리송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글에서 아직 그들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마주할 YBA의 놀랍고 새로운 작품들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에 대해 알아봐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에 앞서 동시대 미술을 사유하다보면 이해적 접근을 어려워하지만 이미지적 접근에 대해서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각적으로 진부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이미지 자체를 시각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 이미지를 이해로서 접근하려는 시도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음 세 작품을 볼 때 앞에 언급했던 내용을 유심히 숙지하고 작품을 바라본다면, 그리고 작품의 의의와 함께 자신의 생각으로 수용한다면 이해적 접근의 어려움을 비교적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YBA의 주된 주제는 ‘세기말적 고뇌’, ‘전통의 변형’, ‘현대 인간의 욕망’ 그리고 ‘비판의 견지’ 등으로 추려낼 수 있다. 종래의 미술 관점들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은 YBA를 대표하는 세 명의 예술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이다. 

   
▲ ⓒ데미안 허스트,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 설치, 1991년

 첫 번째로 살펴봐야할 작품은 데미안 허스트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다. 이 작품과 관련된 짤막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찰스 사치는 프리즈展 이후에 YBA 구성원들과 만나게 된다. 이들의 행보에 긍정적이었던 사치는 허스트에게 작품제작비를 지원한다. 이 작품에 있는 타이거 상어 또한 사치가 지원한 것이다. 여기서 사치가 YBA 열풍을 주도한 컬렉터라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다시 작품을 보자면 상어는 포름알데히드(=포르말린) 용액에 절여져있다. 우선 종래의 미술과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해적 측면에서도 삶과 죽음을 투영한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것 또한 다르다. 설치의 개념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변형을 통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이처럼 허스트의 작품은 앞서 언급한 YBA가 지니는 특징과 접점을 이룬다.

   
▲ ⓒ트레이시 에민, 나의 침대, 가변 설치, 1999년

 두 번째 작품은 트레이시 에민 <나의 침대>이다. 이 작품은 에민을 1999년 터너프라이즈의 후보 반열에 오르게 했을 만큼 파급력 있고 진중한 주제를 보여준다(우승작 보다 더 유명한 후보작이다). 가구인지 설치작품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침대, 그리고 술병, 생리혈이 묻은 속옷, 콘돔 등 난잡한 일상용품들이 너저분하게 설치되어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침대는 실제로 자신이 잠을 청한 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사생활에 관한 현실적인 묘사, 여성에 대한 섹스판타지 등 복잡 미묘한 그녀 설치작품은 감상자들에게 감춰진 일상의 미학, 사생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그녀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의 삶이 곧 예술이고 나의 예술이 곧 나의 삶이다.” 이처럼 그녀는 <나의 침대>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 일상을 투영하고 언급된 명제를 현실화 시키는 작업을 하는 셈이다. 두 번째로 살펴본 트레이시 에민을 통해 그녀와 YBA의 접점이 형성된다. 전시공간으로 작가의 일상공간을 초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감춰야하지만 감출 필요가 없는 그런 역설적인 작품 세계. 그녀 스스로도, YBA에게도 새로운 개념미술을 보여주는 대목이 바로 접점이라고 볼 수 있다.

   
▲ ⓒ마크 퀸, SELF, 조각, 피, 1991년

 세 번째 작품은 마크 퀸 <SELF>. 1991년 첫 번째 작품을 통해 5년에 한번 씩 작품을 제작하는 연작 시리즈이다. 렘브란트가 자화상을 죽기 직전까지 남긴 것처럼 마크 퀸 또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염원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전통적 조각의 형태를 차용하지만 자신의 ‘피’를 이용하여 재료의 새로움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작품의 두상은 자신의 두상 크기를 본뜬 것이고 인간 몸에 흐르는 혈액의 총량과 자신의 작품 크기가 같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가 보여주는 것은 ‘피’ 라는 유기적 소재는 신체와 상호의존성을 지니고 있고 어느 한 가지의 존재가 무가치해버린다면, 죽음 앞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못한다는 본질적 불완전성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생명의 유한함과 더불어 나약함, 살아있지만 영원하지 못하는 존재를 피로 승화시켜 표현한 것이다. 마크 퀸의 <SELF>를 마지막으로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에서도, 죽음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는 의존적 존재에 대한 고뇌. 즉 어느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포용력을 바탕으로 세상 속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3명의 예술가, 3개의 작품, 3접점을 통해 YBA의 의의와 작품 구성을 알아보았다. YBA의 행보는 이 모든 요소를 통해 기존 미술의 답습이 아니라 재해석, 영국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독보적으로 주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가 집단의 형성

   
▲ YBA의 멤버들(일부)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순으로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게리 흄, 제니 샤빌, 마크 퀸, 사라 루카스, 채프만 형제, 질리언 웨어링

 서양미술사를 통틀어보면 수많은 유파(예술가 집단)의 태동 과정 및 영향력에 대해서 줄기차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유파인 인상파도 마찬가지이다. 전기와 후기로 구분되는 인상파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잘 알려진 예술가들이 많다. 거시적으로는 시대별, 미시적으로는 독립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즉 동시대를 살아갔지만 서로 다른 예술적 행보를 독립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공통성을 찾아낼 수 있다. 어제의 동시대 미술은 수많은 예술가 집단을 형성했으나 오늘의 동시대 미술은 그런 부분을 찾기 힘들다. 1980년대 말부터 이어온 YBA와 같은 집단만이 건재할 뿐이다. 21세기를 넘어서 2020년대를 마주하는 오늘에 눈에 띄게 태동하고 행동 재현의 근거를 가지고 활동하는 집단을 보기 힘들다. 예술가 집단의 형성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예술가 집단이 형성된다면 제도권 미술의 ‘권력의 늪’ 속에 허우적대는 예술가들이 비교적 적어질 것이다. 동시대 미술에서 예술가 집단의 역할은 예술가들 스스로 자조적인 공동 작업, 학술프로그램, 그리고 전시 기획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재현하는 것이다. YBA는 기존의 작가 중심적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또한 그들의 활동을 고취시키는데 필요의 수단인 컬렉터의 예술자본을 이용했다. 즉 새로운 예술가 집단의 역할을 제고해보고 복합적으로 살펴봐야할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 ⓒ데미안 허스트, 의사소통을 위해 한 방향으로 헤엄치는 고립된 존재들, 설치, 1991년

YBA를 통해 바라본 한국의 동시대 미술

 예술가 집단의 형성 문단에서 언급했지만 현재 동시대 미술은 국내외 예술가 집단 형성이 드물다. 더군다나 작금의 한국 동시대 미술은 예술가 집단의 형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레지던시 프로그램, 예술창작촌 등 예술가들이 모일 환경이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이 모든 프로그램들이 순수하게 자조적 집단형성과 서로의 작업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라기 보다 타인의 작업을 통해 나의 작업을 고취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창작 고취를 위한 예술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점을 비롯하면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순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그 아쉬운 점이란 예술가들 스스로 모여 예술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집단 형성의 부재를 해소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ism’ 도 좋고 YBA를 오마주하여 ‘YKA’ 도 좋다.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향한 순수한 목적 모여 상생도모를 한다면 무엇이 부정적이겠는가. 작금의 한국 동시대 미술은 아직까지 걸음마 상태이다. 경제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걷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넘어지고 구르고 피멍도 생긴다. 어설프게 걷고 있다고 자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미술계 측면이나 대중적 측면이나 현실을 잘 인식하고 YBA를 필두로 한 예술가 집단 형성과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해내야할 것이다. 고민해야할 문제가 많다는 것은 고쳐나가고 나아갈 기회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티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레베카 웨이 사장은 말에 따르면 한국은 미술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이 말처럼 한국의 동시대 미술은 가능성 속에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걷기 위해 부단히 준비해야한다.

*레지던시(Residency): (화가・작가・음악가 등이 특정 기관 소속으로 일하는) 전속[전속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의) 거주를 통틀어 레지던시라 부른다. 주로 국가나 지자체에서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과 더불어 예술 지원금을 지원한다.(ex.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창동 레지던시)

*크리스티(Christie): 1766년 런던에서 시작한 미술품 경매회사. 전 세계적으로 지부를 가지고 있다. 소더비와 더불어 미술품 경매에서 1위를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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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lawrencemin@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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