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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 보여주는 섬세함- 케테 콜비츠 전

고대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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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서울미술관, 케테 콜비츠 전

[디아티스트 매거진=고대영]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판화가 케테 콜비츠 자신이 기록한 역사의 한 단면에 관한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내 평화박물관과 일본의 사키마미술관의 협약을 통해 이뤄진 전시로써, 지구상에 벌어지는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기 위해 진행되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작품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작품들을 보며 그녀 자신이 기록가로서의 역할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그녀의 작품은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듯 했다.

전시는 크게 1차 대전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있다.

1차 대전 이전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 그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암흑 그 자체였다. 가난과 죽음이 반발로 이어졌고 그러한 반발은 여럿이 모여 투쟁으로 번졌다. 이러한 거칠고 투박한 사회를 그녀는 매우 단순하고 극명하게 그려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들이 담겨있다.

우선 한명의 개인을 그려낸 판화에 있어서 그녀는 주인공의 표정에 집중했다. 석판화라는 게 믿기 힘들 정도의 섬세한 표현이 작품마다 스며있었다. 이와 반대로 주인공의 표정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그야말로 생략에 가까운 모습을 드러냈다. 명암처리를 통해 아예 얼굴과 배경을 대조적으로 그려내기도 하고 선이 얇고 부드러운 얼굴에 비해 배경은 굵은 선의 다소 투박한 모습을 띄고 있다. 특히 일상에 지친 노동자의 모습이나 죽음을 의인화 하여 그려낸 장면 속에서 그녀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이를 통해 작품 속 인물의 표정에 집중을 할 수 있는 효과를 빚어내었다.

   
▲ Woman with Bowed Head 1905 ©Kathe Kollwitz

반면 앞서 언급했던 투쟁의 장면을 묘사할 때에는 그들의 행동에 집중을 했다. 이는 투쟁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인물화와는 다르게 행동에 집중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행동이 가져다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표정이 무언가를 말해준다고 여겼던 전자에서 그녀는 얼굴을 제외한 부분들을 단순화했고, 집단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힘이 더 클 경우에는 반대로 그들의 일치된 행동에 집중한 것이다.

결국 그녀의 대조적인 묘사방식이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의미를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 Uprisng, 1899 ©Kathe Kollwitz

1차 대전 이후

전쟁을 겪고 나서 케테 콜비츠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전쟁 이후의 참혹함을 드러낸 그녀의 판화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선이 굵은 그림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로 인해 주인공들의 표정이나 모습에는 전과 다르게 다소 현실감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나 오히려 전달하는 메시지는 극명했다. 이유는 배경에 있는데 주인공들을 감싸는 대부분의 배경에 그 어떠한 그림도 그려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정에서는 단순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슬픔의 전체성을 표현해야 한다.” 라고 적힌 그녀의 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단순성을 통해 섬세함을 그려내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거친 표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인물의 표정에는 투박하지만 여전히 섬세함이 담겨있었고 이는 전쟁으로 인한 이별, 생존에 대한 자책 등 극단적인 아픔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전쟁을 그려내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수의 자화상과 함께 그려냈다. 죽음을 그려낸 작품들은 전쟁을 그려냈을 때와는 또 다르게 섬세하고 부드러운 선들로 채워져 있었다. 또한 앞서 등장한 그녀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가족의 행복이나 화목함을 그려낸 것들도 등장하게 된다. 전시의 끝자락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웃는 얼굴은 결국 작가 자신이 그리고 싶어 했던 원래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Family 1931 ©Kathe Kollwitz

이번 전시에서 작품과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의미는 매우 크나 미술관의 디자인이 이를 다소 깎아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보통 가장 먼저 관람하게 되는 1층에 전쟁 이후의 작품을 전시했고 2층에 그 전의 작품을 담았을 뿐더러 갤러리 내부에서 역시 동선의 불편함이 다소 존재했다. 여기에 해설을 돕는 팸플릿은 더욱 섞여있어서 약간의 아쉬움을 함께했다. 그러나 과거의 순간들을 사고의 단순화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준 그녀의 섬세함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전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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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기자
ihskdy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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