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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검은 대륙 아프리카_Africa now

김아름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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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아름] 작년 이 맘 때쯤, 나는 유학생의 자격으로 헝가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없던 그 곳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유학생들과 어울렸고 싸이 덕분에 쉽게 많은 유학생 친구들을 만들었다. 그 중 다수가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 이었고 나이지리아를 비롯하여 가나, 탄자니아 등등 아프리카 각지에서 유학 온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하지만 이 친구들과 지내면서 가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미묘한 유대감을 종종 느꼈다. 분명 각자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었지만 같은 인종, 같은 언어 그리고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라는 이름아래 하나로 뭉쳤고 마치 같은 나라에서 함께 온 친구들인 것처럼 지냈다. 한편으로는 내심 아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각자 다른 국가에서 왔지만 하나의 대륙 안에서 비슷한 정서를 공유했을 그 들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1960년, 아프리카의 해라고 불리며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지배로부터 탈피하였고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쟁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강들이 지배했던 그 곳에 남은 것 이라곤 싸움의 불씨뿐 이었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는 오랜 기간 동안 내전과 독재로 인해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상황이 안정 되어갔고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희망의 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또한 여러 이유로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대륙에서 살게 된 아프리카 인들은 *디아스포라를 형성하며 그들만의 작은 아프리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의 아프리카의 예술가들은 이에 대한 기억들을 자신들의 손끝으로 표현하였고 세상 밖으로 내보였다. 이 것들이 모여 바로 <아프리카 나우展> 에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단순히 아프리카에서 거주하는 작가들이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전시하지 않았다. 탈 식민시기를 겪고 내전을 겪은 아프리카인들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을 겪고 있는 이민 2,3세대 아프리카인 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억을 모아 예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표출하고 구체화하여 우리에게 보였다. 여기에는 그들의 역사라는 부분이 필연적으로 반영이 되는데, 과거에 그들이 겪었던 일들은 그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석이 되고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거친 뒤 역사가 되고 사회적으로 공유가 되고 집단의 기억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 이다.

   
▲ 전시장 입구

 이를 반증하는 듯 2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시선을 사로 잡는 비디오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탈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사자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은 마냥 흥겨워 보이지 만은 않는, 어딘가 구슬퍼 보이는 춤을 춘다. 역설적이게도 슬픈 춤사위를 보여주는 그들의 옷 색깔은 원색으로 알록달록하게 되어있다. 이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닉 케이브(Nick Cave)의 작품이다. 그는 로드니 킹 구타 사건과 LA폭동 사건을 겪었고 흑인이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사회에서 소외 받는 흑인들의 현실을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의아할 정도로 밝은 계통의 슈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문화와 토속 신앙들을 반영 한 것이고 얼굴을 가린 것은 인종과 성별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편견을 없애려는 것이고 더하여 행위자들 보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까지 노렸다고 본다. 미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차별과 불합리들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그들 모두가 공유하는 그들의 문제가 되었다. 이에 맞서 싸워나가며 그들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미국 이라는 사회 안에서 그들의 전통이 가미 된 또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특이한 공간이 한 군데 있다. 분명 아프리카 미술을 전시하고 있지만 입구와 출구는 코린트 양식의 기둥으로 장식 되어 있고 벽면도 유럽 미술관에서 볼 듯한 짙은 올리브색으로 칠해져 있다. 우스개 소리로 대영 박물관을 가야 이집트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는 데 이는 열강들의 약탈 문화를 표현한 씁쓸한 말이다. 이 전시장은 이 뼈있는 말을 그대로 표현한 것 이다. 마치 대영박물관 혹은 루브르에 있는 아프리카 관에 온 것처럼. 이제 막 현대 미술로 인정받기 시작한 아프리카 여성들의 퀼트 작품을 비롯하여 비즈 공예, 도자기 작품들이 전시 되어있는 가운데 한 쪽 에는 으스스한 느낌의 고물 덩어리로 만든 얼굴 같은 것들이 전시 되어 있다. 이는 모잠비크의 작가 곤살로 마분다(Goncalo mabunda)의 작품이다. 포르투갈의 지배 이후 독립한 모잠비크는 독립 이후 16년간 내전을 겪었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된 그 곳에 남은 것이라고는 황폐한 땅과 무기들뿐 이었다. 그 때 이 작가는 무기를 농기구와 바꿔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내전에 사용 되었던 무기들을 농기구와 교환해갔고 교환된 무기들을 이용하여 작가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무기는 전쟁을 대유적으로 나타내주는 하나의 도구이며 동시에 정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오브제이다. 비단 모잠비크뿐 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탈 식민과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많은 전쟁들을 겪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전쟁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그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아프리카에서 사회적 기억이 되었고 모두가 공유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 집단 기억, 아프리카인 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억을 모아 문화적으로 재현하여 예술이라는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무기로 만들어진 예술작품들은 단순히 전쟁을 뜻하던 오브제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인 들의 창의와 회복을 나타내는 새로운 오브제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즉, 집단기억을 공유하는 모두가 예술의 주체가 된 셈이다.

 3층 전시장으로 올라가게 되면 초입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끄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드레스들이 전시 되어 있다. 19세기 유럽 상류층 여자아이들이 입었을 법한 디자인의 드레스들은 어딘가 조금 독특하다. 아프리카에서 여인들이 자주 입을 법한 강렬한 색과 화려한 아프리카 전통 무늬들이 그려진 천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들 이다. 이 천은 더치 왁스(Dutch wax)라고 불리는 천이며 이 천은 1960년 아프리카가 독립하던 해에 자신들의 주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이 극대화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래 이 옷은 유럽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동인도 회사에서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 이었다. 하지만 이에 실패하자 다시 아프리카로 역수출을 하게 되었고 이는 아프리카인 들의 기호로 자리잡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전통과 주체성으로 인식 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프리카 인들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믿고 있던 것이 아이러니 하게도 일종의 식민잔재인 셈이다. 이 더치 왁스로 서양풍의 옷을 만들어서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아프리카인 들의 정체성을 예술로 표현한 것은 이 작품을 구상한 작가는 나이지리아 태생의 영국 작가 잉카 쇼니바레 (Yinka Shonibare, MBE)이다. 더치 왁스로 만든 옷이 한편으로는 식민의 잔재이니 빨리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이자 이를 지켜보는 다른 이에게 그들의 역사와 열강의 행동들을 잊지 않게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민지배를 받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열강들의 문화는 자의든 타의든 유입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과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과 타협하기도 하며 또 다른 문화를 생성했다는 부분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아프고 치욕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서구열강들의 행태를 비판할 수 있는 문화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가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며 동시에 아프리카의 현재까지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 잉카 쇼니바레 (Yinka Shonibare, MBE)의 작품 <Little rich girls>

 전시회를 보며 아프리카의 역사는 약속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과거를 살고 같은 기억을 공유해왔던 아프리카 사람들은 식민 지배하에 독립을 함께 약속하였고 이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였다. 탈 식민 후에는 모두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 아래 불완전한 독립체 하에서 각자의 신념과 약속하고 충돌을 겪기도 했다. 아프리카 밖에서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디아스포라를 형성하여 차별과 불합리 속에서도 자신들의 정체성과 전통을 지키자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은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지켜지고 있다. 이러한 공유된 약속들은 그들의 끓어 넘치는 열망의 결정체로 볼 수 있고 이는 예술로서 표출 되었다고 생각한다. 식민 지배와 수많은 내전 그리고 차별. 오랫동안 아프리카 사람들이 겪었던 일들이고 이들의 역사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그에 좌절하고 단순히 수용하기만 했다면 아프리카의 현재가 의미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사람들은 똑같은 것을 좋아할 때 보다 똑같은 것을 싫어할 때 더 강한 친분과 유대감이 생긴다고 한다. 이것을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대입시켜 본다면 이 들에게는 서구 열강, 차별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고 이것은 나라를 불문하고 아프리카 대륙 내에 있는 나라들에게 연대감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로서 표출된 아프리카의 현재가 한편으로는 거룩하고 비장하게 느껴졌지만 그 속에서도 역동적인 그들의 모습과 표현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고 희망을 위한 또 다른 약속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 시간은 2월 15일 까지로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과거를 담은 현재의 모습을 보고 미래에 대한 약속을 받고 싶다면 늦기 전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디아스포라: 원래는 팔레스타인 밖에 살면서 유대교적 종교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여기서는 기존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나라 밖에 자리잡은 집단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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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
kir928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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