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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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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조너선 아이브>

[THE ARTIST 매거진=정인채] 최근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애플에 대한 소식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단지 애플의 제품 판매량과 수익 뿐 아니라 그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 –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과거의 영광으로 치부되던 애플이 어떻게 다시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 – 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사람과 디자인’이 있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기술과 제품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애플 신화의 핵심은 디자인이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와 현재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은 물론 평소 IT기술이나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마저도 주목하게 되는 인물이 여기에 있다. 바로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다. 그의 전기 <조너선 아이브>는 바로 애플의 성공을 이끈 조너선 아이브라는 인물과 그의 디자인 철학은 물론 그것이 암시하는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산업디자인 분야가 아니더라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디자인은 중요하다. 광의로 보건데, 디자인은 우리 삶의 일부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인이 제품, 서비스 등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사소한 부분부터 살펴보자. 집안의 인테리어 디자인 이전에 어떻게 설겆이를 하고 그릇은 어디에 배열해 두며 자신의 책상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편리한가, 자산 관리 이전에 가계부는 어떻게 작성하고 관리하여야 하는가, 또한 다이어리는 어떻게 활용하는가 등 생활의 세세한 부분이 디자인과 맞닿아 있다. 개인의 일상을 떠나 조금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가보면 그것은 더욱 자명해진다.  ‘일을 어떻게 하느냐’, ‘일의 스케쥴링을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느냐, 혹은 조직을 리딩하고 관리하느냐’는 전반적인 아웃라인에서부터 구체적인 세부계획의 수립이 필요한 디자인 행위에 속하고, 경중을 떠나 이는 성공 그리고 ‘혁신’의 기초이다.

<컬트 오브 맥> 리앤더 커니의 전기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하드웨어 (이제는 오에스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디자인을 총괄하며 현존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 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이 책은 전기라고 부르기에 다소 성긴 부분이 없지 않다. <컬트 오브 맥>을 위시한 애플 파워 블로거 답게 많은 조사를 거쳤다고 할지라도 상당 부분의 내용을 윌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에 근거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성향과 내부 정보 차단 때문에 일부 애플 출신의 인사들을 통해 일종의 엿보기에 국한됨에 따라 전기 집필에 있어서는 상당한 제약과 한계를 가진듯 하다. 하지만 잡스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보호) 아래 실질적인 애플 디자인의 언어를 개발 및 정립하고, 지금의 애플의 성장을 만들었으며 현재 애플의 방향을 그와 그의 디자인 팀이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시도는 가치를 지닌다. 또한 인간의 사상, 예술 및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기에 접어든 듯한 지금의 세계에서 스스로에 대한 혁신의 방향성을 암시해준다는 점에서 양서의 가치를 지닌다. 신사답게 차분하고 조용하며 큰 고난 없이 무난한 인생을 살아온 아이브의 인생 자체는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 성공에 성공의 연속이니까 말이다. 언젠가 한 번 실패도 할텐데 오히려 미완의 전기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의 디자인 인생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속에 간과하고 있던 중요한 부분은 수면 위로 끄집어내어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아이브라는 인물 자체가 아니라 아이브의 성장 과정을 통해 암시되는 메시지가 그렇다. 어느덧 우리는 디자인 중심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것을 여전히 무시하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깊은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 가만 보면 그 디자인에 모든 일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 세계, 그 중심에 조너선 아이브가 있다.

아이브는 말한다. 물질 자체가 아니라, 그 물질로부터 느끼게 되는 감성을 생각한다. 이 의미는 자기 만족이 아닌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디자인을 승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단지 외양뿐만이 아니라 내부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디자인이다. 나사 하나, 세부적인 부품 하나까지 단순화하고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기계 설비를 갖춘다는 것은 기업의 생리를 보았을 때, 잡스라는 인물의 주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비전과 확신을 가졌다고 해서 재무제표나 순익 분석표는 무시된다는 것은 이제껏 경험해 본 기업의 현실에서 보면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문제는 남들이 (심지어 애플 내부에서도) 비현실적이고 무모하다고 할 때, 그것을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잡스를 만난 아이브는 행운아였다. 이런 점은 비록 조직을 변화시킬 수 없는 우리이지만 스스로 가진 사고의 벽을 허물기에 좋은 교훈을 남긴다. 그럴 수 있다면 한순간에 모두가 변화할 수는 없을지라도 결국 언제가는 ‘안된다’가 아닌 ‘해보자’로 변화될 수 있다. 조직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면 적어도 ‘나’라는 개인이 비전이 가진 모든 일에는 응용할 수 있다. 그것은 혁신의 시작이다. 

아이브와 잡스에게는 집착이 있었다. 완벽성에 대한 집요함, 그리고 집중. 그러면서도 디자이너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심지어 사용자들에게도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래서 제품의 디자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제품의 용도에 따라 사용자가 그 핵심에 바로 접근하게 돕는 디자인을 지향해 왔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숨기려 든다니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철학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화려한 것은 주목 받기에는 쉬우나 또 다른 화려함에 자리를 내주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화려함과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완성도와 직관성으로 소통하는 것은 진정한 본질과 가치에 접근하도록 한다. 자연히 그 디자이너는 보다 진정한 의미의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제 당분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이 놀라운 하드웨어의 등장은 보기 드물지도 모른다. 대신 사용자 기술은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깊이를 더해 가리라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섹터의 새로운 제품은 언제나 등장하겠지만 말이다. 그 내부적인 혁신은 완벽성에 대한 추구이다. 혁신에는 화면이 커지거나 작아지고 모양이 바뀌는 것만 포함하지 않는다. 아이브와 그의 팀은 자신들에게는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기술이 자리잡았다면 이제는 그것이 우리 생활에 더 깊숙히 관여한 필수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뼛속부터 완벽한 제품인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기기들이 인간의 생활 속에 장난감이나 단지 소도구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시점에서 이 책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줄지도 모른다. 그것은 구체적인 지식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고와 지향점에 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치를 지닌다. 현재 진행 중인 사람의 업적보다는 그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행보를 조명하며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현재 어떤 분야에 몸담고 있느냐를 막론하고 이 책에 한번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개인들이야말로 혁신이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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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채
strawpo@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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