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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반 고흐, 최북

양소현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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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북 <풍설야귀인> 18c 종이에 담채 66.3*42.9cm 개인소장

[THE ARTIST 매거진 = 양소현]

해 저물어 푸른 산은 멀고

날이 차가워 초가집 초라하구나

사립문 밖 개짖는 소리 들리자

눈보라 치는 밤에 돌아온 사람

 누구나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걸어간다. 그것은 마치 무형의 대상과의 끝없는 사투나 매한가지다. 사투란 자고로 초여름의 습한 바람도, 가을의 선선한 바람도 아닌 두 뺨을 얼게하고 온몸을 옴짝달싹하게 만드는 한 겨울의 눈보라와 닮았다.

 한번 스칠때는 큰 나무와 발가벗겨진 산을 보며 제법 춥겠구나 하고 지나칠 법한 그림이, 두번만 눈여겨 보면 맨 아래에 위치하는 노인으로 보이는 어른과 아이가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 스러져가는 초가집 사이로는 검은 개 한마리가 그들을 발견하고 뛰쳐나오고 있고 그렇게 그림 속 주인공 모두는 한 겨울 혹독한 추위를 자신의 몫만큼 감당해내고 있다.

조선화단의 이단아 최북

조선 후기의 화가 최북 (1712~1786) 은 호방한 필체와 거침없는 필선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남다른 일화와 행적으로 유명세를 띄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손가락으로 두 눈을 찌르고, 산에서 투신하는 등 기이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으며, 한 평생을 제도권 미술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화풍을 구사하다 49세가 되는 해 서울에서 객사했다.

이렇게만 듣는다면 작가의 생애가 비극으로 점철된 일반적인 예술가의 전형적인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물론 그를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통으로 인해 그가 불행했는가? 라는 물음엔 우린 쉽게 답하지 못한다. 제도권 화풍에서 벗어났기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관을 지킬 수 있었으며, 적어도 종이 앞에서는 한 점 부끄럼 없이 진실함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어쩌면 성공한 실패

자본은 그림 한장에도 가치를 매길수있는 힘을 부과하게 되었고 그 힘은 곧 예술가의 영혼에게도 직결된다. 하지만 성공을 위한 예술이 예술가 자신에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한다. 예술가의 길은 마치 그림 속 험준한 바위처럼 폭풍이 몰아치고 한걸음 옮기기도 힘든 폭설의 밤과도 같다. 자신을 올바르게 마주하는것이 진실이라면 그것은 아주 옛부터 부와 명예와 성공이 아닌 가난과 실패와 눈물 편에 종종 서왔다. 견디고, 인내하고, 버텨야하는 그 길은 달콤함과는 항상 거리가 있었고, 오로지 용기있는 자들에게 그 길이 허락되었다. 이렇듯 물질이 아닌 예술의 편에서 보면 그는 꽤 성공한 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힘든 시대라고 말한다. 너도 나도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아우성치고 있고, 네 것보다 내것이 모자라니 난 아무런 가치 없는 인간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물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 성공만이 인간이 추구해야할 최상의 가치라고 배워왔고, 그 기로에서 이탈하면 실패자란 낙인이 찍히고 만다.  성장을 멈추고 진리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미 갈곳을 잃고, 불행으로 점철된 자신의 본질을 직면하기보다 타인에게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의 우리에게 옛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담담히 말을 건넨다. 변명없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너만이 힘든게 아니며, 결국 살아있는 모든 인간의 숙명은 고통을 담담히 마주하는 것이였다고. 지금 세대도, 그 이전 세대에도 고통은 항시 다른 모습을 갖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존재해 왔으니, 그러니. 너무 슬퍼하진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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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현 기자
thgus1231@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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