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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과거로부터의 탈출 : <존 윅>, 미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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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정인채] <매트릭스>의 네오가 느와르의 킬러로 돌아왔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존 윅>에 대한 이야기다. 

네오라는 과거에 대해

키아누 리브스하면 <매트릭스 시리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배우로서 일생일대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뜻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키아누 리브스가 <매트릭스>에 속박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폭넓은 연기 활동을 이어나가야할 배우에게 이러한 모습은 양날의 검이 된다. 많은 것을 보여주리라 기대되었던 키아누 리브스는 이후 변신하기 어려운 배우가 되었다. 그가 어떤 작품 속 어떠한 캐릭터로 등장해도 마치 스미스 요원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네오로 카피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아직 <구름 속의 산책> 속 폴을 기억할지 모른다. <액설런트 어드벤쳐>의 얼간이, <스피드>, <체인 리액션>의 액션 영웅, <폭풍 속으로>의 자니, <아이다호>의 스코트 역시 그의 또 다른 아바타르였다. 하지만 <매트릭스>까지 그의 모든 필모그라피가 네오로 요약되었듯 <매트릭스> 이후 그는 네오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여전히 세계적인 스타인 것은 분명하지만 냉정히 말해 어떤 영화에 출연하든 배우로서 그에게 가졌던 기대감은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그의 신작 <존 윅>을 만나게 된다. 

   
▲ 영화 <존 윅> 중에서

단순한 이야기, 화려한 액션 영웅의 귀환

<존 윅>에서도 네오를 지울 수는 없다. 그런데 키아누 리브스는 <존 윅>의 주인공 존 윅 역을 통해 네오의 흔적을 지우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네오다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때 암흑 세계의 전문 킬러였던 존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곧 아내와 안타깝게 사별한다. 아내가 막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진 시간을 보내던 날, 존에게는 아내가 보낸 상자 하나가 도착한다. 상자 안에 든 것은 작은 강아지였다. 아내는 죽음을 앞두고 존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마지막 선물을 보냈던 것이다. 존은 그 강아지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슬픔을 치유해나간다. 하지만 영화 <존 윅>은 상처 치유의 감동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우연히 존의 스포츠카를 보고 탐내던 괴한들이 존의 집에 침입하게 되고, 괴한들은 존을 폭행하고 강아지까지 무자비하게 죽인다. 잔혹한 킬러 존 윅이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끈이 끊어져 버린 순간이었다. 잠자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것은 복수극의 서막에 불과하다. 괴한들이 러시아 갱이고, 일을 주도한 인물이 과거 존이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 비고의 아들임이 밝혀진다. 존은 피의 복수를 다짐하고, 복수의 스케일은 나비효과처럼 커지게 된다.

사실 <존 윅>은 이야기가 매우 빈약한 영화다. 존의 화려한 액션이 나오기까지 어떻하든 개연성을 맞춘 것이 스토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시나리오의 깊이는 얕다. 하지만 그 복수 액션 만큼은 상당한 공을 들인 모양새다. 액션만 본다면 한국 영화 <올드보이>의 영향도 느껴지고, 총알이 피해가는 액션 영웅이라는 면에서 멀게는 홍콩 느와르 걸작 <영웅본색>의 추억도 떠오르게 만든다. 하지만 액션과 달리 이 영화의 서사적 빈곤은 감히 <올드보이>와 비교할 수 없다. <영웅본색>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비록 홍콩 느와르가 다소 과장스러운 어법을 구사하기는 하지만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의리와 우정 그리고 진한 페이소스는 납득하기 어려운 개연성의 <존 윅>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존 윅>에는 몇 가지 영화적 장점을 짚어볼 수 있다.

   
▲ 영화 <존 윅> 중에서

먼저, 앞서 언급한대로 액션에 집중했고, 볼거리에 충실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는 소위 ‘을’이 ‘갑’에게 행하는 장쾌한 복수극이다. 비유하자면 퇴사한 지도 한참 지났는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전 직장 상사에 대해 성토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존은 조직에서 떠났지 오래지만 결국 복수의 화살은 특정 대상 뿐 아니라 조직 전체로 향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 존은 러시아 마피아의 소유의 건물을 일층부터 싹 훑고 지나간다. 쫓아가는 복수 액션의 흥미진진한 볼거리. 서사 없는 액션 장르가 있다면 <존 윅>이 갑인 셈이다. 

다음으로 관객 심리의 효율적인 역이용이다. 사실 <매트릭스>의 네오가 디스토피아로부터의 해방을 이끄는 메시아였다면 반대로 <존 윅>의 존은 디스토피아로 이끄는 저승사자다. 하지만 관객은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을 보면 당연히 그는 정의로운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매트릭스 세 편이면 풍월을 읊는 것이다. 이 경우 전작에 대한 속박이 <존 윅>의 허술함을 메꾸고 거의 일방적인 폭력성의 균형도 잡아준다. 실제로는 존 윅을 두고 결코 선이라고 부르기 어렵지 않을까? 그럼에도 네오는 존의 이유없는 액션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관객은 그의 액션에 몰입한다. 화려한 액션 영웅의 귀환인 것이다.

존 윅의 미래에 관하여

오랜만에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가 주목받는다는 것 자체는 반갑다. 스토리가 중요한 국개 관객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빈약한 서사를 감당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존 윅>과는 관계없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원래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우는 이국적(혹은 다국적) 분위기의 외모와 더불어 연기의 깊이가 기대되는 배우였다. 재능있는 배우일지라도 배우가 작품을 넘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스타라는 역할과 배우 사이의 미묘한 간극도 느껴진다. 스타는 다시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존 윅>의 캐릭터 존은 네오라는 원점으로 회귀했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재탄생하기 위한 과정 말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액션 영웅이지만 실제로 존 윅이라는 캐릭터는 네오가 희석되는 지점, 혹은 포스트 네오를 기대할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No more(그만)’ 같은 대답으로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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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채
strawpo@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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