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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술과 담론하기 <광기의 끝, 고야와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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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IST 매거진=양지나 에디터]영화를 보다 문득 미술 작품에서 본 듯한 장면이나 의미가 생각 날 때가 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래 전 부터 이 두개의 분야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왔다. 영화 감독이나 미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써 같은 화두를 경험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나 미술작품이 공통적인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 줄까. 또 이런 화두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 © 고야 전쟁의 참화

광기의 끝, 고야와 스토커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는 스페인을 보며 판화연작집 ‘전쟁의 참화’를 제작했다. 그는 작품 속에 광기어린 인간의 추악하고 잔인한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쟁이란 커다란 명목하에 인간은 서로를 죽이는 비 이성적인 행동을 감행한다. 고야의 작품을 보고 나면, 어쩌면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자신의 쾌락만을 쫒는 어리석은 동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고야는 전쟁의 참화 연작집 뿐 아니라 이후 검은회화 연작집을 제작하여 그의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며 그의 대표작 ‘아들을 삼키고 있는 사투르누스’를 탄생시킨다. 고야의 어느 작품보다도 가장 역동적이고 극적인 이 작품은 , 사투르누스 라는 고대 로마의 농경신이 자신의 왕위가 빼앗긴다는 신탁을 듣고 아들들을 차례로 잡아먹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잡아먹는 그 순간 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짐승과 같이 표현됬다. 우리는 사투르누스를 보며 인간의 악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는 싸이코패스가 되어가는 어린 소녀 인디아의 독특한 성장물로 볼 수 있다. 사실 인디아는 싸이코패스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었다. 인디아의 본성에서 싸이코패스의 기질을 발견한 아버지는 일찍이 인디아의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자신에 대해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인디아는 삼촌 찰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같은 싸이코패스인 찰리를 만나게 되며 자신의 본성에 대해 깨닫고 추악한 싸이코패스가 되어간다. 결국 마지막엔 살인의 광기에 젖은 인디아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 © 영화 스토커

인간은 자신들 만의 선과 악을 결정하고 그것을 진리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수백년 전에는 빨간 머리는 ‘죄’ 와 ‘악’ 이었으며 동성애는 정신병이었다. 흑인은 백인에 비해 저급한 존재 였고 여성과 남성의 인권은 동등하지 않았다. 시대가 변하고 인식이 달라지며 선과 악에 대한 기준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선과 악에서 과연 절대적인 기준이란것이 존재할까? 만약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야의 작품이나 영화 스토커에서 보여지는 악은 그저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에 불과하지 않을까? 고야의 사투르누스나 영화 스토커에서 인디아는 무지막지한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둘 다 그것이 ‘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죄책감도 일절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본능에 충실한 존재로 그려진다.

사회의 안정을 위해 정해놓은 기준에 의해서 우리는 사실 모두 다 알고 있는 인간의 추악하고 본능적인 욕구를 외면한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작품의 작가들은 인간의 그림자에도 조명을 비추었다는 것이다. 이성이란 보기 좋은 허울에 빠져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고야의 작품이나 영화 스토커에 나오는 존재는 우리와 같은 ‘인간’ 이다.

신기하게도 위와 같은 예시들 말고도 수 많은 영화와 미술은 서로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한다. 즉, 우리 사회에서 의논해야 할 주제들이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공유하고 있는 것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머리아픈 미술의 철학적 이야기나 대학생들이 꼭 배워야 하는 ‘인문학’ 따위들이 별게 아니고 바로 이런 것들이다.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 예술은 감사하게도 어렵게 풀어 놓은 줄글이나 듣도 보도 못한 철학자들의 이름들을 줄줄이 말해대지 않는다. 그냥 보고 느끼면 그게 인문학이고 철학이다. 이제 우리는 예술을 감상하며 철학과 인문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영화나 미술을 넘나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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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나
press@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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