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lly thought what I would do, if I ever learned to draw properly, was I would try to change the world. :내가 그림을 제대로 배운다면 꼭 하고 싶었던 건,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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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스타와 천재 아티스트의 특급 콜라보레이션’이라는 홍보 카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원제: For No Good Reason)’은 포스터만으로도 벌써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 뿜는다. 영국의 카투니스트 랄프 스테드먼(Ralph Stedman)에 대한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1998)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를 통해 그와 인연을 맺은 헐리우드 스타 조니 뎁의 내레이션과 함께 진행된다. 카메라는 랄프 스테드먼과 조니 뎁의 만남을 시작으로, 스테드먼의 생애와 작업 방식, 예술 철학과 그가 세상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담아낸다.
스테드먼은 1960년대부터 강력한 풍자 만화를 그리는 카투니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하고, 이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랄하고 파격적인 작품세계를 펼친 예술가이다. 그는 그의 인생에서 땔래야 땔 수 없는 동반자인 미국의 저널리스트 헌터 S. 톰슨과 함께 취재 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1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서술하는 ‘곤조 저널리즘’을 창시했다. 톰슨의 글과 스테드먼의 삽화가 어우러진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는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스테드먼은 이 외에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50주년 기념판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의 삽화와 뉴욕 타임즈, 롤링스톤 등에 풍자만화를 작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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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프 스테드먼의 작업모습 | ||
“내 생각에 미국은 세상의 모든 부정을 육성하는 곳이었어. 제동을 걸어야 겠더군. 그건 나한테 주어진 사명이었고, 세상을 바꾸는 건 내 의무였거든.“
스테드먼의 작품들은 특유의 삐딱한 시선과 도발적인 유머 감각으로 사회·정치적인 이슈들을 비판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나 그는 권력, 전쟁, 폭력과 빈곤에 방치된 이들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주제 선정이 그의 그로테스크한 그림체와 맞물려 작품의 풍자적인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는 스스로 프란시스 베이컨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꼬며 반전사상과 인권문제,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판화집 ‘카프리초스’와 ‘전쟁의 참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60년대부터 여든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까지 50년을 가까이 날이 선 팬 끝으로 세상에 일침을 가했으면서도, 자신의 작품을 보고 더 자극적이고 도발적이어야 했다며 못내 아쉬워하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미술은 속임수 인지도 모르겠어. 여기에 뭐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거든. 빈 종이에서 시작했지만 그 이상의 것이 됐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는 거야.”
그의 작업 방식은 마치 재밌는 놀이를 보는 것 같다. 그는 장난스러우면서도 기발한 여러 시도를 통해 작품을 그린다. 종이에 물감을 바르고, 흩뿌리고, 불고, 칠하고, 다시 긁어내다보면 어느새 놀라운 그림이 탄생하게 된다. 그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에너지에는 이런 작업 방식이 한 몫 하는 듯하다. 또,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뒤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스테드먼은 자신의 작업방식을 두고 프로다워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연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매 순간 즐기며 자신의 영감으로 승화하고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누구보다 프로답다.
“내가 예술가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카투니스트라고 하지.”
배경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며 화면을 가득 채우는 89분 동안의 감각적인 영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랄프 스테드먼의 예술세계 한 가운데에 들어와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스테드먼은 스스로를 예술가가 아닌 카투니스트라고 지칭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우리는 그가 그 누구보다도 예술가다운 진정한 예술가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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