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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미지의 걸작>과 그 속의 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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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예술가 시리즈 2] 
발자크 <미지의 걸작>과 그 속의 화가들
: 소설가 발자크가 꿰뚫어본 예술가의 갈등과 미술에의 영향

사회를 기록하는 소설가, 발자크

[THE ARTIST 매거진=정보라 에디터]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 오노레 드 발자크, 그는 전근대의 계급사회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변화하던 혁명의 시기에 태어나 왕성한 집필활동을 통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러한 작품활동의 가장 큰 의의는 그가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찰한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소설 속에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97편의 소설들을 통틀어 <인간희극>이라는 명칭을 붙이는데, 한 작품에 다른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이 등장하고 실존했던 인물들이 소설 속에 등장함으로써 마치 당대 프랑스 사회를 전체를 옮겨놓은 듯한 거대한 드라마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발자크 작품세계 속에서 잘 묘사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예술이다. 발자크는 본래 예술, 특히 회화에 대한 관심이 지극했던 인물이었다, 그의 여러 소설 속에는 이러한 천착이 잘 드러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미지의 걸작>이다.

   
 

Pablo Picasso. Le Chef-doeuvre inconnu 미지의 걸작. 1931. (Reproduced drawings)

발자크의 소설 <미지의 걸작> 그리고 그 안의 화가들

<미지의 걸작>은 1장 ‘질레트’와 2장 ‘카트린 레스코’로 나뉘는데 질레트는 작품 속 등장하는 푸생의 아름다운 연인으로 실제하는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카트린 레스코는 프렌호퍼가 10년간 그려온 그림 속의 여인으로 완벽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신진화가 푸생이 유명한 화가 포르뷔스의 작업실에 들렸다가 이상한 노인 프렌호퍼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프렌호퍼는 10년에 걸쳐 거의 완성해온 걸작을 숨겨두고 있었고, 푸생은 이 작품을 본다면 자신도 진정한 예술을 알게 되리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래서 프렌호퍼가 그 걸작을 완성할 수 있도록 자신의 아름다운 연인인 질레트에게 모델이 되어주기를 부탁하고, 프렌호퍼는 그 대신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로 한다. 그러나 푸생이 막상 보게 된 프렌호퍼의 작품은 온갖 색들의 혼란스런 터치아래 형태를 잃은 그림 벽이었다. 프렌호퍼는 완벽한 여인의 본질을 그려내기 위해서 한 붓 한 붓 색을 더했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 것이다. 후에 프렌호퍼는 그것을 깨닫고 캔버스를 태우고 자살한다. 그리고 마지못해 모델이 되어 낱낱히 꿰뚫려 관찰되는 고통을 겪은 질레트도 푸생을 원망하며 떠나게 된다.

   
 

Paris. Ambroise Vollard, Editeur. 1931. Folio. pp. xv, A-P, 94. Illustrated with 13 etched plates by Picasso. Full dark brown crushed morocco by Georges Crette (피카소가 그린 미지의 걸작 삽화)

 완벽한 아름다움을 찾다가 결국엔 걸작 카트린 레스코를 완성하지도, 아름다운 질레트도 지키지 못한 이와 같은 결말은 발자크의 오랜 탐구 대상이었던 ‘생각은 인간을 파괴한다.’라는 신념을 드러낸다. 즉, 너무 깊은 집착과 이상에 대한 강박관념은 오히려 삶을 파괴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패러독스는 <미지의 걸작>에서처럼 예술가가 겪는 갈등과도 일치한다.

선과 색, 형태와 본질을 두고 완벽함을 찾으려 분투한 프랜호퍼와 푸생은 선과 색 사이의 미술사의 오랜 분투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미술의 두 요소는 두 인물의 실존 모델의 삶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푸생은 실제로 17세기 신고전주의 화가 니콜라 푸생을 모델로 한 인물로, 그는 ‘선’을 중요시 했던 작가였다. 반면에 프랜호퍼의 경우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18세기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를 염두하고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들라쿠르아는 상대적으로 흐린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던 인물이었다.

또한 색을 더하다가 형태를 잃은 걸작 ‘카트린 레스코’는 마치 초기 인상주의자들이 봉착했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하다. 이 소설을 읽은 세잔은 이렇게 말했다. “ 프렌호퍼, 그는 바로 나다. (Frenhofer, c’est moi.)”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 속의 대상을 표현하는 동안 형태를 잃은 초기 인상주의. 세잔은 <미지의 걸작>을 보며 그 시기의 자신과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발자크의 예술적 통찰력과 그 영향

발자크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서 사회의 일면들을 냉정하게 꿰뚫어 보았고 그러한 사실적인 인간사가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이는 예술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미지의 걸작> 한 작품만을 보아도, 그 속엔 17세기 고전주의부터 18세기 낭만주의를 거쳐 당대 도래했던 19세기 인상주의까지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화풍과 특징이 묘사되어 있고,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예리한 미적 통찰력으로 각 사조들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발자크 소설 속 화가들은 그 시기 세잔이 겪었던 것과 같은 고뇌를 겪는데, 이런 그의 소설은 세잔이나 피카소 같은 화가들이 자신이 처한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왔을 것이다.

세잔은 포르뷔스와 달리 사물의 본질을 그리기 위해 색의 덧칠이 아닌 다시점을 활용했고, 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입체주의 화가 피카소는 기꺼이 <미지의 걸작>삽화를 맡아 그렸으며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Grand-Augustins 거리의 스튜디오에서 <게르니카>를 완성했다.

 Plaque commemorative du 7, rue des Grands-Augustins, ou Honore de Balzac a situe Le Chef-d’œuvre inconnu et ou Picasso installe plus tard son atelier – 그랑 오귀스탕 7번가에 붙어있는 석판: 피카소가 이 건물의 아틀리에에서 살며 <게르니카>를 완성했고, 발자크의 소설 <미지의 걸작>의 무대가 되는 곳임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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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기자
tonique@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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