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매거진=김소형 에디터]미술관의 새하얀 벽에 화려하고 선명한 스프레이 페인트가 뿌려졌다. 작품들이 걸리던 자리를 홍대와 압구정, 부산대 등지의 지하철역과 골목길의 벽면을 뒤덮던 그래피티가 채웠다. 화이트 큐브는 더는 화이트(white)하지 않지만,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된 듯하다. 안산의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거리의 예술_그래피티 아트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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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Graffiti)는 골목이나 건물 벽면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문자와 그림을 통칭하는 단어로, ‘긁다’ 혹은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유래했다. 1970년대 뉴욕의 슬럼가에서 가난한 흑인과 소수민족, 청소년이 벽에 그리던 낙서에서 시작하여,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문화이다. 랩, 비보잉, 디제잉과 함께 힙합 문화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피티가 예술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래피티는 기본적으로 공공장소의 벽면이나 지하철, 버스와 같은 공공시설물에 그려지고, 이렇게 불법적으로 그래피티를 남기는 행위를 바밍(Bombing)이라고 한다. 바밍은 반달리즘*이며, 동시에 그래피티 정신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래피티는 사회에 대한 반항, 범죄라고 여겨질 뿐 예술성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뱅크시(Banksy), 바스키아(Basquiat), 키스 해링(Keith Herring)과 같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행보가 화제가 되면서, 하나의 예술 형태로써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의 작품은 장난스럽지만 날카롭게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냈으며, 현대미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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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래피티는 단순한 낙서로 치부되지 않는다. 강렬한 색감, 섬세한 드로잉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레터링과 이미지의 조화는 그 예술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은 음지에서 행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대중 앞에 나와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고 있다. 칙칙한 회벽에 그려진 다채로운 그래피티는 밋밋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거리 미술(street art)’을 주도하여 예술의 대중화에 이바지한다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느낌 덕에 최근 패션, 건축, 인테리어,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의 문화이자 예술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중화, 상업화를 통해서 보이는 그래피티의 모습은 그 시각적인 면에만 치중된 경향이 있다. 어쩌면 예술의 대중화라는 명목하에, 혹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허가된 그래피티는 본래의 정신을 해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휴대가 간편한 스프레이 페인트, 실명이 아닌 태그네임을 기본으로 하는 익명성, 속도감 있는 스타일 등은 모두 단속에 걸리지 않고 작업을 마치기 위해 자리 잡은 특징이다. 하지만 상업적인 그래피티들은 단순히 장식적인 목적으로, 눈길을 끌기 위하여 이런 특징들을 활용했을 뿐이다. 우리는 화려함 뒤에 깔린 그래피티 문화의 본질과 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덜트’는 소화기에 페인트를 담아 명품매장에 분사해 KIDULT라는 글씨를 남겨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였다. 한국에서는 무궁화호를 덮은 거대한 그래피티가 화제가 되었다. 이를 두고 예술이라는 입장과 단순 테러일 뿐이라는 입장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허락받지 않은 그래피티는 불법이고, 공공시설과 개인 사유지의 바밍은 골칫거리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달리즘은 그래피티의 핵심이며, 이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문화의 뿌리이다. 그래서 그래피티가 더 자유롭고, 짓궂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내일 당장 훼손되고 사라질지라도 지금 그래피티를 남기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이다. 진정 그래피티를 문화와 예술로 받아들인다면, 이런 그래피티의 정신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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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낙서에서 시작하여 미술관에 들어오기까지,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온 도시를 전시장으로 삼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체적인 양식을 구축해낸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있었다.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한 그래피티. 그래피티가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로 계속해서 사랑받기 위해 시각적인 면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그 본질에 대한 이해와 꾸준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반달리즘: 문화, 예술 공간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 및 그러한 경향.
사진 출처
– http://www.collabo-x.com/거리의-미술_그래피티-아트/
– banksy.co.uk
– http://www.har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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