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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LAW -외설일까, 예술일까? “판매 금지된 섹시한 성냥.”

송지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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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IST 매거진=송지원 에디터]과거부터 미술사에는 작품의 음란성과 관련되어 일어나는 이슈들이 참 많았다. <나체의 마야>, …대체로 여성의 나체를 선정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외설이냐, 예술이냐?’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작품들이다. 처음 학교 수업이나 전시회 등에서 이런 작품들을 접했을 때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림을 좋아해서 그림 소개해주는 책을 읽어온 필자에게 꽤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필자를 그 어떤 음화보다도 더 놀라게 한 작품이 있었으니. 그 당시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아찔함을 함께 나누고자 음란성 특집을 맞아 소개해본다.

   
<세계의 기원>

필자에게는 그 어떤 그림보다도 노골적이고 부담스러웠던 작품, <세계의 기원> 되겠다. 사실주의로 유명한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이다. 여성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관람객을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음란물이 아닌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다.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임을 실감하기 더 쉽도록 원본이 아닌 액자사진을 가지고 왔다.

지난 5월 29일, 데보라 드 로베르티라는 여성이 오르세 미술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는 행위 예

   
<세계의 기원> 재연 퍼포먼스

술을 벌여 논란이 되었다. 처음 작품을 보았을 때는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관련 퍼포먼스를 보고는 더 놀랐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음란화 같이 느껴지는 그림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누가 무슨 기준을 근거로 예술과 외설을 판단할 수 있는가. 이렇게 되니 <세계의 기원> 이전에 ‘음란물의 기원’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음란물 소송’에 대해 알아보았다.

1969년 ‘우리나라 최초의 음란물’ 소송, UN성냥의 <나체의 마야> 사건.

   
<나체의 마야>

음란성 판단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명 <나체의 마야> 사건이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성냥은 중요한 생필품 중 하나였다. 성냥 산업이 흥했고 유사품이 넘쳐 났다. 그러던 중 1969년, UN성냥이 새로운 성냥을 출시하여 전국을 놀라게 한다. 성냥갑 앞면에 우리가 익히 명화라고 알고 있는 고야의 <나체의 마야>를 인쇄한 것이다. 여성의 나체가 그려진 이 섹시한 성냥은 크게 이슈가 되었고 불티나게 팔렸다. 지금도 명화라도 나체화는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려 45여 년 전인 1969년이었으니 이것이 얼마나 파격적인 일이었을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흥행은 얼마가지 못했다. 법원에서 이것을 음란물로 판정하고 제조사 측을 처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나체의 마야>는 분명히 명화집에까지 실려 있는 ‘명화’라고 불리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성냥 제조사 측이 이런 명화를 제품에 썼다고 해서 유죄라니. 거기다 이 사건이 저작권법도 아닌 음란물법의 측면에서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 같은 작품인데 박물관에 있으면 명화고 성냥갑에 있으면 음란물이라니. 도대체 법이 말하는 음란물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판례의 결과, 그림의 목적에 따른 구분?

 1970년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시를 보면 이러하다. ‘음란이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이나 수치심을 유발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중략)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묘사한 것이다. 비록 그 여자의 나체 그림이 명화집에 실려 있는 그림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예술, 문화, 교육 등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판매의 목적으로 그림을 복사, 제조하여 실제로 시중에 판매하였다고 하면 이는 명화를 모독해 음화화 시킨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이것을 음화라고 본 판단은 정당하다.’ 판시를 보면 ‘그림의 목적’이 판정에 큰 영향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나체화가 공익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쓰였을 때는 음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제조사 측의 항의에 반박하는 판시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피고인인 성냥 제조사 측이 그림의 음란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음란성이란 판매자의 주관적 의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 자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죄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파격적인 성냥갑 디자인 덕분에 UN성냥의 대표는 경찰, 검찰로부터 처벌을 받아야 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다. 법이 말하는 음란이란 것은 어렵다. 사회통념, 일반 보통인의 기준은 뭔지, 누가 어떤 근거로 정했는지 설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림 자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도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그림 자체인 <나체의 마야>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명화라고 알려진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예술일까, 외설일까? 판단은 당신의 몫.

 법이 아무리 치밀해진다 해도 현실의 모든 문제 상황을 제대로 포함하기는 어렵다. 현실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애매모호함과 자유분방함을 특징으로 하는 예술이다. 법망 안에 갇힌 사고로만 판단하고자 한다면 모순이 생겨나기 쉽다. 사회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예술, 이런 예술을 판단하기에 법은 너무 상대적이지도 유동적이지도 못하다. 이런 법이 대중인 우리가 어디까지 봐도 되고 무엇은 보면 안 되는지 정해줄 수는 없다. 때문에 예술가가 평가를 각오하고 작품을 내보였다면 그에 대한 판단을 재판부가 먼저 나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술품 ‘창작의 자유’문제 관련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시대의 흐름과 현 상황을 잘 반영한 적절한 판단이 필요한데, 이때 시대의 흐름, 현 상황의 중심에 서서 그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은 대중이다. 대중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하다, 대중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안 볼지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법이나 정부가 할 일이 있다면 교육 등을 통해서 대중이 판단력 정립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것이다.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비판하던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대중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체의 마야> 성냥이 음란물인지 아닌지는 법이 규칙처럼 정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표현과 선택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현실이 불만스럽다면 이 기회에 예술 작품에 대한 판단,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도록 자신만의 판단력과 가치관을 재정립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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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jiwon9@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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