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19금 ‘틀린그림찾기’

송지원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엔’ 19금 판정, 야한 가사 때문이라고?

[THE ARTIST 매거진=송지원 에디터]고등학교에 다닐 당시 아이돌 ‘비스트’의 노래, ‘비가 오는 날엔.’이 한참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다. 이 노래는 곧 19금 판정을 받게 되었다. 19금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반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호기심 많은 여고생들이었던지라 이유를 찾기 시작했는데 친구 하나가 그럴싸한 추리를 내놓았다. ‘비가 오는 날엔 나를 찾아와 밤을 새워 괴롭히다.’ 이 부분이 야하다는 것이었다. 그 주장에 나머지 친구들은 ‘이걸 왜 몰랐지?’하는 반응을 보였고 우리는 여성가족부의 해석이 지나치다고, 음란마귀가 쓰인 게 아니냐며 웃었다.

그러고 나서 정답 확인을 하고자 인터넷 뉴스를 찾아본 우리는 더욱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19금판정의 이유는 우리의 추리와는 전혀 무관했다. 19금 판정의 진짜 이유는 가사 중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애.’, 이 부분이 술을 연상시킨다는 것 이었다. 진정 음란마귀가 쓰인 것은 우리들이었던 것이다.

 -예술인가, 외설인가? 그 애매모호함.

위의 사연에서도 드러나듯이 ‘음란성’, ‘유해성’이란 것은 그 판단 기준이 참 애매모호하다. 예술의 영역에서 판단하게 되면 더욱 그렇다.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외설인지 어려운 문제가 되고 만다. 누군가에겐 매우 선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누군가에겐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어느 시대의 선정적인 춘화는 시간이 지나 명화가 되기도 한다.

-함께 해볼까요? 19금짜리 틀린 그림 찾기.

우연히 한 인터넷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제목이 <틀린 그림 찾기>였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유해 판정을 받아 포스터 사진이나 문구를 수정한 영화들을 예로 들어 음란성, 유해성의 기준에 대해 언급한 기사였는데 그 중 재밌었던 포스터 몇 개를 소개해볼까 한다.

   
 

1)쉬운 1단계. <님포매니악 볼륨1>

주인공들의 표정이 선정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포스터에 온통 블러 처리를 한 덕분에 주연배우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가 없다. ‘보여줄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배우들 표정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2) 키스가 유해할 정도로 야하면 드라마는 어떻게 보는데? <폼페이> (2014년 2월 개봉)

깨알 같은 변화를 찾기가 어려웠던 사람들에 의해 화산을 성적 은유로 해석한 것은 아니냐는 추측까지 있었다고 한다. 정답은 키스다. 포즈가 키스에서 포옹으로 변경되었다.

   
 

3) <몽상가들>

그저 누워있는 세 남녀. 이번엔 도대체 무엇이 유해했던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모르시는 말씀이다. 두 남자배우의 얼굴위치에 주목하시라. 여자 배우의 가슴에 남자배우의 머리가 닿아있다. 이 얼마나 음란한 자세인가.

   
 

4)<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문제는 점점 어려워진다. 도대체 어디가 바뀐 걸까? 사진 우측상단을 보면 정답을 알 수 있다. 오른편의 수정 이후 포스터를 보면 여자 배우의 엉덩이가 조금 더 가려졌다. 살색이 덜 보인다. 하나 더 있다. ‘섹스 &토크’라는 문구는 ‘다시, 사랑하고 싶은 오후’라는 바람직한 문구로 대체되었다.

유해 판정 기준이란 것이 이렇게 애매하다. 배우들의 얼굴만 등장한 포스터 전면에 블러 처리가 왜 필요한지, 공중파 티비 프로에서조차 흔히 등장하게 된 키스가 왜 부적합 판정을 받아야 하는지, 가슴과 목덜미라는 부위 사이에 과연 표현의 자유를 막을 만큼의 큰 차이가 존재하는 건지.

무조건적으로 판정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판정을 하겠다고 나섰으면 기준이라도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보다시피 판정 기준이란 것이 마구잡이 식이다. 표현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유해함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치고 진짜 일관된 기준이 있기는 한 건지 그 정확한 의도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같은 나체, 다른 느낌. 라이언 맥긴리의 예술 & 미술교사의 음란물.

1.라이언 맥긴리, 음란물이라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나체 사진이나 그림인데, 요즘 나체 사진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면 라이언 맥긴리가 아닐까 싶다. 지난 올해 초, 대림미술관에서 젊은 남녀의 나체 사진으로 유명한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이 열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 철학과 청춘의 아름다움을 담았다는 라이언 맥긴리의 나체 사진을 신선하고 파격적인 예술로 받아들였고 입장료를 내고 전시를 관람했다.

2.중학교 미술교사, 나체 사진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 2001년에 있었던 중학교 미술 교사의 부부 알몸사진 개제 사건이다. 어느 중학교 미술교사가 홈페이지에 자신과 만삭인 아내의 알몸사진을 올렸다가 기소된 지 4년여 만인 2005년에 결국 유죄판정을 받았다. 해당 사진은 음란물로 판정받았다. 재판부가 제시한 음란물 판정의 근거는 ‘음란물은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건전한 통념에 따라 객관적·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였다.

도대체 ‘사회평균인’이나 ‘건전한 통념’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 기준은 누가 정했는가. 예술은 시대, 사회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누구에겐 예술인 것이 누군가에겐 외설이 되기도 하고 어제까지 외설이었던 것이 오늘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애매한 예술을 규칙과 법망 안에서만 판단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처사가 아닐까. 재판부의 말이 진정으로 실현되려면 재판부가 나서서 음란물 낙인을 찍을 것이 아니라 대중의 평가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은 19금 전시로 관리했고 미술교사는 모두가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사진을 개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술교사가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린 것은 현재로써는 부적절한 처사이긴 했다. 아이들이 잘못되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판례에 앞서 이런 판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왜 전시회에 걸린 사진은 쉽게 예술로 인식하고 한 사람이 자신의 예술이라고 주장하며 개제한 사진은 결국은 그저 음란물이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걸까?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판단은 당신의 몫.

앞서 말했던 비스트의 노래는 결국 재판 승소를 통해 유해물 판정 취소를 받게 되었다.

재판부가 “노래 ”비가 오는 날엔”의 가사 중 유일하게 술과 관련된 표현인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애” 부분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적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법적 판정이 과거에 비해서는 대중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유연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예술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모두 보장해주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실을 따라잡기에 법은 너무 느리고 법이 수용하기에는 현실의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술은 공부나 노력을 통해서만 성취가 가능한 학문보다는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표현, 창작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예술가를 자청한다면 그의 작품은 얼마든지 예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한 예술가가 자신의 어떤 작품, 철학을 사람들에게 내보이고자 용기 내어 공개했다면 그 작품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예술가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이때 평가와 판단은 법이 아닌 대중의 몫이다. 위원회나 법원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찬사를 보내던 비판을 하던, 평가는 온전히 대중의 몫이어야 한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예술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스스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아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다.

ART & LAW 다음 편 예고
외설일까, 예술일까? 2.
우리나라 최초의 음란물 소송, ‘판매 금지된 섹시한 성냥’.
이번 편은 음란물 판정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음란물에 대한 재밌는 판례 하나를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author-img
송지원
jiwon9@theartist.co.kr

[칼럼] 랭킹 뉴스

  • 당신의 관념을 인버전할 테넷
  • 세계로 나아간 한국영화 Choice 5
  • 2019년 한국영화계 키워드 Choice 5
  • 제40회 청룡영화상 주요 부분 수상 예상 Choice 5 (인물 부문)
  • 여성이 주도한 한국영화 Choice 5
  • 나는 사물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무려 23번이나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한 배우 부부의 최후
    무려 23번이나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한 배우 부부의 최후
  • 전성기에 100억 벌었는데…한달 2억까지 소비해서 금방 탕진한 연예인
    전성기에 100억 벌었는데…한달 2억까지 소비해서 금방 탕진한 연예인
  •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