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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멜로 거장 허진호의 영화 Choice 5

조재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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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호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2016년 8월 3일 한국영화사에 분명한 획을 그어왔던 감독이 새로운 장르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허진호였고 그가 집어든 카드의 색깔은 시대극이었다. 물론 시대극에만 기댄 영화 ‘덕혜옹주’는 아니었다. 시대극이란 틀 위에 허진호 감독이 제일 잘 하는 서정적 멜로풍을 얹어 자신의 건재함을 분명하게 알렸다. 허진호와 멜로, 이 두 단어는 절대 분리될 수 없다. 오랜만에 허진호 감독이 돌아온 만큼 허진호 감독의 과거, 허진호 감독의 멜로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지금의 허진호, 멜로 거장 허진호를 있게끔 한 허진호의 지난 작품을 다시 감상해보자.

   
▲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컷

  8월의 크리스마스

  제목부터가 역설적이다. 한 여름을 상징하는 월인 8월과 한 겨울을 상징하며 가장 사랑스러운 날이기도 한 크리스마스, 이 두 단어를 허진호 감독은 섞어버렸다. 군산의 초원 사진관을 중심으로. 90년대 최고의 스타 심은하와 한석규는 허진호 감독의 지휘아래 한국영화사 길이 남을 착하고도 순수한 멜로영화를 한 편 만들어냈다. 극 중 정원과 다림이 만들어가는 감정교류는 어느 누구도 감히 흠내기 싫은 정말 좋은 사랑이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알아가고 사랑에 빠져가는 감정, 한 여자도 한 남자를 알아가지만 결국엔 떠나고야 마는 운명, 이 서사를 허진호 감독은 영화적 연출을 최소화하는 표현 속에서 완벽히 담아냈다. 두 남녀의 감정과 지역의 감성 모두를 완벽히 담아내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실히 알리기 시작한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 ‘봄날은 간다’ 스틸컷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심은하에게나 한석규에게나 허진호에게나 그리고 한국영화사에게나 명작으로 대표작으로 남고야 말았다. 허진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표현법으로 담담한 멜로영화를 한 편 더 만들어냈다. ‘봄날은 간다’. 이번에는 이영애와 유지태라는 좋은 배우를 가지고 만들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분명한 스타로 발돋움했던 이영애와 유지태는 자신들이 스타이기 전에 배우라는 것을 허진호 감독의 멜로풍 위에서 분명히 증명해냈다. 영화라고 자극적인 요소 없이 그저 극중 남녀주인공 상우와 은수는 서서히 서로를 사랑해갔고 그 정점에서 모두가 기억하는 명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 장면을 만들어내며 한국멜로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다. 최소한의 간으로 맛을 낸 별미같은 영화였다. 다시 한 번 허진호는 자신을 증명해냈다.

   
▲ ‘외출’ 스틸컷

  외출

  이번에는 허진호 감독이 다소 다른 생각을 했나보다. 하지만 멜로라는 장르 위에선 충분히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 전개였고 다시 한 번 허진호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 표현법이 두드러졌다. ‘외출’이란 영화에서 또 다른 남녀스타 배용준과 손예진은 앞서 스타이기 전에 배우임을 증명했던 커플들, 한석규와 심은하, 이영애와 유지태처럼 역시 배우임을 증명했다. 과한 연기력도 없었다. 화려한 연출도 없었다. 서로의 짝을 두었지만 서로 교감해버린 남녀이성적 본능을 배용준과 손예진은 위험하게 아슬아슬하게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끔 연기했다. 이 모든 판은 허진호의 지휘 아래 있었다. ‘역시 허진호.’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허진호 감독의 색이 짙어지고 확고해질수록 일반대중들과 거리가 다소 멀어졌지만 예술가 허진호는 ‘외출’에서 확인됐다. 여전하다는 것을.

   
▲ ‘행복’ 스틸컷

  행복

  스타를 넘어 배우로 본격적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허진호 감독의 이끎을 받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황정민과 임수정, 분명한 이름값을 보이던 스타 황정민과 임수정은 허진호 감독의 또 하나의 멜로영화 ‘행복’에 출연하며 자신들의 연기폭 확장과 연기성장을 이뤄냈다. 임수정은 자신의 이미지를 한껏 살려 가녀린 여주인공을 확실히 연기했고 황정민 역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역할인 어두운 과거를 가졌으나 운명적 여인을 만나 새로이 태어나는 역할을 완벽히 보여줬다. 멜로서사의 단계를 정확히 밟아가며 배우들 또한 엇나감 없이 정확하게 연기했다. 이 점이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란 영화의 매력인 듯 하다.

   
▲ ‘위험한 관계’ 스틸컷

  위험한 관계

  2010년대에 들어서며 허진호 감독도 예술관의 변화를 준 듯 했다. 그 증거로 확인되는 영화가 ‘위험한 관계’다. 이미 소설로도 유명한 작품이었던 ‘위험한 관계’, 영화로도 한국과 외국을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으로 재탄생됐던 ‘위험한 관계’를 허진호 감독은 번안하는 방식으로 영화판의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였다. 이전에는 그리 많이 공들이지 않았던 카메라 각도, 카메라 초점 그리고 배우들의 음흉함, 나쁨 등의 감정들까지 이전의 허진호 감독에서 많이 느끼지 못 했던 연출도 새로이 시도됐다. 그래도 허진호 감독의 중심은 ‘멜로’라는 이 두 글자였다. ‘멜로’라는 두 글자는 허진호 감독의 머릿속에서 끊이질 않았고 2010년대에 들어서도 ‘위험한 관계’라는 작품에서 허진호의 멜로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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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superjjhh@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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