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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 <주토피아>

박솔미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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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주토피아>포스터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박솔미] 요즘 애니메이션은 장르적 측면에서 점차 어린 아이들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있다. 모성애를 섬세하게 그려랬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2012)>나 사람의 감정을 소재로 하여 상상력의 놀라움을 보여준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015)>등,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외양은 분명 아이들의 전유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때론 현실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정확해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형태를 빌려 우리가 잊고 있던 먼 옛날의 동심을 끄집어내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역할도 담당한다. <주토피아>는 그런 측면에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이다.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사회에 대한 예리한 면을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 주토피아의 모습 (ⓒ네이버 영화)

[Difference and Discrimination]

<주토피아>는 ‘다름’에서 비롯되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속의 동물들은 포유류 통합정책 실시 이후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각자의 영역에서 화합하며 살아가지만 그들 사이에는 여전히 강자와 약자, 주류와 비주류가 어렴풋하게 존재한다.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토끼 주디에게  “엄마와 아빠는 꿈을 포기 했기 때문에 행복하단다.”라고 말하는 주디의 부모님은 토끼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여 살아가는 캐릭터들이다. 즉, 주디의 부모님이 딸을 걱정하면서 하는 말들은 ‘토끼라면 토끼의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답게) 주디는 자신의 꿈을 포기 하지않고 경찰학교에 입학하여 수석으로 졸업하고 토끼로서는 최초의 경찰이 되는 쾌거를 이루어낸다. 보통 경찰은 곰, 사자, 코뿔소와 같은 강한 동물들만이 되는데 주디는 토끼라는 동물적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보통의 애니메이션이라면 여기서 결말을 맺겠지만 <주토피아>의 본격적 이야기는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버니 힐에 살던 주디는 경찰이 되어 많은 기대와 꿈을 안고 “Everyone can be everything.” 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주토피아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의 경찰 세계 역시 편견과 차별은 존재하는 곳이였고, 주디는 또다시 ‘토끼는 약하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부딫히며 경찰세계에서 약자로 분류된다. ‘유토피아’가 인간이 상상하는 최고의 이상향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주토피아 역시 동물들이 꿈꾸는 최고의 도시이지만 “Everyone can be everything.”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인공 주디 홉스는 사회적 약자임과 동시에 비주류라고 볼 수 있다. 경찰 세계 안에서 비주류이면서, 경찰이 되기 전에는 본래 가지고 있는 동물적 천성 때문에 도리어 보호 받아야할 존재처럼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진 주디는, 동물의 천성적 측면에서 정반대선상에 있는 여우인 닉 와일드와 콤비를 맺어 ‘포유류 실종 사건’에 대해 수사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닉 역시 주디보다 더 나은 위치의 캐릭터는 아니다. 닉은 육식동물인 여우이기 때문에 사회적 강자이지만, 여우는 ‘천성적으로 교활하다’는 사회적 고정관념 때문에 확실한 강자가 되지 못하고 사회의 언저리를 떠도는 비주류처럼 그려지기 때문이다. 주디와 닉의 콤비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 ⓒ네이버 영화

[10%의 육식동물과 90%의 초식동물]

<주토피아>는 주디와 닉을 통해 다름과 고정관념, 그리고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벨 웨더’라는 캐릭터를 통해 반전을 선사하며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바로 집단 속의 다수와 소수에 대한 이야기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포유류 통합 정책 실시 이후, 동물들은 화합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는 강한 자와 약한 자들의 경계선이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 주토피아에서 육식동물은 10%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사회에서 대부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토피아 시장 라이언 하트(사자)의 보좌관 벨 웨더(암양)가 ‘자신은 포유류 통합 정책의 마스코트일 뿐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이를 은연중에 반영하고 있는 대사이기도 하다. 

주디와 닉이 함께 조사하는 포유류 실종 사건은 이와 같은 강자와 약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비롯된다. 이 사건은 결말에서 보좌관인 벨 웨더가 10%의 육식동물을 지배하고자 했다는 것으로 밝혀지는데, 여기서 집단 안의 다수와 소수간의 갈등 양상, 혹은 지배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 ⓒ네이버 영화

[디즈니 스튜디오의 새로운 세계]

사실 <주토피아>가 전달하는 메시지들은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제법 무거운 이야기들이다. 그렇지만 동물 캐릭터들을 통해 비유와 풍자로, 유쾌하고 러블리하게 표현하여 거부감이 없게 표현했다. 이는 지금까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디즈니 스튜디오 애니메이션들은 사랑, 희망, 꿈, 왕자님을 통한 여자주인공의 신분상승, 남성의 힘에 의해 구원되는 여성, 시대의 흐름에 따른 진취적 여성상 등을 그려냈고, 이런 키워드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었다. 작년에 개봉한 <빅 히어로>역시 베이맥스라는 로봇을 내세워 소재에서는 새로웠지만 결말에서는 권선징악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주토피아>는 주인공들이 다름에서 시작되는 편견을 부수는 주제가 부각되어 권선징악적 교훈은 오히려 그에 따른 부차적 메시지로 느껴졌다. 그리고 부푼 꿈과 희망을 가득 안고 주토피아에 정착한 주디는 나레이션에서 자기가 생각했던 완벽한 주토피아는 없었다며, 현실은 훨씬 더 복잡했다고 고백한다. 물론 주디는 더 나은 세상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시도해보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전달하지만, 기존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꿈과 희망만을 강조하던 패턴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고백을 담고 있다.

<주토피아>는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 안에 잔재미가 굉장한 애니메이션이다. 모든 캐릭터들이 생생히 살아 움직여서,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들 조차 존재감이 확실하다. 내용에 범죄,추격, 추리의 요소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늘어지지 않고 타이트하게 진행되어 이를 쫓아가는 재미도 상당하다. 

애니메이션의 장르에서 에서 작년에는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이 있었다면, 올해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주토피아>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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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미
marvelous00@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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