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영화 <맥베스>포스터(ⓒ네이버 영화) | ||
[디아티스트매거진=박솔미]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결국 파멸을 불러온다는 주제는 이미 그리스신화나 고전작품들, 현대의 많은 영화와 소설에 이르기까지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Macbeth)는 그런 주제를 가진 모든 작품들을 아우르는 희곡작품으로 정전문학(canon)에 속한다. 영화 <맥베스>는 이러한 원작의 의미를 아주 훌륭하게 살렸다. 현대 영어가 아닌 16세기에 쓰인 원문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인물의 독백장면에 연극적 특성이 담긴 연출을 선보임으로써 영화라는 영상매체에 무대극의 느낌까지 담아냈다. 거기에 영화적 연출 기법을 더해 작품의 장엄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려놓아 영화 <맥베스>는 원작 희곡의 핵심을 정확하게 담으면서도 영화로서의 <맥베스>만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맥베스>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탐욕과 광기이다. 조금 덧붙이자면 탐욕과 광기로 인한 한 인간의 파멸이다. 맥베스의 탐욕은 곧 그의 광기를 불러오고 그것은 그가 파멸로 이르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 |
||
| ▲ ⓒ네이버 영화 | ||
그렇다면 맥베스의 왕좌를 향한 욕망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맥베스 부부의 욕심의 시작은 영화 시작 부분과 맞닿아있다. 바로 자식의 죽음이다. 감독 저스틴 커젤은 인터뷰에서 아이를 잃은 슬픔을 영화 속에 드러내어 그 슬픔 대신에 야망이 자리 잡는 것을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래서인지 뱅코우가 아들 플리언스를 아끼는 모습은 자식이 없는 맥베스의 모습과 더욱 선명히 비교된다. 그리고 이것은 맥베스가 덩컨 왕을 죽이고 불안해하는 요소에 더 강력한 힘을 더하는데, 맥베스에게는 왕위를 이를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세 마녀의 예언과 레이디 맥베스의 부추김이 더해지면서, 맥베스는 양심의 가책을 떨치고 덩컨왕을 살해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세 마녀의 예언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왕위를 위협할 것 같은 인물들을 모두 죽이고,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 주변인물과 자기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 |
||
| ▲ ⓒ네이버 영화 | ||
[파멸의 끝, 인간적 성숙]
<맥베스>의 주제는 작품의 말미에 더욱 강해진다. 원작에는 병사들이 나뭇잎으로 위장을 하여 던시네인으로 진군하지만, 영화 <맥베스> 속에서는 화염에 타오르는 버넘 숲의 재가 바람을 타고 던시네인을 향해 넘실거린다. 거대한 규모로 타오르는 버넘 숲의 불길은 맥베스 부부가 탐했던 왕좌에 대한 욕망을 상징하며, 이는 욕망이 끝이 파멸과 맞닿아있음을 의미한다. 화염의 선명한 붉은 색 또한 피를 연상케 함으로써 맥베스의 강렬한 욕망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혹은 이 장면은 맥베스의 죽음 이후 정당하게 왕위를 잇게 되는 맬컴과 예언에서 언급되는 플리언스의 관계를 비극으로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왕좌를 놓고 시작된 비극이 결국 다시 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행간에 숨어있었을 법한 섬세한 의미를 스크린 상에 고스란히 표현한 저스틴 커젤만의 감각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 |
||
| ▲ ⓒ네이버 영화 | ||
<맥베스>는 한편의 그리스신화를 스코틀랜드 식으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의로웠던 인물이 예언에 사로잡혀 마음속의 평화는 깨지고, 이내 넘봐서는 안 될 것을 욕망하다가 파멸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맥베스를 보면서 오이디푸스 왕이 생각나는 것은 아마 ‘예언’으로 인한 인물들의 행동변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예언대로 이루어지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오이디푸스 왕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끔찍한 운명을 받아들여 스스로 눈을 찔렀듯, 맥베스 역시 “여자의 몸에서 난 자는 맥베스를 해치치 못한다.”는 예언이 맥더프의 “나는 달이 차기 전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말에서 들어맞는 순간 자신의 운명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맥베스의 죽음이 흡사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분명 탐해서는 안 될 것을 욕망했지만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죽음이 죄의 대가인 양 받아들이며 맥더프의 칼에 죽는다. 이처럼 맥베스가 죽는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 인간이 욕망으로 인해 자신이 속한 세계에 무질서를 야기하고, 그 죄에 대한 처벌로 죽음을 맞이하며 인간적 성숙을 이루게 된다는 결말이 효과적으로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작품을 보다 더 셰익스피어답게 만들어냈다. 장엄한 이야기에 감각 있는 연출로 원작의 특징과 영화적 특징까지 모두 잡아냈으니, 앞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 영화화 된 것들을 이야기할 때 저스틸 커젤의 <맥베스>는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와 저스틴 커젤이 만나 참으로 품위 있는 비극이 탄생되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