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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
[디아티스트매거진=임슬기]*스포주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원작으로 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의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가지고 왔지만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다. 영화가 원작의 20년 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주인공 마코토의 이모로 등장한 원작의 주인공 요시야마 가즈코는 조카 마코토가 갖게 된 ‘타임리프’ 능력을 인정해 주고 조언을 해주는 일명 ‘멘토’ 역할을 하며 영화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이로써 앞으로 마코토가 이모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 짐작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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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
평범한 10대 소녀 마코토의 일상은 평범하다면 평범하게 흘러간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등굣길을 나서 지각을 겨우 면했지만 쪽지시험이 기다리고 있었고, 튀김을 잘못 튀겨 한 바탕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점심시간엔 모르는 남자아이의 장난에 다치기도 했다. 분명 오늘(7월13일)은 ‘나이스 데이’ 인데 말이다. 의심을 할 찰나에 ‘나이스’ 한 일은 한 순간에 벌어진다. 과학실에서 인기척을 느낀 마코토는 안으로 들어선다. 누군가 황급히 놀라 뛰어 나갔다. 의문의 물체를 떨어뜨린 채. 마코토는 그 물체와 맞닥뜨리게 됐고 마음만 먹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타임리프)을 갖게 된다. 시간을 넘나 들 수 있다니 넘나 ‘나이스’한 능력이 아닌가. 이로써 마코토는 평소와는 다른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고장 난 자전거 브레이크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나이스한 능력 덕분에 살아남게 된다.
*일본에서는 7,1,3을 차례대로 읽으면 나,이,스라고 읽혀 매년 7월 13일을 ‘나이스 데이’로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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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용한다.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채우는 데 사용하고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한다.(남의 행복이 곧 마코토의 행복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0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고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음식을 현재에 먹을 수 없다면 과거로 돌아가 먹기도 하고, 타인의 고백을 도와주기도 한다. 마코토가 타임리프를 통해 얻은 행복을 이모에게 구구절절 털어놓는다. 연신 웃으며 이야기를 듣던 이모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네가 이득을 볼 때, 누군가는 불행해진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니” 순간 마코토는 깨닫는다. 자신이 받게 될 피해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꼴이 돼 버린 것을. 또 하나,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과거의 일을 피하려고 해도 반드시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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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
‘Time waits for no one’
미래에서 온 치아키는 그림을 보러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왜 과거까지 온 것인지 영화에서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치아키는 그저 자신이 사는 시대에는 그림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오직 마코토가 있는 이 시대, 이 장소, 그 때뿐이었기 때문에 과거로 왔다는 것만 보여준다. 심지어 그 그림은 작가도 불명이고 미술적 가치도 있는지 불문명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치아키는 이 그림이 복원된 것을 못 보고 돌아가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어 간다. 그것은 마코토와 고스케와 함께 한 시간이다. 그에게 있어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림만큼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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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
끝이 아님을 알기에
마코토가 치아키를 보러 달려가는 시퀀스는 롱 테이크(long take)으로 처리된다. 마코토의 울음 섞인 숨소리를 통해 관객은 주인공과 하나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 콧물 쏟고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치아키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마코토가 기대한 고백이 아닌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낯설지 않다. 돌아보면, 마코토가 과학실에 들어가기 전 적혀있었고 노래방에서 치아키가 “Time waits for no one” 이라는 구절을 연신 내뱉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마코토와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를 내비치고 있었다. ‘잘 가’ 라는 말을 끝으로 치아키는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다. 마코토는 (스크린기준)오른편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떠난 치아키를 바라본다. 왼편은 마치 떠난 치아키의 빈자리를 말해주듯 텅 비어 있다. 그곳엔 공허함이 가득하다. 공허함이 극대화 될 때쯤 어디선가 치아키가 나타나 마코토를 안으며 말한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이렇게 약속을 한 뒤에야 공허함은 서서히 사라진다.
유한의 길을 걷다
영화의 시간은 오직 하루. 7월 13일 만을 보여준다. 타임리프 능력을 가지게 된 후 시간을 넘나드는 마코토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특정 하루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시작된 시점이 곧 사건이 종료된 시점이다. 그곳에 이르러서야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 짓게 되고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다. 영화는 ‘시간’의 불가역성을 보여준다. 한 번 사용한 시간은 또 다시 사용 할 수 없다. 즉, 과거로 다시 돌아 갈 수 없다. 타임리프(시간이동)는 시간의 불가역성을 거스른다. 하지만 이것은 ‘무한’ 한 능력이 아닌 ‘유한’ 한 능력이다. 처음에 타임리프를 무한히 사용하던 마코토는 유한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의미 있는 일에 쓰고자 결심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유한’ 이 주는 의미는 강하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것도 받아들이게 된다. 즉, 인간이 살아가는 것이 곧 유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시작)이 죽음(끝)으로 가는 시간은 유한하기에 인간은 무한히 살아갈 수 없다. 영화를 벗어난 현실에는 타임리프 능력을 사용 할 수도 얻을 수도 없다. 따라서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궁리해야 할 것이다.
문득, 고스케가 뒤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말하는 마코토에게 말한 대사가 떠올랐다. ‘앞을 보고 달려야지!’ 아마 마코토는 더 이상 뒤를 보고 달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싶어도 능력이 사라져 그럴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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