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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스윗 프랑세즈> 포스터(ⓒ네이버 영화) | ||
[디아티스트매거진=박솔미] 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는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전쟁이라는 외부 상황에 의해 사랑하는 남녀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다거나, 혹은 긴 세월을 넘어 사랑하는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장면 등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스윗 프랑세즈는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양상의 ‘위험한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수동적이었던 여인이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점차 용기를 갖추고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도 담겨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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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
[전쟁에 대한 묘사, 그리고 사랑]
영화는 전쟁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1940년, 독일의 공습이 파리까지 번지면서 파리의 시민들은 근교지역으로 피난을 떠납니다. 프랑스 외곽지역인 뷔시에서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시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던 루실은, 뷔시가 독일군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서 전쟁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되지요. 뷔시의 사람들은 독일군의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독일군들을 집에 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루실의 집에 거주하게 되는 독일군이 바로 브루노 장교이지요.
스윗 프랑세즈에서 인상깊은 부분은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기적 행동 변화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뷔시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독일군들에게 뇌물을 주며 입지를 확고히 하는가하면, 마을 사람들은 평소 이웃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안좋은 감정을 부풀려서 독일군 장교에게 밀고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들들을 전쟁터에 내보낸 중년의 여성들이 독일군들을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반면에, 젊은 여성들은 독일군들을 호기심 섞인 눈빛이나 혹은 더 나아가 수줍은 모습으로 그들을 대하기도 하지요. 전쟁과 독일군의 점령으로 인해 뷔시의 사람들은 점점 각박해지고 빈부격차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마을 전체에는 보이지 않게 증오나 분노, 억울함의 감정이 스며들게 됩니다. 그 부정적인 감정들은 기본적으로 독일군들에게 향해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이득을 더 악착같이 챙기는 뷔시의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향해있지요.
이렇게 온정이 메말라가는 뷔시에서, 루실과 브루노의 비밀스럽고도 애틋한 감정은 더욱 아름답게 비칩니다. 루실의 시어머니인 안젤리어는 루실이 브루노 장군과 말도 섞지 못하게 단속을 하지만 그럼에도 그 둘이 점차 서로에게 끌리면서 눈빛과 감정을 주고받는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관객의 마음을 같이 떨리게 하지요. 그러나 브루노와의 관계에서 루실은 계속해서 내면적으로 갈등합니다. 독일군과 친하게 지낸다는 것 만으로도 마을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조롱은 노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남편의 외도 사실이 브루노와의 관계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이유는, 결국 브루노가 ‘독일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소작농 라베리가 독일군에 의해 쫓기게 되면서 독일군에 대한 뷔시 사람들의 감정은 바닥으로 치닫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평소 라베리의 부인과 친하게 지내던 루실은 라베리를 몰래 도와주게 되고 브루노는 이것을 눈감아 주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루실과 브루노의 관계는 감정과 상관없이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관계의 끝에서 루실은 보다 확실하게 수동적 여인에서 능동적 여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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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
[루실의 성장]
영화 초반에 루실은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피아노를 치는 사소한 것조차 시어머니인 안젤리어의 눈치를 봐야하고,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안젤리어의 제어를 받습니다. 루실은 그러한 일상을 답답하게 여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안락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독일군이 뷔시를 점령한 상황에서 루실의 소심하고 수동적인 행동들은, 독일군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는 뷔시의 풍경과도 맞물리지요.
이런 루실에게 처음으로 용기를 내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 브루노 입니다. 위험하고 불편할 것 같은 상황은 무조건 피했던 루실이 브루노의 감정표현에 서서히 답하며 마음을 여는 장면들은 그녀가 이전의 루실에서 변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루실은 자신의 감정과 마을 사람들의 시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분명 브루노는 좋은 사람이지만 독일군이기에, 그의 사람됨이 제복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복잡한 내면적 갈등 상황에서 루실은 한번 더 성장하는데, 이 지점이 바로 소작농 라베리의 사건과 닿아있습니다. 라베리가 독일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남몰래 도와주는 루실의 행동은 영화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던 모습들 중에 가장 자기주도적이면서도, 다른이의 의견이 아닌 그녀 스스로의 확신과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루실이 마침내 브루노의 도움으로 라베리를 데리고 뷔시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은, 마치 그녀가 자기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환경이나 시선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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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
[이성과 감성사이에서]
스윗 프랑세즈에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여러 시선들이 존재합니다. 간추려보자면 독일군을 증오하는 뷔시의 사람들과 혹은 독일군들에게 잘보이려는 사람들, 그리고 뷔시 사람들에게 냉혹하게 대하는 독일군과 브루노처럼 인간적인 독일군, 마지막으로 그 모든 시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루실의 시선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보자면 이 시선들은 이성적 시선과 감성적인 시선으로도 분류가 가능한데, 어려운 점은 그 두 가지 시선중에서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영화 역시 그 중 어느것이 틀렸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루실을 통해 감성적인 측면, 즉 어떤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과 같은 순수한 인간적 감정을 강조하고 싶어하지요. 그리고 이러한 순수한 감정들은 점령속에서 이기적인 심리를 드러내는 사람들과 더욱 선명하게 대조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 감성이 결국 시대적 배경에 의해 좌절되고 있음을 또다시 루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루실이 외부 상황에 의해 브루노에 대한 감정을 포기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녀가 작품 후반부에 브루노와 나누는 대화는 그 포기가 머리에 의한 이성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었음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루실: 몸 조심하고, 잘 지내세요.브루노: 그게 당신에겐 중요한가요?
루실: 네, 제겐 중요해요.
스윗 프랑세즈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되는 상황들로 인물들이 고민할 때 관객들도 같이 고민하게 되지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과 로맨스의 균형이 다소 불안하게 잡혀있다는 것입니다. 로맨스를 더욱 부각시켰거나, 혹은 독일군 점령에서의 사람들의 심리변화나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금 더 첨예하게 대립시켰다면 보다 강렬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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