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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판타지 – <7인의 신부>

허영은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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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허영은]

한국에서 뮤지컬의 인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져만 간다. 매 해 좋은 공연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은 ‘뮤지컬 영화’ 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 국에서 비인기 장르인 뮤지컬 영화의 덕후로 살아가기는 힘들다. 날짜를 놓치면 상영관을 찾기도 어려워 어떻게든 개봉 첫 주에 봐야 하고, 개봉하지 않은 영화는 해외 사이트를 뒤져서 겨우 찾아도 다운받는데만 몇 날 며칠이 걸린다. 그런데 그조차 자막이 없어 영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한 자신을 탓하며 화면만 보는 게 부지기수다.

이러한 고충을 겪어도, 한번 빠진 이상 그만 둘 수가 없다. 그게 덕질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다만, 가끔, 아주 가끔 서러울 뿐이다. 이 꾹꾹 눌러담은 서러움이 폭발하기 직전 결심했다. 뮤지컬 영화의 매력과 이 넘쳐나는 사랑을 널리 퍼뜨리기로.

그러니 이 칼럼에 소개되는 뮤지컬 영화를 한, 두편씩 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당신도 우리의 넘쳐나는 사랑에 전염되어 뮤지컬 넘버들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Welcome Musical Film World!

   
▲ © 영화 <7인의 신부>는 7명의 형제들의 사랑이야기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 7인의 신부]

* 제작년도 : 1954년
* 감독 : 스탠리 도넌
* 주연 : 아담(하워드 킬), 밀리(제인 포웰) 외
* 줄거리 : 남자 형제만 7명인 폰타나 집안의 장남 아담과 여관에서 일하던 밀리는 첫 눈에 반해 결혼한다. 둘만의 결혼 생활을 꿈꿨던 밀리는 아담에게 6명의 남동생이 있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밀리는 지저분한 살림을 정리하고, 형제들에게 매너까지 가르치며 폰타나 집안을 잘 이끌어나간다. 마을 축제날, 폰타나 형제들은 마을의 아가씨들에게 반하여 상사병에 빠지게 된다. 그런 동생들을 답답하게 여긴 아담은 책에서 읽은 ‘사비나의 처녀들’ 이야기를 하며 동생들과 마을 아가씨들을 납치해온다. 눈사태로 인하여 마을로 내려갈 수 없게된 아가씨들은 겨울내 폰타나 형제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다음해 봄, 아가씨들의 아버지가 지켜보는 앞에서 형제들과 마을 아가씨들은 결혼식을 올린다.
* How to see : 운이 좋으면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자주 있지 않은 기회다. 현재 다운로드 서비스가 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정식으로 DVD구매를 해야한다. 대형서점의 DVD 할인 코너에서 2500원~5000원 사이에 판매됨으로, 서점에 갔을 때 한번 매의 눈으로 찾아보자.

단지 즐기기만 하면 되는 뮤지컬 영화의 장점

팬으로서 가슴 아픈 말이지만, 사실 뮤지컬 영화는 주 장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장르 중 하나이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영화를 즐긴다. 그 이유는 유쾌한 춤과 노래,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로 인하여 무언가 깊게 고민하지 않고, 단지 영화를 ‘즐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뮤지컬 영화의 오락성은 탄생부터 지녔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영화의 부흥기가 미국의 대공황시기와 연관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잘 될 것이다.

1930년대부터 미국 국민들의 즐거움을 담당했던 뮤지컬 영화는 195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인기가 떨어진다. 지나치게 많은 제작 편수, 항상 비슷한 스토리, 정해진 관습으로 인해 관객들은 지쳤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영화 <7인의 신부>는 개봉 당시 최장 상영과 제작비 대비 높은 수익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뮤지컬 영화 전성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렇게 <7인의 신부>가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보기만 해도 흥겨운 춤과 노래, 일반적인 사회 관습을 담은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 © <7인의 신부>는 보기만 해도 신나는 춤과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Barn Dance> 씬은 대표라 할 수 있다. / 출저 : Youtube

최고의 감독과 안무가가 합심하여 만든 춤 장면

<7인의 신부>를 본 관객들은 유쾌하면서도 아크로바틱한 춤을 장점으로 꼽는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당연한 데, 왜냐하면 최고의 뮤지컬 영화 감독인 스탠리 도넌의 지휘 아래 토니상을 수상한 마이클 키드가 안무를 구상했기 때문이다. 스탠리 도넌 감독은 안무가 출신으로, 뮤지컬 영화에서 ‘춤’ 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이런 그의 안목은 <7인의 신부>의 총 안무가로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유명한 마이클 키드를 섭외하여 계획에 없던 춤 장면을 영화에 삽입하기로 한다.

스탠리 도넌과 마이클 키드는 폰타나 형제들과 그들의 연인인 마을 아가씨들을 무용수에서 캐스팅하여 본인들이 원하는 장면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두 사람이 얼마나 영화 속 춤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영화사와의 계약때문에 2명의 배우는 스튜디오 소속 배우로 캐스팅한다. 춤을 추는 장면을 자세히보면, 춤을 안 추는 배우가 있다. 한번 찾아보시길!)

<7인의 신부>에서 춤은 여러 역할을 가진다. 첫번째 역할은 ‘사랑과 결혼’ 이라는 영화 주제에 맞게 춤은 사랑의 매개체로 여겨진다. 예전부터 많은 영화에서 춤은 연인과의 사랑을 키워주는 매개체였고, 일대일 매치라는 점에서 결혼과 연관되기도 했다. 이러한 춤의 상징성을 <7인의 신부>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영화 속에서 춤의 다른 역할은 폰타나 형제들의 남성적인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요소로 활용된다. 폰타나 형제들은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밀리가 매너를 가르쳐 주기 전, 그들이 자신이 가진 남성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싸움이였다. 그러나 밀리의 가르침 이후, 그들의 매력은 춤으로 발휘된다. 그래서 폰타나 형제들에게 춤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신체적 우월성-매력 뿐만 아니라 매너까지 결합된, ‘완벽한’ 남성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활동이다.

이러한 춤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반 댄스(Barn Dance)’ 라고 불리우는 마을 축제 장면이다. 영화 속 춤 장면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씬에서 폰타나 형제들은 춤 뿐만 아니라 서커스에 가까운 묘기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전처럼 싸움이 아니라 춤으로 자신들의 신체적 능력을 보여주고 남성적 매력을 표출함으로써 남자들의 힘겨루기를 유쾌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동시에 폰타나 형제들이 밀리의 가르침을 통해 변화했음을 뮤지컬 영화의 주 요소인 ‘춤’으로 보여줌으로써 이 씬은 영화 전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 © 아담과 밀리는 전형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대표하며, 성격과 가치관이 정반대인 인물이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남성 중심적 관점으로만 바라본 사랑과 결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과 결혼‘ 이다. 뮤지컬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주제이지만, <7인의 신부>는 다른 영화들보다 남녀를 일차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구분짓는다.

영화 시작부터 부부의 연을 맺은 아담과 밀리를 통해 이 영화가 남자와 여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 나타난다. 아담은 단순하고 무대포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마초남이다. 이와 반대로 밀리는 이해심이 많고 섬세하며 가사일도 잘 하는 여성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인물들에게 부여하면서, 영화의 캐릭터들은 매우 단순해진다. 그리고 영화는 단순하지만 상반되는 가치가 충돌, 결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7인의 신부>의 전형적인 남녀 구분은 남성 중심적 시선으로 나눠진 것이다. 이런 남성 중심적 관점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결혼관에도 영향을 끼친다. 아담과 밀리는 성격만큼 결혼관에서도 정반대이지만, 언제나 밀리가 아담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남성 중심적 논리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갈등이 해결된다는 한계를 보인다. 심지어 결혼관뿐만 아니라, 밀리가 야만적인 폰타나 형제들을 교화시키고, 납치당한 마을 아가씨들이 시간이 지나 사랑을 느끼며 결혼한다는 내용을 통해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상-수동적이나 남자를 변화시키고 돌보는 능력(모성애)-을 보이지 않게 관객들에게 주입시킨다.

게다가 영화는 계속 부딪치던 상반된 가치관을 결말에서 아기의 탄생이라는 사건으로 간단하게 결합, 화해시키며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렇게 남성들의 이상화된 가치로 여성을 판단하는영화의 관점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와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며, 더 나아가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며 결혼과 가정을 이루면 행복한 결말에 이룬다는 일반적인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 © <7인의 신부>는 주제와 내용이 단순하고 평범하다. 그래서 즐겁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가끔 우리에게는 단순함과 즐거움이 필요하다.

<7인의 신부>는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마지막 영화이다.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실력있는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의 노력으로 제작비 대비 최고 수익을 올렸다. 성공 원인은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신나는 춤과 노래,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주제와 스토리 덕분이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7인의 신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TV 시리즈로도 제작되면서 명실공히 뮤지컬 영화의 클래식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영화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남성 중심적 사상과 결혼, 가정에 대한 판타지 등은 보는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7인의 신부>를 즐겨보며 좋아하는 영화로 추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대중들이 뮤지컬 영화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뮤지컬 영화를 보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힘들어서, 잠시 쉬기위해 단순하고 즐겁기만 한 뮤지컬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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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은
hyewsm@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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