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문진주]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의 미술제작은 살롱이라는 공적 전람회를 운영하는 아카데미에 의해 통제된다. 아카데미는 이탈리아의 모델을 토대로 르네상스시기에 등장했으며, 자신들만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규범을 마련하고 규범에 맞는 작품들만을 추려 전시를 꾸렸다. 이러한 아카데미 화풍은 19세기 급진적인 미술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고,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규범을 강화하여 심사한다. 이러한 규범은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였으므로 대개 이국적이거나 성적인 측면이 두드러졌다. 매끄러운 표면, 명확한 윤곽선과 입체감을 보이는 이러한 아카데미 양식은 전통주의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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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exandre Cabanel, The Birth of Venus, 1863, oil on canvas (Musee d’Osay, Paris) | ||
이러한 프랑스 전통주의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화파가 인상주의이다. 야외에서 작업하는 바르비종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은 인상주의자들은 이후 1874년에 인상주의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창립 멤버로는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피사로 등이 있으며 이들은 연례적으로 열리던 살롱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했다. 이들은 미술을 규칙과 규범에 종속된 것으로 보는 계몽주의적인 개념을 거부하고, 개인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창조로 간주했다. 바르비종 화파와 같이 이들은 파리의 근교나 교외의 여가 장면을 주제로 선호했고, 피사로 등은 변모한 도시로서의 파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극장의 공연, 카페, 콘서트, 무용 등의 새로운 여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들은 파리와 근교에 이젤을 세우고 느슨한 붓질과 원색으로 작품을 제작하며 스케치와 완성작의 경계를 약화시켰다. 원근법, 명암법, 모델링 등의 전통적 기법을 버리며 가급적 자신들의 눈으로 본 경험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데 집중하였다.
모더니즘을 연 작품으로 마네의 <올랭피아>를 들 수 있다. 모더니즘은 순간적이고 우연적이며 일시적인 느낌을 가리키는데, 이는 보들레르가 ‘근대의 특징’이라고 꼽은 면이다. 근대라는 시공간의 느낌을 순간적이고 우연하며 일시적인 느낌으로 요약한 것이다. 주제나 형식면에서 근대성을 표현하는가가 모더니즘과 전통예술을 가르는 경계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특징은 주변부 인물이 예술의 주인공으로 부상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그려지지 않았던 노동계층의 비신화적 인물들이 작품의 주제로 전면에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마네의 <올랭피아>에서는 창부가, 포드 마도 브라운의 <노동>에서는 노동하는 인물들이 주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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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ouard Manet, Olympia, 1863, oil on canvas (Musee d’Osay, Paris) | ||
먼저 올랭피아는 1863년 제작된 뒤 1865년 살롱에 출품하여 어떠한 이유에선지 입상이 되어 살롱전에 걸린 작품이다. 이전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같이 많은 비판, 조롱의 대상이 된다. 작품은 언뜻 보아 침대 위 여성의 누드라는 점에서 전통과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전의 전통 회화와 달리 이 여인이 신화 속의 여성이 아니란 증거들이 나타난다. 먼저 흑인 하녀가 가져다 준 꽃다발은 손님이 선물한 것이며, 침대 발치의 고양이는 음란한 성을 상징한다. 여성은 자신의 음부에 손을 갖다 대어 직업을 알려주는 듯 하고, 역시나 눈을 돌리지 않고 관람자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작품의 제목이자 여성의 이름인 올랭피아는 당시 매춘부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름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신화 속 여신이 아닐 현실의 여성의 누드를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올랭피아라는 매춘부를 통해 당시 살롱의 관람객의 대다수를 이루는 부르주아 남성관객의 비밀을 꼬집어낸다는 점이다. 당시 부르주아 사회에서 매춘은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행위였다. 여성의 성매매는 도리를 잃어버린 여성의 문제로 이해되었다. 영혼이 타락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는 부도덕한 아내를 가정에서 쫓아낼 수 있는 도덕적 권리가 있었다. 가정에서 쫓겨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거리에서 몸을 파는 것뿐이라는 논리였다. 성욕의 문제에서 19세기 여성은 남성과 결정적으로 불평등했다. 한편 남성은 이런 ‘타락한’ 여성과 성매매를 해도 결코 타락한 존재로 비난받지 않았다. 매춘이라는 어둠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적 현상을 전면으로 끌어와 묘사한 마네는 ‘관객을 불편하게 하기’가 목적인 것 같이 보인다. 자신들 또한 매춘의 소비자이고 올랭피아라는 낯익은 이름을 가진 창부를 살롱전에서 본 부르주아 남성들은 이 작품을 매우 비난한다. 모르는 척하고 싶은 사생활이 본인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은 낯 뜨겁고 피하고 싶은 경험이었을 것이다. 근대화된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금전거래로 이루어지고 성은 상품화된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게 하는데서 이 작품은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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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rd Madox Brown, Work, 1852-65, oil on canvas, (Manchester City Art Galleries) | ||
포드 마도 브라운은 15세기 초 이탈리아 미술 특징인 세밀한 묘사와 밝은 색채를 사용하며 현 사회에 대한 강한 개혁의 이미지를 가진 라파엘 전파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노동>은 갖가지 노동의 장면을 표현하고 있는 그림이다.
묘사된 장면은 런던의 거리에서 상수도 시설을 위해 공사하는 인부들의 노동 장면이다. 가운데의 노동 장면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로 당시 근대화 된 런던의 사회상이 드러난다. 꽃바구니를 든 인물은 어깨를 드러내고 모자를 썼으며, 꽃바구니를 들어 언뜻 여성인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이다. 이 인물은 룸펜 계층으로, 노동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부류이다. 노동을 하지 않는 결과로 여성화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경에 등장하는 소녀가장은 팔에 검은 띠를 두르고 있어 부모를 여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우 큰 옷을 입고 있어 아마 어머니나 큰 언니의 옷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며, 대다수의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녀는 부모의 부재로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는다. 큰 옷 때문에 등이 파인 모습으로 소녀가 앞으로 매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암시가 드러난다. 이 작품은 영국의 노동 문제를 노동 조직에 관한 복잡한 알레고리로 나타내었고, 서로 다른 종류의 노동이 도시 거리의 복잡한 한경과 병합되어 표현되었다. 산업화된 도시에서 빅토리아 인들이 직접적으로 느꼈던 삶의 변화를 반영하는 작품이다.
마네의 <올랭피아>와 포드 마도 브라운의 <노동>은 근대화 된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프랑스의 부르주아 사회에서 암암리에 일어나는 매춘을 살롱이라는 고급 전시 공간으로 끌어낸 <올랭피아>, 그리고 근대화되는 사회 속에 낙오된 인간을 보여주는 <노동> 두 작품 모두 근대 프랑스의 어두운 도시 상황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는 살롱의 성적이고 자극적인 그림들과 대비되어 시대 고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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