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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XX’ 향수 자극 한국영화 Choice 5

조재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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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2015년 11월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tvN에게 ‘신흥 드라마 강세 채널’이라고 단순 형용하기엔 무리로 만드는 수많은 흥행작품들이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 ‘나인’, ‘미생’, ‘두 번 째 스무살’ 등등.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tvN이 드라마 강세 채널임을 확증시켜준 드라마가 ‘응답하라’ 시리즈였다. ‘응답하라 1988’의 제작 성공과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의 연속 흥행은 대중들이 얼마나 과거를 기억하는 향수가 짙은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때가 있다. 그 때를 다시 생각하고 있노라면 현재의 고단함은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 과거를 향한 향수, 그 향수를 자극함으로써 추억을 떠올리게 한 영화들이 한국영화계에서 여럿 있었다. ‘그땐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잠시만이라도 하게 해준 한국영화 다섯 편을 다시 감상해 과거로 돌아가 보자.

   
▲ ‘품행제로’ 스틸컷

  품행제로

  1980년대 후반 일시적으로 대한민국 중고등학교는 교복을 의무적으로 입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자유의 시대(?)가 도래했다. 2년 여 간의 짧은 시기였기에 이 시대만의 문화와 정서, 공기를 맛 본 세대는 극히 한정됐다고 볼 수 있다. 그 짧은 시기의 분위기를 한국영화만의 또 다른 색깔, B급 색깔로 그려낸 영화가 ‘품행제로’다. 영화 도입부부터 과장된 전설로 문덕고의 전설이 된 중필은 학교의 유일무이한 존재 ‘캡짱’으로 살아간다. 영화 전개 중 교복자율화 시기를 지닌 남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들이 다수 등장한다. 청계천 비밀스런 모 상인에게 성인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했지만 결국 전원일기가 재생되거나, 나이키 신발이 부러워 뺏어 신었지만 나이키가 아닌 나이스였다던가, 당시 중고등학생들의 최고의 유흥장소 ‘롤라장’이 그대로 등장 한다든가 등의 과거로 여행시켜주는 듯 한 곳곳의 ‘품행제로’만의 향수 자극은 교복자율화 시대를 살았던 세대들이 1980년대 후반을 향해 응답하라 외친 결과 같았다. 교복자율화 시기를 보냈던 남성들이 소소하게 공감할 수 있게 해준 영화 ‘품행제로’였다.

   
▲ ‘해적 디스코왕 되다’ 스틸컷

  해적 디스코왕 되다

  이번엔 1980년대 초반 달동네로 가보자. 이미 시간, 장소 설정이 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적, 봉팔, 성기 그리고 봉자가 살고 있는 동네는 그야말로 시멘트 급경사 위에 여러 가난한 가구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는 달동네다. 철근으로 된 지붕들이 즐비하고 오물배출시설이라곤 똥 푸는 아저씨가 직접 똥을 푸고 그 급경사를 내려가야 만이 처리가 되는 그런 후줄근한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래도 그 속에서 또 다른 추억도 피어나고 이야기도 생성됐다. 해적은 다치신 아버지를 위해 룸싸롱에 나가는 봉자를 구하기 위해 악당 무리들과 직접 주먹을 섞으며 그렇게 봉자를 구하게 되는 뻔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다. 해적은 봉자를 구하기 위해 경연대회에서 우승해야 했으며 그 경연 대회는 1980년대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디스코로 이뤄지는 디스코 경연대회였던 것이다. 1980년대 청춘으로 보냈다면 누구라도 손을 돌리며 하늘을 찔러봤을 디스코, 그 디스코를 연마하기 위해 전설의 춤바람 선생 제비와 함께 맹훈련에 돌입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 보여주는 곳곳의 1980년대를 재현하는 연출의 배치가 이미 소소한 웃음과 추억으로의 감상을 이끌어 냈다. 달동네, 순수한 사랑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디스코의 향연까지. 부담 없이 과거를 즐길 수 있는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였다.

   
▲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말죽거리 잔혹사

  조금 더 과거로 가보자. 이번에는 1970년대 후반이다. 1970년대 후반 청춘들에게는 어떤 추억들이 있었을까? ‘말죽거리 잔혹사’는 그 추억들을 마냥 미소만 짓게 하는 요소들로가 아니라 그 추억들을 고조되는 영화의 이야기 속에 적절히 담아내 영화의 완성도까지 일궈낸 작품이다. 역시 ‘말죽거리 잔혹사’ 또한 끊임없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의 배치가 연속으로 드러난다. 세련되고 화려한 교복이 대세가 된 현재와는 달리 단순 검은색 차이나 교복을 입고 교복모자까지 쓴 학생들이 영화 내내 등장하며 주를 이룬다. 그리고 가발까지 써가며 디스코가 아닌 고고를 추러 고고장에 불법 출입하는 고등학생들까지. 전형적인 1970년대 후반 놀고 싶은 고등학생을 그려냈다. 그렇게 주인공 김현수는 친구 김우식을 만나고 떠나보내고 첫사랑 강은주를 만나고 다시 떠나보낸다. 이런 감동의 소용돌이를 김현수는 라디오 카세트 하나에 의존하고 달랜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울분을 분출시키는, 평소 동경했던 이소룡을 본 따 쌍절곤으로 악의 무리 선도부 야생마 패거리를 처지하기까지. 연출 배치에서부터 이야기 내에 녹아든 흐름까지 1970년대 추억의 향연이었다. 단순 연출의 배치만이 아니라 그 연출이 이야기 내에 녹아들이 대중들의 감정까지 다가갔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였다.

   
▲ ‘써니’ 스틸컷

  써니

  앞선 영화들이 주로 남자 주인공을 필두로 한 추억으로의 여행이었다면, ‘써니’는 철저하게 여성들의 추억을 위한 영화다. ‘품행제로’와 같이 ‘써니’가 선사한 추억의 무대는 역시 1980년대 후반 교복자율화 시대다. 하지만 배경은 여고. 새로이 전학 온 나미가 합류해 완성된 7공주 써니는 그들만의 돈독한 결집으로 여성 특유의 우정을 보여준다. 그 우정은 25년이 지나고 나서도 서서히 흩어졌던 그 일곱 명이 다시 모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승화된다. 역시 ‘써니’도 마치 근현대사 박물관에 와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연출 배치들이 영화 곳곳에 보인다. 학교 뒷마당에 꼭 있었던 소각장, 어머니께서 넌 꼭 클 거라며 반드시 한 치수 크게 사주셨던 80년대 특유의 청자켓, 쉬는 시간만 되면 학생들로 넘쳤던 여고 매점, 80년대라고 단번에 알 수 있는 써니텐과 크림빵까지. 눈으로 즐길 수 있었던 80년대의 모습, 여고의 모습들이 속속들이 존재했다. 그렇다고 ‘써니’가 그 연출의 배치들로만 추억의 부름에 응답한 것일까?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여고에서만 일 수 있는 여자들의 우정에서만 풍길 수 있는 우정의 단단함 그 우정이 드러났기에 대중들도 편안히 1980년대로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건축학개론’ 스틸컷

  건축학개론

  과거로 향한다는 것이 반드시 1970년대, 1980년대만을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 1990년대도 과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199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들 또한 이제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고 추억이란 이름으로 그때 1990년대를 돌이켜보고 싶은 욕구들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그 욕구를 그나마 풀어준 영화가 ‘건축학개론’이다. ‘건축학개론’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대학에 진학하면 경험해봤을 대학교 특유의 설렘과 사랑의 경험을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잘 그려냈다. 통제가 기본이던 중고등학교에 비해 책임과 자유로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대학생활은 그야말로 20대들에게 해방과도 다름없었다. 그 해방과 동시에 반드시 사랑은 찾아온다. 사실 ‘건축학개론’에서 나타나는 승민과 서연의 감정 줄다리기는 대학생활을 경험해본 어느 누구라도 겪었을 단편적이고 전형적인 이야기다. 나보다 나은 선배에게 상대를 뺏길 것 같은 불안함, 아무 것도 아니지만 상대와 함께라면 마냥 좋은 설레임, 이 감정들이 물질적인 요소가 아닌 말 그대로 감정의 형태로 ‘건축학개론’ 안에서 추억을 공감케 하는 요소들로 배치된 것이다. 물론 무스, 철자 틀린 게스, CD 플레이어, 1기가 하드디스크 용량을 자랑하는 컴퓨터 등 물질적인 형태로 추억을 공감케 하는 요소들도 분명히 뚜렷했지만 누가 뭐래도 ‘건축학개론’이 추억의 영화로 자리 잡게 해준 강한 요소는 앞서 말한 감정의 형태로 드러난 추억들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설 때 두근대는 그 기대감, 설레임, 두려움 이 여러 형태의 감정 추억을 느끼게 해준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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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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