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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의 고전 – Singin’ in the rain

허영은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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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허영은]

               

 한국에서 뮤지컬의 인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져만 간다. 매 해 좋은 공연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은 ‘뮤지컬 영화’ 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비인기 장르인 뮤지컬 영화의 덕후로 살아가기는 힘들다. 날짜를 놓치면 상영관을 찾기도 어려워 어떻게든 개봉 첫 주에 봐야 하고, 개봉하지 않은 영화는 해외 사이트를 뒤져서 겨우 찾아도 다운받는데만 몇 날 며칠이 걸린다. 그런데 그조차 자막이 없어 영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한 자신을 탓하며 화면만 보는 게 부지기수다.

이러한 고충을 겪어도, 한번 빠진 이상 그만 둘 수가 없다. 그게 덕질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다만, 가끔, 아주 가끔 서러울 뿐이다. 이 꾹꾹 눌러담은 서러움이 폭발하기 직전 결심했다. 뮤지컬 영화의 매력과 이 넘쳐나는 사랑을 널리 퍼뜨리기로.

그러니 이 칼럼에 소개되는 뮤지컬 영화를 한, 두편씩 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당신도 우리의 넘쳐나는 사랑에 전염되어 뮤지컬 넘버들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Welcome Musical Film World!

   
▲ © [Singin’ in the rain]의 포스터. 이 한 장면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된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Singin’ in the rain]

– 제작년도 : 1952년
– 감독 : 진 켈리 & 스탠리 도넌
– 주연 : 진 켈리(돈 락우드), 데비 레이놀즈(캐시 셀든), 도널드 오코너(코스모 브라운), 진 헤이건(리나 라몬트)
– 줄거리 :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돈 락우드는 영화 시스템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체제로 전환되면서 자신의 명성을 잃을 큰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연인인 캐시와 친구인 코스모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뮤지컬 배우로서 성공적으로 재기한다.
– How to see : 예전 <주말의 명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할리우드 고전 영화인 만큼, DVD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가격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영화를 이미 봤다면 유튜브에서 명장면만 골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하나의 명장면으로 사랑받는다는 것

한 영화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배우의 열연일수도 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일수도 있다. 또는 화려한 특수효과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기억 속에 남고 회자되는 것은, 영화 속 가장 강렬한 한 장면일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은 기억 못해도, 대표 장면은 기억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말이다.

장면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영화를 이미지와 분위기로서 기억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장면들은 패러디되거나 오마주되어 꾸준히 재탄생된다. 100년이라는 긴 영화의 역사 속에서 단 한 장면이라도 사람들 뇌리 속에 영원히 남긴다는 것은 어쩌면 높은 흥행성적과 수입보다 더 자랑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 <Singin’ in the rain>은 가장 성공한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조차 빗 속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진 켈리의 모습은 다 알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이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영화가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뮤지컬 영화의 정점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Singin’ in the rain>은 뮤지컬 영화의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그 안에서 장르적 법칙을 비틀고 변형하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누가 봐도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의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 © 진 켈리는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인 돈 락우드를 젠틀하면서도 천진난만함을 잊지 않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기한다. / 출저 : genekellyfans.com

비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배우 – 진 켈리

<Singin’ in the rain>의 구조와 스토리는 이전의 뮤지컬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이건 진 켈리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대표 배우인 진 켈리의 매력 포인트는 남성적인 역동성과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런 그의 이미지는 뮤지컬 영화의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변모시킨다. <Singin’ in the rain>에서 진 켈리가 연기한 돈 락우드는 할리우드 최고 배우로서, 실력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완벽한 남자이다. 즉, 모든 멜로 속 남자주인공이 그러듯이 현실에는 없는 남자이다. 그러나 진 켈리가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순간, 유쾌함이라는 매력이 덧붙여지면서 비현실-현실이라는 구분은 사라진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진 켈리의 놀라운 능력은 그가 가진 ‘능청스러움’ 에서 나온다. 특히 영화에서 일상적인 연기를 하다가 뮤지컬 넘버로 전환될 때, 이 능청스러움의 효과는 배가 된다. 진 켈리는 자신이 가진 이미지와 능력으로 현실에서 비현실로의 전환을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낸다. 진 켈리가 집이나 길거리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춤추고 노래하기 시작하면, 그 장소는 갑자기 흥겹고 즐거운- 춤과 노래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세상으로 변모한다. 관객들은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 속 삶이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그 모든 것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인냥 진 켈리에게 설득당한다. 그리고 영화 속 현실과 비현실은 매끄럽게 결합된다.

진 켈리는 현실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동시에, 자신의 유쾌하고 즐거운 에너지를 영화 안에 널리 퍼뜨려 영화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영화 <Singin’ in the rain>은 이러한 진 켈리의 매력이 100% 발휘되는 영화였고,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가 직면하는 문제-스토리(현실)와 뮤지컬 넘버(비현실)의 자연스러운 연결-를 해결하고, 뮤지컬 영화의 매력을 최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 © [Singin’ in the rain]은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영화의 역사를 보여준다. / 출저 : 구글이미지

영화, 영화를 말하다.

진 켈리의 매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Singin’ in the rain>의 또 다른 재미는 영화의 역사를 영화를 통해 본다는 점이다. <Singin’ in the rain>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과 그로 인한 영화 제작자들의 시행착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할리우드의 모습 등 당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런 점에서 <Singin’ in the rain>은 한 편의 훌륭한 영화 역사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Singin’ in the rain>의 진정한 의의는 영화 제작의 뒷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면서 ‘영화의 본질’에 대해서 말한다는 점이다. 영화 내에서 가장 큰 사건이자, 실제 영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인 유성 기술의 도입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로만 볼 사항이 아니였다. <Singin’ in the rain>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로 배우들의 목소리 톤과 발성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고, 관객들은 영화에게 ‘현실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돈과 리나의 첫 유성영화인 <결투하는 기사>의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기술 부족으로 인한 영사 사고와 리나의 째질듯한 목소리를 흉내내며 비웃는다. 하지만, 관객들이 비웃은 것은 그것뿐만은 아니였다. 지금까지 무성 영화에 적합했던 돈과 리나의 과장된 몸짓과 어색한 연기 역시 비웃음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결국, 유성영화의 탄생은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기존의 영화 언어와 시스템을 뒤엎는 아주 획기적인 변화였던 것이다.

유성영화의 시대가 되면서, 영화의 ‘리얼리즘’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영화 언어와 법칙은 스크린 속 화면과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 배우들은 좀 더 자연스런 연기를 해야했고, 스크린 속 세상이 허구임을 관객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카메라의 구도나 편집 기술은 더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영화가 점점 더 현실과 닮으려고 하면 할수록 영화의 속임수는 더욱 정교해졌고, 이는 영화의 본질 중 하나인 ‘허구성’ 이 더 탄탄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영화의 허구성 또는 환영성을 가장 비현실적인 장르로 평가받고, 그 무엇보다 영화의 허구적인 힘에 기대는 뮤지컬 영화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Singin’ in the rain>이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특히나 이 영화가 그 어떠한 뮤지컬 영화보다 탁월하게 현실과 비현실을 매끄럽게 결합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묘한 아이러니도 느껴진다.

<Singin’ in the rain>은 영화의 허구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영화를 보고있는 관객들이 그것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이 점이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이며, 시간이 지나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 © 비오는 날씨의 우울함마저도 즐거움으로 바꾸는 이 명장면은 비가 오는 날이면 더 그리워진다. / 출저 : 구글이미지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영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Singin’ in the rain>은 영화가 스스로 자신을 고백하고 비판하는 자서전과도 같은 영화이다. 이러한 메타 영화적 속성은 개봉 당시에는 발견되지 못하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인정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놀라운 능력은 시대를 앞서갔다는 점이 아니라, 장르적 특성을 살리면서 자기 고백적인 의미까지도 녹여냈다는 점이다. 그것 자체로도 어려운 일인데, 심지어 이 영화는 오락적인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매우 똑똑한 영화다. 이것만 보더라도 왜 <Singin’ in the rain>이 최고의 영화 순위 리스트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비평적 관점이나 영화적 의의 등을 다 떠나서 뮤지컬 영화로만 봤을 때도 <Singin’ in the rain>은 아주 훌륭하다. 뮤지컬 영화의 모든 매력을 이 영화 한 편으로 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지컬 영화 입덕에는 이만한 영화가 없다. 이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진 켈리의 모습이 그리워 재생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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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은
hyewsm@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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