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playdb 연극 <트루웨스트>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고유리]
우리는 가끔 혹은 자주 본능을 숨기고 살아가고는 한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표현해주는 작품이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수는 없다. 서로 살아온 삶이 다르기에 서로 다른 의견, 다른 표현방식 등으로 사사건건 부딪힐 때가 많다. 본능은 이렇게 서로 부딪히는 순간 드러나면서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본능을 각각의 캐릭터들을 통해 적절히 표현하면서 현실에도 있을 법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연극 <트루웨스트>에서 주목할 점은 말 그대로 각각의 캐릭터들이다.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몇날 며칠을 생각했다. 언뜻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연극 <트루웨스트>는 생각할수록 복잡해지는 엉킨 실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엉킨 실도 차분히 풀다 보면 풀리듯이 나의 생각도 점점 정리되어 글을 써내려가 보고자 한다. 연극 <트루웨스트>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동생 ‘오스틴’이 ‘엄마’가 휴가를 떠나서 비어있는 집에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중 몇 년 동안 소식이 없던 형 ‘리’가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 작품에서는 총 네 명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본능대로 거침없이 살아가는 자유인 형 ‘리’, 형과 반대로 반듯한 성격의 동생 ‘오스틴’,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곳을 찾기 위해서는 미련 없이 집을 떠나는 ‘리’와 ‘오스틴’의 엄마, 그리고 자신이 본능을 믿으며 그에 따른 손해도 책임질 각오를 하고 살아가는 헐리우드의 잘 나가는 프로듀서 ‘사울키머’ 가 등장한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연극 <트루웨스트>의 핵심 내용이다. 간단한 줄거리와 네 명의 캐릭터들을 소개해 봤으니 본격적인 나의 생각을 써내려가 보도록 하겠다.
‘마음은 o인데 x를 대답하고 싶을 때 우리는 망설인다. 왜? 우리도 우리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생각 없이 튀어 나오는 게 속마음이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나온 대사이다. 연극 <트루웨스트>에서 오스틴 역을 보면서 생각났던 문장이다. 이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자신의 본능을 숨기고 답답한 틀 속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가짜일수도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지 않기에 스스로에 대해 알아갈 기회가 없어서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갑자기 어떠한 극한 상황이나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각할 겨를 없이 다가왔을 때 나오는 행동이나 말이 우리의 본능이자 진짜 모습일 수 있다. 동생 ‘오스틴’은 자신의 오랜 시간 작업한 모든 걸 바친 프로젝트가 갑자기 나타난 형 ‘리’의 프로젝트에 밀려 제작자에게서 버려진다는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다가왔고 그 후 술을 마시며 취중진담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형 ‘리’에게 전한다. 연극 <트루웨스트>를 보고 난 후 제일 많이 생각하게 되는 캐릭터는 동생 ‘오스틴’이다. 아마 성격이나 행동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이는 캐릭터여서가 아닐까 싶다.
연극 <트루웨스트>에서는 형제간의 서로 다른 삶속에 녹아있는 서로 다른 여러 요소들을 보여준다. 그 중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과 ‘문제의 해결방식’ 이 두 가지에 대해 써볼까 한다. 첫 번재, 형 ‘리’는 그동안 가족을 떠나 사막을 떠돌아다닌 것과 남의 물건을 훔쳐 돈을 만지는 모습을 봤을 때 인간관계에 대해 전혀 중요성을 못 느낀다. 누군가와 떨어져 산다고 해서 외로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을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에 대해 잘 안다. 동생 ‘오스틴’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번 미팅을 가져도 알 수 없던 제작자 ‘사울키머’의 생각을 형 ‘리’는 단번에 알아채고 짧은 시간에 사로잡고 심지어 자신의 프로젝트까지 진행하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 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여우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형 ‘리’는 인간관계라는 건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형과 반대로 동생 ‘오스틴’은 인간관계에 중요성을 크게 둔다. 공연 중 형 ‘리’에게 어떻게 친한 사람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틸 수 있냐고 물어보는 대사가 나온다. 그만큼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오스틴’의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비즈니스 적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는커녕 자신의 의견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전하기에만 급급하다. 이러한 상반된 생각은 집이라는 공간을 떠나서 여러 상황에 맞서 부딪혀야 하는 거친 세상에서 떠돌아다녔던 형,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자신만의 일만 하던 동생 이 둘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두 번째, 연극 <트루웨스트>에서 형제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다. ‘프로젝트’이다. 동생 ‘오스틴’이 형 ‘리’로 인해 평생을 바쳐 작업한 프로젝트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동생 ‘오스틴’은 화가 날만하다. 형 ‘리’는 자신의 진짜 삶을 반영한 ‘트루웨스트’를 제작자 ‘사울키머’에게 들려주고 작업할 기회를 얻지만 아쉽게도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글로 표현할 능력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큰돈을 만지게 될 좋은 기회를 형 ‘리’는 얻었지만 실력 있는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틴’이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눈앞에 선명한 성공과 바라던 삶을 놓치게 되는 문제에 맞딱드린다. 여기서 이 둘의 ‘해결 방식’에 대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동생 ‘오스틴’은 어떻게든 자신의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려 한다. 무조건 자신의 시나리오로 작업을 해야 하고 다른 프로젝트와는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린다. 물론 협조조차 할 생각이 없다한다. 이와 반대로 형 ‘리’는 동생 ‘오스틴’을 구슬려 같이 힘을 합쳐 잘해보자고 한다. 협조 해 달라 한다. 나중에는 동생 ‘오스틴’이 술에 취해있을 때 자신도 사막으로 데려가 달라고 조를 때 거절하다 막판에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면 같이 가겠다는 거래를 한다. 이러한 상반된 해결방식 또한 여러 문제에 부딪힐 일 없이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온 동생, 여러 문제에 부딪힐 일이 많았던 거치고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간 형 이 둘의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형 ‘리’와 동생 ‘오스틴’의 성격 차이는 환경의 이유가 클 수 있다. 하지만 막판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대사와 형이 말한 대사를 연결시켜본다면 ‘엄마’도 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 ‘리’는 동생 ‘오스틴’의 입에서 ‘엄마’가 했던 말이 나오면 소름끼치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가 했던 말은 대부분 ‘~하지 말랬지!’였다. 행동을 제지하는 명령조의 말이다. 형제는 서로 싸우고 자랄 수도 있고 싸우는 과정에서 화가 나면 서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서로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도 생길 수 있다. 또한 무엇인가를 시도해보고 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형제에게 ‘~하지 말랬지!’라는 말을 많이 하던 ‘엄마’는 ‘본능’이라는 불을 킬 기회조차 주지 않는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처럼 느껴졌을 수 도 있다. 이런 삶속에 제재가 싫었던 자유인인 형 ‘리’는 집을 떠나게 되고 그렇게 동생 ‘오스틴’과 떨어져 자라왔기에 서로 상반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마디로 ‘엄마가 휴가가기 전의 집’과 ‘엄마’는 본능을 제재하는 요소이고 ‘엄마가 휴가 떠난 집’과 ‘집 밖’은 본능을 맘껏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집에 형제가 있을 때 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한다.
우리의 주변사람들 모두가 우리가 원하는 행동과 말을 하고 우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주면 싸우지 않고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로 살아온 삶 자체에 녹아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다르기에 절대 같을 수 없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강요하면서 바꾸려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런 모습을 존중한다면 사는데 있어서 문제 될 것이 없지 않을까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래도 노력할 시도는 한번쯤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연극 <트루웨스트>에서 형 ‘리’와 동생 ‘오스틴’이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봤다면 더 좋은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진짜 삶을 느끼고 싶어 사막을 가기 위해 형 ‘리’를 죽일 뻔한 동생 ‘오스틴’이 다시 ‘엄마’가 존재하지 않은 집이 돼 버린 공간을 떠나지 못하고 형 ‘리’를 걱정하며 나가려는 시도를 관두고 다시 들어와서 형 ‘리’와 서로 말없이 마주보며 공연이 끝난다. 이 연출은 형 ‘리’와 동생 ‘오스틴’이 ‘엄마가 휴가 떠난 집’에서 일어났던 싸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이나 서로 떨어져 있었을 때 일어났던 상황 등을 알게 되며 서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며 함께 트루웨스트를 향해 떠날 기회가 생긴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너무 완벽한 작품보다는 여러 군데 흠이 존재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계속 그 ‘흠’을 생각하느라 작품에 대해 한번, 두 번, 세 번, 그 이상을 생각하면서 그 작품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생각하다 보면 그 ‘흠’을 통해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작품에 대한 생각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흠’이 중간 중간에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흠’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몇날 며칠이고 생각하면서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지고 다 쓰고 난 다음에도 더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가는 관객들의 입에서는 본 작품에 대해서 모두 같은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다. 특히나 여운이 길게 남는 ‘왜 저렇게 끝나지?’ 라는 의문이 드는 작품일수록 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수많은 관객들의 이러한 ‘흠’을 향한 다양한 신선한 의미부여는 연출자의 의도와 다르게 억측이 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억측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 작품에서 다양한 추측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관객들의 본능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관객들의 자유이다. 이것 또한 복잡한 연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이며 매력이 아닐까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