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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손정호][기사 내 모든 사진의 출처는 NAVER 영화입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r)>(2013, 압델라티프 케시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The Origin Of Love’는 뮤지컬 ‘헤드윅(Hedwig)’의 OST로 잘 알려졌다. 이 노래는 플라톤의 ‘향연’에 등장하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사랑의 기원’을 모티브로 했다. 그에 따르면 태초에 인간은 남자+남자인 남남성, 여자+여자인 여여성, 남자+여자인 남녀성으로 3개의 성이었다. 두 인간이 결합한 형태로 머리가 두 개, 팔이 네 개, 다리가 네 개였다. 제우스는 완벽하고 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두려워 반으로 갈랐다. 완전한 상태에서 불완전한 상태가 된 것이다. 온전한 상태로 회귀하기 위해 인간은 자신의 반쪽을 그리워하고 찾는다. 하나였던 예전의 상태를 회복하고 그 상태를 추구하려는 욕망을 바로 사랑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생각한 사랑은 생물학적 당위성이 아닌 원초적이고 순수한 욕망이다. 그의 이야기처럼 그 욕망이 동성을 향한 것이든 이성을 향한 것이든 그건 중요치 않다. 오로지 사랑만이 중요한 문제고 그 외의 것들은 본질을 흐릴 뿐이다. 성(性)의 구분 없이 사랑 앞에 모든 인간은, 인간에게 모든 사랑은 동등하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아리스토파네스의 관념이 잘 드러난다. 영화는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이라는 평범한 소녀가 레즈비언 엠마(레아 세이두)에게 운명처럼 끌려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렸다. 단순히 동성애를 소재로 한 소프트코어 영화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멜로 영화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퀴어 영화보단 멜로 영화에 가깝다. 아델은 사랑에 설레고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파란색 하면 차가운 이미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제목은 파란색이 가장 따뜻한 색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파란색은 편견을 깨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통상적인 생각이 파란색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의미를 제한한다. 파란색도 얼마든지 따뜻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랑에 대한 일반적이고 편협한 사고가 사랑의 의미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제한적 사고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동성애는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차이점일 뿐 부정적인 심리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동성애는 치부나 병이 아닌 단지 취향의 차이이며 우리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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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에서 처음 만난 아델과 엠마 | ||
바에서 처음 만난 아델과 엠마의 대화가 떠오른다. “순수미술이면 추한미술도 있나요?” “추한미술은 없지만 추해 보일 순 있지. 미술은 주관적이라.” 여기서 미술이 사랑을 대변하고 있다. 미술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인 만큼 사랑과 많이 닮았다. 아델의 아버지는 엠마에게 미술은 돈이 안 된다는 말을 한다. 미술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랑 또한 있는 그대로가 아닌 사회적 허용의 측면에서 보는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랑에도 순수하고 추하고의 기준은 없다. 일부가 사랑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으로 동성애를 추하게 볼 뿐이다. 그 또한 사랑인데 말이다.
영화에서 가장 원초적으로 느껴졌던 장면은 적나라한 베드신이 아니다. 영화 후반에 아델과 엠마가 싸우는 장면과 빈 교실에서 아델이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이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흔한 사랑 이야기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싸우는 연인의 모습은 마치 우리 같았으며 일상 생활 속에서 홀로 슬픔을 감당하는 모습은 나 같았다. 영화는 동성애를 떠나 사랑 앞에 나약하기만 한 한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모두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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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게이 퍼레이드에 참석한 둘 | ||
올해처럼 동성애가 뜨겁게 대두된 적도 드물 것이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의 성교육 지침에 동성애를 차별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었다. 반대로 지난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을 합법화 해 화제가 됐다. 이에 앞서 유럽의 대표적인 보수국가 아일랜드는 지난 5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 했다. 22년 전까지도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했기에 62%의 찬성표를 얻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국제사회의 성적 소수자 평등권 확대 운동에도 큰 전기가 마련됐다는 견해가 많다. 영화의 배경이 된 프랑스는 동성애에 많이 열려있는 편이다. 1791년의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는 형법에서 최초로 동성애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 프랑스를 포함해 17개 국가가 동성결혼을 합법화 했다. 매년 6월 말에서 7월 사이에 열리는 ‘파리 게이 퍼레이드’는 이미 세계적인 축제이자 문화가 됐다.
물론 프랑스 사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엄연히 존재한다. 영화 속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엠마가 아델을 집으로 초대해 부모님께 소개할 때 둘은 자연스럽게 키스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시선에 어떠한 편견도 없었다. 반면에 아델이 엠마를 소개할 땐 레즈비언임을 숨기고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로 소개를 한다. 또 아델이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동성애에 대해 추궁 받는 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게이클럽에 데려간 친구에게 학생들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들은 아델을 둘러싸고 추궁하며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프랑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이지만 사회적으로 완전히 용인되진 않는다. 그러나 더디게나마 나아갔기에 지금의 과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게이 바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가 아델에게 “사랑엔 성별이 없지. 누구든 찾아봐. 사랑하면 그만이고 행복하면 다야”라고 말한다. 사랑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다. 흔히 사랑엔 나이도 국적도 없다고 말하듯 명확한 기준 또한 없다. 그렇기에 누구도 타인의 사랑에 손가락질 할 자격도, 비난할 어떠한 근거도 없는 셈이다. 우리는 사랑을 원하지 사랑의 조건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델도 엠마도 우리처럼 사랑을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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