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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미술관]뒤돌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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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라노;연애조작단(2010)_포스터

당신의 사랑을 이뤄드립니다.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원작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모티브 삼은 작품이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시,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는 데다 뛰어난 검객 이었으나 코가 매우 큰 추남 이었기 때문에 8촌 여동생 록산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록산느는 그와 같은 부대에 있는 훈남 크리스티앙을 사랑하고 있었고 시라노는 지성이 부족한 크리스티앙 대신 록산느를 위한 사랑의 편지를 쓰게 된다. 감미로운 고백에 감동한 록산느는 크리스티앙과 결혼 하지만 그는 그녀를 탐하던 드 기쉬 백작의 음모로 인해 전쟁터로 떠난 후 전사하고 만다. 15년 후 수도원에 머무르는 록산느를 찾아가던 시라노 또한 싸움에 휘말려 피 흘리며 죽어간다. 그리고 시라노는 록산느의 품에 안겨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읊고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이러한 스토리의 <시라노>는 1950년 영화 <시라노>로 재탄생 되었고 당시 주연을 맡은 ‘호세 페레’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여러 버전으로 제작되었으며 한국에서는 2010년 이를 모티브로 한 <시라노 연애조작단>과2013년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문 닫은 극단의 재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 바 ‘시라노’ 역할을 하는 극단의 대표이자 극작가인 병훈(엄태웅)과 역술 담당 철민(박철민), 스타일 담당 민영(박신혜), 자료 수집 담당 재필(전아민)이 완벽한 각본으로 사랑을 연출해 주는 ‘(주)시라노 에이전시’의 이야기다. 

최상의 밀당 시나리오로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하는 남자도 축구 이야기만 하는 남자도 심지어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만 하는 남자도 연애에 성공할 수 있게 만들어주며 성공률 99%를 자랑하는 이곳에 어쩌면 1%의 실패 사례로 남을지도 모를 의뢰인 상용(최다니엘)이 등장한다. 그의 의뢰가 순탄치 않은 이유는 그의 짝사랑 상대인 희중(이민정) 다름 아닌 병훈의 과거 연인이기 때문이다. 나 갖기는 싫어도 남 주기는 아까운 게 사람 맘인데 하물며 나도 못 잊은 과거 연인을 대상으로 왠지 뒤가 구릴 것만 같은 놈의 연애 전령 노릇이나 하라니 심사가 뒤틀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남자, 바가지 씌운 비용 청구에도, 재 뿌리는 시나리오에도 굴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눌한 말투와 행동은 점점 그녀의 호감을 산다. 그렇게 그녀의 마음을 얻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 같지만 로맨스 영화의 법칙대로 그들에게도 오해로 인한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다 상용과 희중의 관계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곳에 이번 칼럼의 주인공 ‘빌헬름 함메르쇠이(Vilhelm Hammershoi)’의 작품 ‘Rest’가 등장한다.

사실 함메르쇠이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이보다 먼저 언급된다. 음주 단속에 걸려 우연히 만나게 된 희중과 병훈의 대화 장면이 바로 그 부분이다.

   
▲ 시라노;연애대작전(2010)_스틸컷

병훈: 파리에 일 년 넘게 있었으면서 오르세 한번 못 가봤네. 너 왜 나 안 데리고 갔냐.

희중: 오빠는 루브르 갔다가 삼십 분 만에 나온 사람이잖아. 모나리자 앞에서 한 번 다비드상 앞에서 한 번 사진 찍고 끝.

병훈: 그게 속성 코스 아니냐.

(‘오르세미술관’전시 홍보 문구가 새겨진 버스가 지나간다.)

희중: 함메르쇠이 그림들도 오려나.

병훈: 오르세는 만종이 유명한거 아니냐.

희중: 그래. 그게 오빠한테 어울리지. 루브르는 모나리자. 오르세는 만종. 끝.

이처럼 대표적인 것만 기억하고 보이는 그대로만 믿었던 병훈이 진정 희중을 위하는 길을 선택 함으로써 본격적인 ‘시라노 연애대작전’이 시작된다.

병훈: 김희중씨는 분명 함메르 뭐시기의 그림을 보러 나타날 겁니다. 제보자는 밝힐 수 없지만..전시 기간동안 (재필을 가리키며)니가 미술관 앞에 죽치고 있다가 김희중씨 나타나면 바로..

상용: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꼭 그러고 싶습니다.

대사에 언급되는 ‘함메르 뭐시기’가 바로 ‘함메르쇠이’이다. 상용이 몇 날 며칠 동안 미술관에서 희중을 기다리다 재회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작품 ‘Rest’는 실제 국립 현대미술관의 ‘오르세 미술관 전’ 에 전시된 작품이다.

   
▲ rest_1905_oil on canvas_49.5×46.5cm

함메르쇠이는 1864년 덴마크 코펜하겐 출생으 로 여덟 살 때 첫 드로잉 수업을 받았으며 코펜하겐에 있는 왕립 미술학교를 졸업 후 자연주의 화가인 크로어(Peder Severin Kroyer)의 제자로 가르침을 받았다. 1885년 자신의 누이동생 안나(Anna)을 그린 <어린 소녀의 초상 Portrait of a Young Girl>를 발표함으로써 작품 활동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이후 네덜란드에서 그림을 공부 하고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여했으며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전시를 개최 해 유럽 각지에 이름을 알렸다. 1891년 스물여덟에 이다(Ida)와 결혼한 후 그녀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배경으로 그려진 공간 역시 코펜하겐에 위치한 실제 그의 집이다. 주요 작품은 <실내 Interior> (1899), (1901), <휴식 Rese(1905) 등이 있으며 주로 회색을 사용한 구성에 인물을 그림으로서 침묵과 고요, 신비감이 느껴지는 실내 공간을 묘사한 그의 작품은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융합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당시 유행하던 자연주의를 벗어난 신선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 Interior with Piano and Woman in Black press_1901_oil on canvas_859x1024cm

그녀는 얼마나 오랜 시간 뒤돌아 있었을까. 등 돌리고 앉아있지만 그녀의 감정은 고요하게 작품 속에서 머물고 있으며 어깨 위에는 시간과 그리움이 내려앉아있다.

   
▲ 시라노;연애조작단(2010)_스틸컷

하지만 뒤 돌아 그림 앞에 서있던 희중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가 있다. 

   
▲ 시라노;연애조작단(2010)_스틸컷

그렇게 다시 만난 그들은 그림의 뒷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둘의 재회로 인해 진정한 시라노가 된 병훈은 이후 자신이 꿈꿨던 장소를 연출하며 상용을 통해 그의 마음을 고백하며 그녀를 오해해야만 자신의 잘못이 합리화됐던 어리석은 과거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한 상용은 희중에게 ‘시라노’ 만큼 ‘크리스티앙’도 ‘록산느’를 사랑했음을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고백을 한다. 영화 속 표현에 의하면 그간의 일들은 ‘조금만 더 사랑하면 다 해결될 문제’ 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용의 고백으로 인해 희중도 도돌이표가 되었을지 모를 트라우마를 떨쳐내며 그들은 모두 성장한다.

영화 <시라노;연애대작전> 에는 ‘크리스티앙’과 ‘시라노’의 죽음이나 두 사람과 한 사랑을 잃은 ‘록산느’도 없다. 장면 연출에도 각본을 쓰고 연기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다분히 연극적 요소가 드러난다. 어쩌면 굳이 영화화하지 않고 소극장 무대에 올려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왠지 모르게 짜게 먹어야 할 것만 같은 싱거운 남자 최다니엘과 큰 눈동자를 굴리며 시선을 옮기는 희중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그리고 원작과 다르지만 오해도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새로운 결말 또한 신선하다.

함메르쇠이의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도 머지않아 고개를 돌릴지도 모른다. 영화처럼. 어떤 오해로 인해 그녀를 뒤돌게 만드는 인연이 있다면 또 어떤 인연은 그녀를 다시 뒤돌아보게 만들며 이어지는것이 아닐까.

더불어 이런 대사가 기억난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연관 검색어: #여자는 갈대, #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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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람
nikemeke@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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