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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밴드, 성공적 Choice 5

조재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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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예능적 요소와 가장 많이 맞닿아 있는 스포츠를 꼽자면 단연코 프로레슬링이다. 현 제 1의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화려함만 보아도 다른 예능적 요소와 프로레슬링의 관계가 얼마나 필수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프로레슬링은 각본을 기반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다. 이를 모르고 프로레슬링을 즐기는 대중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각본으로 이루어지는 프로레슬링 승부를 좀 더 화려하게 꾸미는 프로레슬링의 자체적인 시도는 그리 놀랍지 않다. 각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즉 각본진과 수뇌부에 의해 선수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로 스타 또한 탄생한다는 것이다. 프로레슬링 스타의 이미지를 완성시키는데 등장음악은 이제 필수적인 부분이고 이 필수적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이제는 세계적 음악가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참여하고 있었다. 격한 신체적 기술을 구사하는 프로레슬링에 다른 장르도 아닌 밴드가 연주하는 강렬한 락음악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알맞은 음악을 밴드가 더해줘 프로레슬링 스타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그 예술적 사례들을 짚어보자.

   
▲ HHH
   
▲ Motorhead의 ‘The Game’이 실려 있는 ‘RAW Greatest Hits The Music’

  HHH의 등장음악, Motorhead의 ‘The Game’

  프로레슬링에 기여한 시대적 아이콘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현 프로레슬링을 이끄는 WWE의 존재는 프로레슬링계에서 절대적이다. 더 들어가 WWE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성인 지향 방송 시기 소위 ‘Attitude Era(이하 애티튜드 시기)’라 불리는 시기의 흥행가도는 지금의 WWE를 있게끔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애티튜드 시기를 이끈 아이콘들로는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 더 락, 믹 폴리, 커트 앵글 등이 있다. 이들과 함께 애티튜드 시기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현재까지 WWE에 절대적인 기여를 쏟고 있는 아이콘이 HHH다. HHH는 자신의 선수로써의 전성기를 WWE에 바쳤고 전성기가 지금에서도 WWE의 인사책임 부사장으로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HHH는 선수시절이나 지금이나 가장 대표적인 악역 프로레슬러다. 비열한 행동으로 자신의 챔피언 벨트를 지키거나 자신의 승리를 가져오는 등 프로레슬링 각본에 반드시 필요한 악역을 성공적으로 해낸 아이콘이다. 그야말로 비열한 HHH, 이런 HHH의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더해준 그의 등장음악이 Motorhead의 ‘The Game’이다. ‘The Game’은 강하고 무거운 헤비메탈 음악인데 Motorhead 보컬 레미 킬미스터의 갈라지는 목소리가 더해져 오랜 HHH의 비열한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담당했다. HHH는 등장음악으로 ‘The Game’을 14년 째 사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하나의 등장음악이 선수를 지탱해왔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그 등장음악이 선수에게 잘 들어맞았는지를 보여준다.

   
▲ 샌드맨
   
▲ Metallica의 ‘Enter Sandman’이 실려 있는 ‘Metallica’

  샌드맨의 등장음악, Metallica의 ‘Enter Sandman’

  지금에서야 제 1의 프로레슬링 단체가 WWE지만 과거에는 WWE의 아성을 위협하는 단체들이 많았다. 프로레슬링의 상징인 헐크 호건을 악역화 시켜 희대의 각본인 nWo를 만들어내 WWE의 시청률까지 앞서버렸던 WCW, 피를 뿜는 잔인한 하드코어 레슬링만을 고집했던 CZW, 경량급 레슬링 특유의 기술적 프로레슬링을 뽐내는 ROH 등 WWE 이외의 단체들은 미국에 즐비했다. 이들 이외에도 굳건한 마니아층을 보유해 독자노선을 걷던 단체가 ECW였다. ECW는 CZW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드코어 레슬링을 지향했는데 ECW를 상징하는 스타, ECW만의 경기장 Hammerstein Ballroom을 보유할 만큼 독보적인 색을 가진 단체였다. 하지만 ECW를 상징하는 선수들은 결국 ECW가 사라지자 다른 단체로의 유입으로 자신들의 살 길을 도모했다. 비록 다른 단체에 간간히 등장하긴 했지만 고집스럽게 ECW에서의 모습을 이어나가던 ECW의 전설이 바로 샌드맨이다. 샌드맨은 항상 죽도를 몸에 지니고 다 마신 맥주캔을 이마에 찧어 일부러 상처를 내는 등 ECW 하드코어를 절대 잊지 않았다. 샌드맨의 존재감에 더불어 샌드맨의 등장음악 Metallica의 ‘Enter Sandman’ 역시 샌드맨의 또 다른 상징이 됐다. 2005년 6월 13일 WWE에서 치러진 ‘ECW 원 나잇 스탠드’에서 샌드맨이 등장할 때 Hammerstein Ballroom을 채운 관객 모두가 Metallica의 ‘Enter Sandman’을 부르는 광경은 가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ECW의 혼을 샌드맨을 보고 느낄 수 있다. Metallica의 ‘Enter Sandman’을 듣는다면 다시 한 번 샌드맨이 보이는 ECW의 혼을 느낄 수 있다.

   
▲ 더들리 보이즈
   
▲ Saliva의 ‘Turn The Tables’이 실려 있는 ‘WWF Forceable Entry’

  더들리 보이즈의 등장음악, Saliva의 ‘Turn The Tables’

  앞서 말했듯이 WWE의 전성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의 애티튜드 시대다. 그 애티튜드 시대를 앞서 말한 아이콘들만이 이끈 것이 아니다. 프로레슬링은 홀로 뛰는 선수들만 활동하는 영역만이 존재하진 않다. 둘이 팀을 이뤄 경기를 치루는 태그팀 방식의 영역도 존재한다. 특히나 애티튜드 시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티튜드 시대의 아이콘들과는 다른 영역, 태그팀 영역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명승부를 수도 없이 펼쳐 보인 태그팀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여러 태그팀들이 각축을 벌이며 WWE의 성공시대, 애티튜드 시대를 이끌었는데 그 선봉장에 섰던 태그팀이 더들리 보이즈다. 더들리 보이는 철저히 둘이 하나가 되는 캐릭터와 팀워크를 고수했으며 총 9회에 다다르는 태그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더들리 보이즈는 3D라는 피니쉬 기술로 여러 태그팀들을 꺾어냈으며 그 3D라는 기술은 프로레슬링의 대표적인 하드코어 소품인 목재테이블이 있어야 백미였다. 고로 목재테이블은 더들리 보이즈의 상징이 돼버렸다. 상대를 3D로 테이블이 처박기 위해 버버레이 더들리가 디본 더들리에게 외치는 “Get the Table”은 WWE 역사상 손에 꼽히는 외침이기도 하다. 이렇게 색이 짙은 태그팀 더들리 보이즈의 등장음악이 세계적 락밴드 Saliva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Saliva의 ‘Turn The Tables’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더들리 보이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ECW 출신임을 몸소 보여주는 더들리 보이즈의 하드코어적인 경기력에도 딱 들어맞았다. 더들리 보이즈의 테이블 사랑이 음악으로 들리자 더들리 보이즈의 팬들은 음악적으로도 더들리 보이즈의 이미지를 해갈할 수 있었다.

   
▲ 케인
   
▲ Eleven Fingers의 ‘Slow Chemical’가 실려 있는 ‘The Punisher’ OST 음반

  케인의 등장음악, Eleven Fingers의 ‘Slow Chemical’

  물론 HHH의 WWE를 향한 기여도를 부정할 수 없다. 절대적이다. 하지만 HHH만큼이나 큰 기여도를 보인 프로레슬러가 케인이다. 케인은 1998년 데뷔한 이래 WWE의 요구와 각본을 반항, 거부, 부정 없이 따랐고 이기적으로 챔피언 등극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WWE의 오랜 충신이었다. 케인은 두 가지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가면을 쓰고 붉은 분위기를 발산하는 ‘데몬’ 케인, 가면을 벗은 맨얼굴로 양복을 입고서 WWE의 운영국장직을 수행하는 ‘코퍼레이트’ 케인. 극명하게 다른 두 캐릭터지만 두 캐릭터를 관통하는 점은 ‘데몬’케인 이나 ‘코퍼레이트’ 케인이나 기괴한 분위기를 발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케인의 등장음악은 도입부부터 기괴한 분위기를 청각적으로 우선 설치하는 화음들로 시작된다. 이 도입부 이후의 음악 흐름은, 케인의 데뷔 초기엔 가사가 없는 인스트루멘탈 테마음악으로 이뤄졌지만 2002년 케인이 복귀하면서 본격적인 락음악으로 편곡된 등장음악이 사용됐다. 그 음악이 Eleven Fingers의 ‘Slow Chemical’이다. ‘Slow Chemical’ 이전 케인의 등장음악은 어쩌면 Eleven Fingers에게 난해한 과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강한 케인의 이미지를 잘 상징했던 음악이었기에 이를 락음악으로 어떻게 잘 편곡할지에 대한 문제는 어느 밴드라도 쉽게 도전하기 힘든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Eleven Fingers가 내놓은 ‘Slow Chemical’은 케인의 이미지를 배제한 채 음악 자체만 들어도 완성도 높은 락음악이었다. 그리고 Eleven Fingers의 보컬이 더해진 케인의 등장음악이었기에 기괴하고 음산한 케인의 이미지에 인간적인 면모와 느낌까지 더해져 음악적으로 케인의 이미지를 더 발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WWE에 세계적 락밴드들이 참여한 선수들의 등장음악이 많은데 Eleven Fingers의 ‘Slow Chemical’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될 WWE의 대표적 락밴드 명곡이다.

   
▲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
   
▲ Disturbed의 ‘Glass Shatters’가 실려 있는 ‘WWF Forceable Entry’

  스톤콜드의 등장음악, Disturbed의 ‘Glass Shatters’

  프로레슬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스타로 남녀노소, 시대를 막론하고 프로레슬링을 아는 누구든지 노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경기복을 몸에 두른 헐크 호건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헐크 호건도 영원한 불사조는 아닐 터, 헐크 호건의 뒤를 이어 헐크 호건에 맞먹는 스타로 등극한 프로레슬러가 바로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이하 스톤콜드)이다. 1990년대 중반으로 들어 WWE가 성인 지향 방송의 시기, 애티튜드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그에 맞게 스톤콜드는 반항아적 이미지, 안티 히어로의 모습을 진하게 보여줬다. 각본상 WWE의 수장이었던 빈스 맥마흔과 대립하고 골탕 먹이는 모습을 시원하게 수행해 세계적 프로레슬링 스타에 등극했다. 스톤콜드의 그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가장 먼저 청각적으로 알려준 것이 바로 그의 등장음악이었다. 선악을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부숴버리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해주는 등장음악의 첫 소리, 유리창 깨지는 소리는 스톤콜드에 열광하는 모든 이들에게 두 손을 들고 환호하게끔 한다. 프로레슬러 등장음악 앞부분에는 주로 강렬한 효과음악을 배치하기 마련인데 가장 잘 들어맞는 사례가 스톤콜드의 등장음악이 아닐까 싶다. 스톤콜드의 초창기에는 가사 없는 인스트루멘탈 테마음악으로 활동하다가 2000년부터 Disturbed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Disturbed가 편곡한 ‘Glass Shatters’을 본격적으로 등장음악으로 사용해 한 층 더 진화된 반항아적, 안티 히어로적 기질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다녔다. 프로레슬러의 이미지, 밴드의 탁월한 예술적 편곡, 이 두 가지가 가장 잘 이루어진 대표적 예술이 스톤콜드의 등장음악을 부른 Disturbed의 ‘Glass Shatter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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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superjjhh@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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