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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아트센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안경은] 최근 개봉한 영화 <사도>에는 ‘왕’이어야만 했던 아버지와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가 등장한다. 끊임없이 왕위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렸던 아버지 영조는 아들만큼은 신하들 눈에 창피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려고 세자를 혹독하게 공부시킨다. 그러나 언제나 아버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죄인’ 세자는 숨 막히는 아버지의 사고의 틀에 갇혀 비극적인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 학부모는 교육열이 높은 게 아니라 출세열이 높은 것이다.”라는 말을 들을 적이 있다. 두산아트센터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는 고등학생인 서경이와 시은이, 이 두 여학생을 중심으로 그 말을 뜯어보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학부모도 ‘부모’이고 ‘사람’일 텐데 그들이 특별히 무서운 사람이라든가 나쁜 사람이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 않을까? 오히려 영화 <사도>에서처럼 서로 통하지 않아 어긋난 사랑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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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아트센터 | ||
청소년들의 상실과 불안을 그려냈다는 작품 소개와 달리 나는 <복도에서>라는 작품을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관람하였다.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기 전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작품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상담실 앞 복도에서 선생님이 어떤 질문을 할지 궁금해하고, 혼자만의 생각 속에 맴돌다 혼란스러워하고, 옆에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모두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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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아트센터 | ||
또한, 성별이 달라서 동상이몽에 빠지게 되는 장면은 어찌나 웃기던지.. 그들은 청소년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다시 남자와 여자로 나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사정이 있어서 “같이 가자.”는 여학생의 말이 남학생의 번역기를 거치면 “널 좋아해.”가 되고, 평소에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었기에 “너랑 대화할 수 있어서 좋다.”라는 여학생의 말도 남학생의 번역기를 거치면 “널 좋아해.”가 되었다.
더 재미있는 건 그다음부터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다 싶으면 바로 자기 마음 전부를 줘버리고, 당황해하는 상대의 모습에 실망했다가, 먼 훗날 함께할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덕분에 쓸데없이 진지한 말들을 꺼내기도 했다. 좋아해도 좋아하지 않는 척, 싫어해도 싫어하지 않는 척에 익숙한 어른에게선 분명히 찾아보기 힘든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마음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사과하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관객들에겐 무척이나 오랜만에 마주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기에, 선생님이 있다는 저쪽 상담실에서 지금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지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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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아트센터 | ||
무대 세트가 바뀌고 <美성년으로 간다>라는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는다. 남과 끝없이 비교하면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면서 구름 위를 걷던 나는 추락하여 맨땅에 부딪힌다. 부딪혀서 아픈데, 창피해서 티를 못 내겠는 상황이 주인공인 시은이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어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아? 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거야.”라는 말은 사실 시은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말이다. 마음의 병은 ‘틱장애’라는 몸의 병으로 표출되고, 이는 ‘비교사회’에서 남들이 파고들기 딱 좋은 약점이 되어 시은이를 괴롭힌다.
연극은 ‘외계인’, ‘혼혈아’, ‘고아’, ‘왕따’ 등 정상인이어도 살아남기 어려운 사회에서 먼지에 불과한 존재들을 무대 위에 소환한다. 그런 와중에 부모는 자녀가 세상의 끝 모를 비교에 베이지 않도록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자녀를 강하게 만들려고 한다. 이미 너무나 순수하고 완벽한 아이들로 태어났는데, 부모의 이러한 언행은 그들을 한없이 부족한 아이들로 만들어버린다.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상처받아 불행했던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의도치 않은 유산이 바로 똑같은 상처와 똑같은 불행인 셈이다. 정작 시은이가 아빠, 엄마에게 원했던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얘기하고 싶었어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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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아트센터 | ||
연극은 시은이가 마음의 병을 집어 던지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끝이 났다. 그래도 내 마음은 왠지 괜찮지 않다. 뭐랄까, 그냥 우리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눈엔 많이 부족한 나를 창피해 하지 않는 부모님처럼, 나도 훗날 내 아이를 절대로 창피하게 쳐다보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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