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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의 힘으로 완성된 한국영화 Choice 5

조재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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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예술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그렇다. 노소가 없다. 꼭 일정 나이가 지나야만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어느 예술을 막론하고 이는 공통된 예술의 보편성이다. 수많은 예술의 영역 중, 영화에서 어린 예술가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들, 어린 예술가만이 보일 수 있는 연기로 비로소 완성된 작품들이 한국영화사에 여럿 있었다. 한국영화사에 재능 있는 모차르트들의 힘으로 그 영화만의 호평과 의미를 남긴 작품들을 돌이켜보자.

   
▲ ‘선생 김봉두’ 中

  선생 김봉두

  2003년 3월 28일에 개봉된 영화 ‘선생 김봉두’는 표면적으로 봤을 땐 차승원 단독 주연의 휴먼 코미디 영화인 듯하다. 하지만 이 형용문구엔 한 가지 잘못된 형용어가 있다. 차승원 단독 주연이 아니다. 차승원의 연기가 비로소 완성될 수 있게 김홍균, 이봄, 이재응, 최민주, 한성진 총 5명의 주 아역배우들이 빛나는 연기를 해주었다. 5명의 아이들은 ‘도시’라곤 전혀 접해 보지 못 한 그저 순수한 정선의 시골 동심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연기했다. 물론 ‘선생 김봉두’가 차승원이 포스터에 홀로 등장할 만큼 아주 중요하고 영화의 중심이 되는 주연배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선생님은 홀로 선생님이 될 수 없는 것, 학생들, 아이들이 있어야 선생님의 존재 또한 의미 있는 것이다. 영화 안에서 순차적으로 보이는 김봉두 선생님의 정서적 정화를 5명의 정선 시골 아이들이 이끌어내고야 말았다. 어른은 해낼 수 없는 아이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이 순수하고도 구체적인 모순의 연기를 ‘선생 김봉두’의 다섯 아이들이 해냈다. 다섯 명의 어린 예술가들이 없었다면 ‘선생 김봉두’는 반쪽도 완성되지 못 할 영화였을 것이다.

   
▲ ‘도가니’ 中

  도가니

  영화 ‘선생 김봉두’가 아역 배우들이 가지는 있는 그대로의 동심으로써 완성된 영화라 한다면, 영화 ‘도가니’에서 등장하는 아역 배우들은 ‘선생 김봉두’와는 어쩌면 정반대의 연기를 해냈을지도 모른다. 절대 ‘도가니’에서 등장하는 아역 배우들은 있는 그대로의 동심을 표현할 수 없었다. 장애와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사악한 어른들의 성범죄에 맞서야 하는 어디서도 경험하지도 경험해서도 안 될 연기를 해냈어야 했다. 영화를 감상한다는 감정보다 ‘아역 배우들에게 너무 가혹한 연기를 주문한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마저도 들게한 희귀한 연기를 아역 배우들은 해냈어야 했다. 그렇게 ‘도가니’에서 아동 범죄 피해자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현수, 백승환, 정인서는 그 연기를 해내고야 말았다. ‘도가니’에 주연으로 등장한 공유와 정유미는 그저 영화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중심 이야기가 이탈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이었다. 진정으로 ‘도가니’를 이끈 배우들은 김현수, 백승환, 정인서 이 세 명의 아역배우들이었다. ‘도가니’를 본 관객 중 단 한 명이라도 어른으로써 아이들을 향한 자성의 감정이 들었다면 김현수, 백승환, 정인서 이 세 명의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성공한 것이다.

   
▲ ‘7번방의 선물’ 中

  7번방의 선물

  2013년 1월 비교적 주목을 덜 받던 영화 하나가 의외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었다. ‘7번방의 선물’은 당시에 ‘근래 보기 힘든 아주 진한 슬픔을 가진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빠른 입소문을 타곤 천만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사실 ‘7번방의 선물’은 영화 완성도로만 따져보았을 때 그리 기념비적인 영화는 분명 아니다. 영화 안에서 영화 개연과 그리 연관 있어 보이지 않는 연출도 있었고 감상 범주를 넘어선 과도한 판타지까지 삽입되어 흐름의 일관성을 다소 해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번방의 선물’은 부정할 수 없는 천만관객이 선택한 영화다. 천만관객 돌파의 가장 큰 이유를 들어보자면 ‘7번방의 선물’만이 보여주는 한국영화사 상 가장 짙은 슬픈 장면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감상을 방해하는 다른 장면들이 있었을지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이유로 눈물을 크게 여러 번 자극한 장면을 가진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다. 그 슬픈 장면들의 즐비가 어떻게 완성됐는지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류승룡의 바보 연기 변신도 분명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믿기 힘든 갈소원의 영특하고 감성적인 감정연기였다. 아빠이긴 하지만 지능이 낮은 아빠를 자신이 직접 이끄는 모습에서 우리는 예승이, 갈소원의 영특함을 우선 맛본다. 하지만 그 영특함 안에서도 아빠 없이는 못 사는 아빠만을 바라보는 영락없는 딸의 모습을 확인할 때 우리는 어느새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 부녀가 영원한 작별을 앞두고 절규할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큰 눈물로써 이들과 함께 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느꼈을 이 슬픔의 전개는 ‘7번방의 선물’을 눈물로 적셔 천만관객을 울린 갈소원의 연기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 ‘소원’ 中

  소원

  우리나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많았던 나라다. 더군다나 큰 아동성범죄가 우리 기억 속에 많이 남아 있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미안함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잊고 살 순 없다. 똑똑히 기억해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의도에 동의한다면 영화 ‘소원’을 봐야한다. ‘소원’은 술에 취한 어른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성폭행을 당해 몸과 마음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소원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축약적인 ‘소원’의 줄거리만 듣고도 우리는 누가 그 소원이의 연기를 해냈을지 우려와 의문이 생겨난다. 평범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 일순간 비극을 맞이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 그러나 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아이의 연기를 아역 배우 이레가 너무나 고맙게 연기해줬다. 물론 이레를 둘러싼 주위의 어른들을 연기해준 성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존재했기에 영화 ‘소원’이 완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원’의 가장 중요한 연기는 누가 뭐래도 소원이가 돼준 이레의 연기였다. 이레의 연기는 영화 ‘도가니’에서도 아역배우가 감당하기 힘들었을 가혹한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낸 김현수, 백승환, 정인서 이 세 명의 아역배우가 낳은 같은 결과를 낳았다. 영화를 보고난 성인관객들로 하여금 아이들을 향한 자성의 감정을 품게 했다는 그 결과 말이다. 다시는 이 사회에 비극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소원’과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中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5년 9월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단연코 가장 최근에 아역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한국영화를 꼽자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일 것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는 교차적인 영화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어른들은 영화 안에서 시종일관 아이들보다도 못 한 유치한 행동과 타개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와 반대다. 아이들로써 고민할 수 있는 문제를 어른들보다도 치밀하게 세밀하게 해결하려 한다. 성인배우들이야 이미 감정의 경험이 비교적 아역배우들에 비해 많기에 그리 난해한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반면, 아역배우들은 앞서 말한 그 복합적인 상황에 놓인 역할을 아이들 특유의 동심은 표현되면서 영화는 영화대로 이끌어야 하는 이런 심층적인 예술적 과제 앞에 놓여있었다. ‘소원’에서 이미 아역배우의 힘을 보여준 이레가 다시 한 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역설적인 연기, 개를 훔쳐야 하지만 이유가 순수함에서 비롯된 역설적인 연기를 다시 한 번 흠잡을 데 없이 해냈다. 이레만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이끈 것이 아니다. 이레가 맡은 지소 역 옆에서 지소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무심한 듯 때로는 물씬 감정이입해주는 가장 친구같은 친구다운 채랑의 역을 아역배우 이지원이 익살스럽게 연기했다. 이레와 이지원 사이에서 코만 파는 것 같지만 이레와 이지원 사이 아역의 여백을 채워준 지석 역을 맡은 홍은택의 연기까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은 이레, 이지원, 홍은택 이 세 명의 아역배우가 연기하는 아역 3중주에서 생겨난 것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대표적인 수식어는 ‘착한 영화’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가 착해질 수 있는 결정적 이유, 그 3중주에서 진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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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superjjhh@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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