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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변신에 성공한 남성배우 Choice 5

조재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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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티스트매거진]  연기 예술을 업으로 삼는 배우들에게 극중 착한 역할,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는 역할만을 고집할 순 없다. 고집할 수 있다하여도 그 고집을 놓지 못 하는 배우는 오래하기 못 한다. 착한 역할들로만 채워지는 작품 또한 없을 터, 과감히 ‘악역’을 맡아 연기적 변신을 감행하고 성공하여 한국영화사를 빛낸 남성배우들이 여럿 있었다. 자신의 연기 영역, 한국영화의 예술폭 등 긍정적 업적을 남기게 한 남성배우의 ‘악역’ 변신 성공 발자취를 돌이켜보자.

   
▲ ‘공공의 적 2’에서 한상우 역을 연기한 정준호의 스틸컷

  ‘공공의 적 2’에서 한상우 역을 연기한 정준호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계에 빼놓을 수 없는 남성배우가 등장했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의 흥행 성공으로 정준호는 한국 코미디 영화계에 믿음직한 배우로 떠올랐다. 앞서 말한 두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컸던 탓인지 2005년까지만 해도 배우 정준호의 이미지는 웃음과 유쾌함을 유발했다. 2005년 1월 27일 개봉된 ‘공공의 적 2’에서 정준호는 ‘공공의 적’에서 악역으로 열연한 이성재에 이어 두 번 째 공공의 적이 되어 연기적 변신을 시도했다. 코미디 영화에서 각인되던 자신의 이미지를 ‘공공의 적 2’에서 철저하게 부쉈고 냉철하고도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는 한상우에 젖어들었다. 한상우에 젖어든 정준호의 모습은 두 번 째 시리즈에서도 검사의 역할로 완벽히 탈바꿈한 강철중 역을 맡은 설경구에 지독한 악역으로 충분히 맞서고 대결할만했다. ‘착하다.’, ‘반듯하다.’등의 형용어를 되레 사회 상류층 악역 연기에 역설적으로 적용해 자신의 악역 변신을 성공적으로 유도해냈다.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히 반전시켜 ‘공공의 적 2’에서의 한상우를 연기한 정준호의 악역 변신은 무척이나 성공적이었다.

   
▲ ‘홀리데이’에서 김안석 역을 연기한 최민수의 스틸컷

  ‘홀리데이’에서 김안석 역을 연기한 최민수

  대한민국 영화계를 넘어 대중문화계에서 ‘카리스마’라는 네 글자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단연코 최민수일 것이다. 그러나 최민수는 단순히 ‘카리스마’만을 고집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1990년대 한국영화계에서 물론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역할도 많이 맡았었지만 가족애를 느끼게끔 해주는 휴머니즘을 간직한 역할도 꽤나 연기해 최민수라는 배우가 단편적인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증명하기도 했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줄 알아야 좋은 배우다. 그렇게 최민수는 카리스마와 휴머니즘을 넘어 악역까지 섭렵했다. 영화 ‘홀리데이’로써. 영화 ‘홀리데이’는 1988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지강헌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홀리데이’에는 두 명의 선과 악이 영화 내내 충돌한다. 배우 이성재가 연기한 지강혁의 선 그리고 최민수가 연기한 김안석의 악. ‘홀리데이’에서 표현되는 김안석의 악은 단순한 악이 아니었다. 공권력의 위대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몰입하여 생겨난 미친 악이었다. 단편적인 악이라 해석할 수 없는 김안석의 미친 악을 최민수는 역시 미친 연기력으로 ‘홀리데이’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했다. 다른 영화에서의 악과는 더 깊고 다른 색의 악으로 표현되기 위해 김안석은 보통 사람이라고 판단되기 힘든 미친 행동과 말투를 보이는데 이를 최민수가 전부 연기해냈다. 분명 선의 역할은 이성재가 연기한 지강혁이었지만 영화 내 표현적인 부분에서만큼은 이성재는 김안석을 연기한 최민수의 미친 악역을 절대 넘어서지 못 했다. ‘홀리데이’의 한 축을 굳건히 지탱한 김안석의 미친 악, 최민수가 미친 연기력으로 세웠고, 미친 연기력이 있었기에 영화는 잘 만들어질 수 있었고,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에 최소한 실화를 흠 내지 않은 영화라고 ‘홀리데이’가 평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짝패’에서 장필호 역을 연기한 이범수의 스틸컷

  ‘짝패’에서 장필호 역을 연기한 이범수

  영화 내에서 역할의 크기는 영화를 구성하는데 모두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지만 굳이 구분을 하자면 단역, 조연, 주연 순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단역, 조연, 주연의 순을 철저히 따라 성장의 단계를 보여준 배우가 이범수다. 차츰차츰 단역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서서히 내보이며 조연으로도 성공적인 연기력을 입증했고 2002년 ‘정글쥬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연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정글쥬스’이후 이범수는 여러 차례 주연으로 연기를 해냈는데 이범수의 필모그라피 중에서 눈에 띄는 주연 영화가 첫 악역을 맡았던 ‘짝패’였다. 영화 ‘짝패’는 류승완 감독의 액션 지휘 아래 남자들의 우정 그리고 파멸을 담았다. 액션 그리고 우정만 넘쳤다면 ‘짝패’라는 영화가 류승완 감독, 배우 이범수에게나 자랑스러운 영화가 되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악역으로써 이범수는 탁월하게 장필호 역에 스며들어 드라마를 이끌었다. 특히나 무리 속에 속한 남자라면 겪었을 법한 감정인 열등감, 이 열등감을 증폭시켜 악의 원천으로 표현했다. 역시나 단순 악이 아닌 사연 있는 악, 이유 있는 악이라는 고도의 연기를 이범수가 해냈다. 류승완과 정두홍의 액션 연기만큼이나 반대편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장필호의 악을 연기한 이범수의 성공적인 변신, 영화 ‘짝패’의 또 다른 완성도에 크게 일조했다.

   
▲ ‘이끼’에서 천용덕 역을 연기한 정재영의 스틸컷

  ‘이끼’에서 천용덕 역을 연기한 정재영

  사실 정재영의 첫 악역다운 악역이라 할 수 있던 배역은 ‘공공의 적 1-1’의 이원술이었다. 하지만 기존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악역을 연기했던 이성재와 정준호에 비해 악을 연기하는 인상이 다소 얕아 정재영의 성공적인 악역 변신을 ‘공공의 적 1-1’의 이원술이라 평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정재영은 악역을 선택해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이끼’에서의 천용덕 역을 맡아서 말이다. 분명히 ‘이끼’에서 보이는 정재영은 ‘공공의 적 1-1’에서 보이는 정재영보다 더 악했다. 감춰진 비밀을 끝까지 숨기려는 악랄함과 비열함을 보이는 천용덕의 행동 속에서 정재영의 완벽한 악역 변신은 이원술이 아닌 천용덕에서 이뤄졌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고전적인 악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수족들을 목적을 위해 부리고 유럽 중세시대 성과 같이 마을보다 한 차원 높은 곳인 자신의 저택에서 사건의 전개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들에서 영화 ‘이끼’를 이끌어가는 천용덕의 악, 동시에 정재영의 연기 변신까지 더불어 다시 한 번 확인 가능했다. 비로소 악역 변신의 성공적 완성을 보여준 ‘이끼’의 정재영, 어쩌면 삭발까지 감행한 외형적 도전까지 동반됐기에 그의 발자취가 더 탄력을 받았던 것 아닐까?

   
▲ ‘타짜 – 신의 손’에서 장동식 역을 연기한 곽도원의 스틸컷

  ‘타짜 – 신의 손’에서 장동식 역을 연기한 곽도원

  단역, 조연, 주연 이 체계적인 순차를 따라 한국영화계에 보배로 등극한 이범수, 두 번 째 악역을 연기함으로써 자신의 연기 내구력을 더 다진 정재영, 이 두 배우의 발자취를 혼합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곽도원이다. 곽도원 역시 이범수처럼 자신의 배역 비중을 서서히 넓혀가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곽도원 역시 정재영처럼 두 번 째 악역에서 비로소 자신의 연기 내구력이 확실히 다져져졌다. 이 두 성장곡선이 영화 ‘타짜 – 신의 손’에서 정확히 교차됐다. 점차 성장을 해내가던 곽도원은 어느 배역도 중요하지 않은 배우가 없는 영화 ‘타짜 – 신의 손’의 악역 장동식을 맡았다. 그리고 곽도원은 ‘타짜 – 신의 손’에서 첫 악역을 맡은 것이 아니었다. 이미 ‘변호인’에서 시대의 악을 대변하는 차동영 역을 연기해 ‘변호인’이 시대의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타짜’는 두 편의 영화가 영화화 되면서 두 번 모두 배우 김윤식이 연기한 아귀가 최종보스처럼 영화 말미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타짜’에서는 아귀가 최종보스였을지 몰라도 속편인 ‘타짜 – 신의 손’에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타짜 – 신의 손’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듯이 장동식은 온갖 악행을 아귀보다 더 일삼는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에서도 주인공 함대길은 아귀가 아닌 장동식을 마지막 목표로 삼는 것이다. 즉, ‘타짜 – 신의 손’을 이끈 진정한 악역은 드러나는 모습에서나 주인공과의 관계에서나 장동식이 맞다. 이 장동식 역을 배우 곽도원이 확실하게 해냈다. 곽도원의 확실한 연기력은 ‘타짜 – 신의 손’에서 연기한 걸출한 배우들과도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제일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체계적인 성장을 두 번 째 악역으로 완벽히 이뤄낸 곽도원의 장동식을 통한 악역 변신, 단연 2014년 최고의 악역이자 최고의 배역으로 손꼽혀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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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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