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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조연’ 조진웅의 영화 Choice 5

조재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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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웅 프로필 사진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극중 야생마 패거리의 일원으로 유난히 덩치 큰 단역배우가 서서히 한국영화계에서 입지를 넓혀갔는데 그가 바로 조진웅이다. 2009년 ‘솔약국집 아들들’, ‘추노’, ‘뿌리깊은 나무’에 출연해 TV를 통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서서히 영화계로 옮겨가 한국영화 없어서는 안 될 명품배우로 성장했다. 그 성장은 결국 조진웅이 속사포 역할을 멋지게 조연 연기를 해내어 최근 천만 관객 돌파에 일조한 ‘암살’로 증명됐다. 애석하게도 조진웅이 주연을 맡은 영화보단 조연을 맡은 영화가 더 상업적 흥행, 영화적 호평을 거두고야 말았다. 연기예술에 주연이고 조연이고 단역이고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특히 조진웅이 조연으로 연기한 영화가 더 높은 확률로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부정할 순 없는 사실이다. 영화의 빈 퍼즐이 조진웅의 ‘명품조연’으로 완성된 영화, 그 영화들을 짚어보자.

   
▲ ‘퍼펙트 게임’ 中

  퍼펙트 게임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은 전설로 기억할 것이다. 이 전설이 영화화 된 작품이 ‘퍼펙트 게임’이다. ‘퍼펙트 게임’은 철저히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왜 이들이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지를 그 맞대결이 한국야구사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를 그 세기의 대결이 ‘퍼펙트 게임’이란 영화로 창조되기까지 얼마나 충분한지를 영화는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영화를 최동원과 선동열만으로 풀 수는 없는 법. 최동원은 왜 최동원이란 전설이고 선동열은 왜 선동열이라는 전설인지 형용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주변 인물이 없이는 최동원이고 선동열이고 영화의 주인공까지 절대 될 수 없는 그저 실력 있는 과거의 투수 수준으로 야구 팬이 아닌 대중들은 인식할 것이다. 선동열만큼이나 최동원이 왜 롯데의 심장이고 부산의 자존심이었는지 최동원 주변에서 최동원을 꾸며주는 인물이 최동원과 그리 달갑지 않은 사이로 나오는 김용철이었다. 이 김용철을 조진웅이 연기했다. 최동원을 자극하여 최동원의 승부욕을 끄집어내고 최동원을 위하여 팀원들의 사기를 고무시키는 역할을 김용철 역의 조진웅이 아주 탁월하게 해낸 것이다. 조진웅이 김용철 역을 누구보다도 잘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조진웅 자신이 부산 출신이고 야구광이고 롯데 자이언츠를 동경했기 때문 아닐까? 조진웅의 완벽한 조연연기로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구현됐던 세기의 대결은 보다 풍미가 깊은 세기의 대결로 구현됐다.

   
▲ ‘범죄와의 전쟁’ 中

  범죄와의 전쟁

  비록 ‘퍼펙트 게임’에서 조진웅이 완벽하고 탁월한 조연연기를 해냈다 하더라도 ‘퍼펙트 게임’은 최동원을 연기한 조승우, 선동열을 연기한 양동근의 영화였다. 그렇게 조진웅은 다음 영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다음 맞이한 영화에서 조진웅은 한국영화계의 숨어있던 진주로 발돋움하기에 이른다. 조진웅을 진주로 만든 영화, 그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조진웅은 ‘퍼펙트 게임’에서와 같이 진득하게 고향인 부산 사투리를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구선수가 아닌 조직폭력배였다. 그래서였을까? 조진웅은 영화의 주인공 최형배와 부산을 양분하는 조직폭력배 두목 김판호 역할을 야구선수 김용철 역할보다 더 제약 없이 더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조진웅의 김판호 연기가 없었더라면 하정우가 연기한 최형배의 역할은 분명 무게감이 덜 실렸을 것이다. 김판호의 맞대응이 있었기에 그 반작용 효과에 따라 최형배의 무게감 또한 상승한 것이다. 이 효과가 조진웅의 연기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조진웅은 김판호를 부산 사나이 그대로 연기했고 ‘범죄와의 전쟁’ 영화 자체를 상징하는 유행어였던 “살아있는데”라는 대사를 그 누구보다 잘 살려냈다. 한국판 갱스터 영화의 재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 그 호평의 뚜렷한 지분은 명품조연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에게 일부 있다.

   
▲ ‘군도’ 中

  군도

  영화는 절대 주연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영화를 직접 이끄는 주연만큼이나 중요한 영화적 역할을 가지고 있는 조연들 또한 영화에서 필수적인 가치를 가진다. 강동원과 하정우의 두 주연이 돋보였지만 두 주연만큼이나 조연들의 연기가 필수적이었던 영화가 ‘군도’였다. 군도는 이름그대로 ‘같은 뜻을 이루는 도적무리’라는 의미다. 강동원은 조윤이라는 역할의 악역을 하정우는 도치라는 이름의 군도에 새로운 일원이 되가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다면 도적무리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미 영화 안에선 강동원의 존재, 하정우의 존재 전부터 군도는 지리산 산골짜기에서 자기들만의 무리와 촌을 형성하여 후에 도치의 군도 가입, 조윤을 향한 응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안에선 군도 무리를 이끌며 영화 밖에선 ‘군도’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군도’의 뛰어난 조연배우들이 강동원과 하정우, 두 편의 또 다른 편에 존재 한 것이다. 그 조연배우들은 각기 다른 색을 연기했기에 절대 누구 하나라도 빠질 수 없는 연결성과 내구성을 띠고 있었다. 누구 하나라도 빠졌다간 영화 안팎에서의 무게감을 잃고 마는 ‘군도’라는 두 글자를 형용하는 임무를 다른 조연배우들과 함께 조진웅이 착실하게 채웠다. 우람한 체격으로 이미지를 형성한 이전의 조연 연기와는 달랐다. 다소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풍기는 역할 이태기 역을 연기 해냄으로써 조진웅은 자신의 이미지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에 따라 당연히 군도에서도 군도 무리의 한 축은 착실하게 지탱됐고 나아가 영화 ‘군도’의 생겨날 법한 틈을 조진웅 자신이 직접 메웠다. 또 다른 색깔을 가지게 된 조진웅의 조연 연기를 확인하고 싶다면 ‘군도’를 보면 될 것이다.

   
▲ ‘명량’ 中

  명량

  2014년은 한국영화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한국영화 역사 상 최다 관객 수인 약 1700만 명을 동원했으니 2014년, 이 얼마나 기념비적인가. ‘명량’은 ‘군도’와 달리 영화적 허구보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본질, 명량해전을 영화적 허구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본질을 내포하고 있던 영화다. 그렇기에 ‘명량’이 개봉되기 전부터 우려됐던 점 중 하나가 ‘실존인물들을 과연 영화에 얼마나 사실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가’였다. 그 전에 명량해전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을 살펴봐야 하는데, 누가 연기를 해낼지 나름의 궁금증을 유발한 인물이 와키자카 야스히루(脇坂安治)였다. 비록 영화 안에서 비중은 구루지마 미치후사(来島通総)가 더 많고 주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와키자카는 역사적으로 분명 의미 있는 인물이기에 영화적으로 반드시 잘 표현해내야 하는 인물이자 역할이었다. 자신감이 과하게 차있는 구루지마를 경계하는 인물로도 잘 그려내야 했고, 실제로 와지자카는 이순신의 라이벌이자 이순신의 무도를 존경하는 인물이었기에 ‘명량’ 안에서 이순신의 군사적 위상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로도 잘 그려내야 했다. 이렇게 와키자카만이 가지는 복합적 의미를 영화 ‘명량’ 안에서 감당해낸 연기자가 조진웅이었다. 그렇다. 분명 와키자카는 조연이고 다시 한 번 조진웅은 조연을 연기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와키자카의 의미를 되짚어보면 와키자카라는 역할은 어느 영화에서의 조연들보다도 중요한 조연이다. 이를 조진웅은 영화 색에 맞게 진중하고도 긴장감 있게 와키자카라는 인물을 자신에게 입혔다. 조진웅의 와키자카 연기가 부실했다면 영화 ‘명량’은 영화의 한 축이 빠져버린 영화로 전락했음이 틀림없다.

   
▲ ‘암살’ 스틸컷

  암살

  2015년 8월, 또 하나의 한국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암살’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전공자들의 집합체였다. 뿌린 쌀을 다시 잘 거두는 식의 완벽한 드라마를 구현하는데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는 감독 최동훈, 긴 생머리를 날리며 액션을 구사하는 전지현, 미워할 수 없는 미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하정우, 염석진 역할로 악역연기까지 섭렵했다고 입증해버린 이정재 등등 영화 ‘암살’은 모인 모두가 전공을 제대로 살렸기에 실패할 수가 없는 영화였다. 이들의 전공들이 기둥을 하나하나 세워 ‘암살’이란 화려한 궁을 세웠다고 표현하고 싶다. 조진웅 또한 자신만의 전공으로 기둥을 단단하게 세워 ‘암살’이란 궁을 화려하게 축조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조진웅은 지난 날 조연 연기를 맡은 영화들에서 다양한 연기들을 해왔다. ‘퍼펙트 게임’에서 주인공을 고무시켜 결정적으로 돕는 연기, ‘범죄와의 전쟁’에서 큰 풍채에서 드러나는 남성적 연기, ‘군도’에서 조연이라 가능할 수 있었던 가볍지만 유머러스한 연기, ‘명량’에서 끝까지 유지해야 했던 진중함의 연기까지. 조진웅은 갖가지 조연 연기를 몸에 녹여 ‘암살’에서 다시 한 번 받은 속사포란 조연 역할에서 발산시켜버렸다. 영화 초반에 등장했을 때는 ‘군도’를 연상시키는 듯한 유머러스한 존재감을 연기했고 결국 영화 후반부에는 주연들을 결정적으로 돕고 조진웅의 풍채에서 더 몇 배 표현됐던 재야 독립운동가의 절실함 그리고 마지막에 느껴졌던 시대의 진중함까지. 가히 ‘암살’에서의 속사포 역을 연기한 조진웅은 ‘하이브리드’ 조연 연기의 끝을 보여주었다. 영화에 맞게 자신의 연기를 카멜레온처럼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그 연기들을 필요한 영화에서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조진웅은 이미 한국영화계에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자 명품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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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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