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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 Choice 5

조재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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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세상에는 영화화할 수 있는 소재들이 넘쳐난다. 역사적 사건이라든지, 격한 남녀 간의 사랑이라든지,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라든지. 이들 외에서 큰 감동을 주는 영화의 소재가 바로 스포츠다. 야구, 축구, 농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가 영화의 소재로 쓰인 것이 아닌, 대중들의 관심에서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한 비인기 스포츠가 영화의 소재로 활용돼,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영화 원초적 목적을 달성하고 또한 비인기 스포츠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까지 알린 작품이 한국영화사에 여럿 있었다. 그 영화들을 짚어보자.

   
▲ ‘반칙왕’ 中

  반칙왕

  20세기를 가로지른 대한민국 전설의 프로레슬러 김일이 있었고 그 뒤를 이왕표, 노지심 등이 한국 프로레슬링계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인지도만큼이나 21세기 한국 프로레슬링계의 현실은 녹녹치 않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경기장 관람석 전체를 채우는 그런 프로레슬링 대회를 대한민국 땅에서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한국 프로레슬링 현실을 소재로 하여 한 회사원의 사회를 향한 외침을 다룬 영화가 ‘반칙왕’이다. 일개 은행원으로 일하던 극중 주인공 대호는 프로레슬링을 만나고 서서히 변해간다. 직장에서의 고됨, 사랑의 아픔 등등 축척돼가던 묵은 감정을 프로레슬링으로써 사각의 링 위에서 풀어낸다. 비록 반칙을 일삼는 링 위의 악역이지만 극중 프로레슬링계 슈퍼스타 유비호와의 대결을 유혈대결로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대부분의 대중들은 쉽게 흥분을 표하지 못 했을 것이다. 왜? 그 순간만큼은 진중한 대호의 외침이 녹은 프로레슬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프로레슬링은 비록 각본으로 이루어진 스포츠지만 보다 나은 자신과 경기를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 대호의 소시민적 외침, 프로레슬링의 철학이 적절히 배합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준 영화가 바로 ‘반칙왕’이다.

   
▲ ‘주먹이 운다’ 中

  주먹이 운다

  7~80년대 한국권투의 위상은 대단했다. 홍수환,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 기라성 같은 세계적 권투선수들이 즐비했다. 이들의 경기가 있을 때면 거리에 한산했었다는 어르신들의 회상을 듣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현재 한국권투의 위상은 추락했다. 경기수당 지급, 차기 경기 미정 등 문제 등이 남발될 만큼 과거의 위상과 비교하기조차 실감이 안 가는 현재의 한국권투다. 그래도 한국권투 특유의 헝그리정신은 완전히 증발되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동기를 찾고 극한을 위해 훈련에 임하는 사실 자체가 아마 권투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이 한국권투의 매력,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여실히 표현됐다. 극중 주인공 강태식과 유상환은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서로의 대결을 향해 달려간다. 추락해버린 왕년의 아시안 게임 은메달리스트 강태식은 결국 모든 걸 푸념한 채 가장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권투를 다시 선택하고 신인왕전 대회에 출전한다. 소위 양아치의 전형이었던 유상환은 소년원에 들어가게 됐지만 그 곳에서 교도주임의 발탁에 따라 권투에 입문하게 되고 강태식과 운명의 결전이 있을 신인왕전에 출전한다. 영화는 각기 다른 곳에서 하나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둘을 비춰주면서 권투선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땀과 철학이 담아냈고 애석하게도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한국권투의 실정과 환경 또한 담아냈다. 영화 ‘주먹이 운다’는 분명 일반적인 영화들과 다른 전개방식을 가졌다. 그 전개방식 속에서 하나만큼은 담는데 성공했다. 권투가 가지는 그 안에서도 한국권투가 짙게 가지고 있던 배고픔, 결핍, 권투선수가 권투를 해야만 하는 이유, 권투가 아직 이 세상에서 잊히지 않는 이유를 ‘주먹이 운다’의 류승완 감독은 탁월하게 담아냈다.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中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우리나라에는 올림픽 무대에서 큰 감동을 선사해주지만 올림픽 기간이 끝나면 철저히 외면 받는 비운의 스포츠들이 많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스포츠가 핸드볼이다. 특히나 여자 핸드볼은 핸드볼 강국들이 즐비한 유럽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왜소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스피드와 근성을 살려 1980년 이래로 줄곧 올림픽 많은 메달과 4위권 이내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근 30년 간 여자 핸드볼을 지탱해온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힘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펼쳐진 비운의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표현한 영화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단순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실화를 기능적으로만 이용한 영화가 아니다. 그 아쉬운 결말까지 다다르면서 차마 국민들은 확인할 수 없었을 핸드볼 국가대표 여장부들의 드라마를 적절하게 영화화했다. 국민적 아쉬움으로 남은 그날의 기억, 어쩌면 독으로만 다가올 수 있었을 비인기 스포츠의 소재 선택 등의 위험성은 영화를 그야말로 잘 만들어져야만 극복될 수 있었던 장애물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극중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함께 융화되는 순간 영화를 접하는 대중들에게 일종의 자성을 느끼게 해준다. 올림픽에서 뛰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 화합, 단결 그 끝에는 결국 하나의 ‘팀’이라는 융화가 존재한다는 것, 이 것을 대중들은 깨닫게 된다. 영화가 전부 끝나고 스크롤이 올라갈 때 2004년 당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감독 임영철 감독의 눈물 섞인 인터뷰가 나온다. 우리는 이 때 다시 한 번 자성을 느껴야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스포츠 선수를 위한 가장 큰 보답은 ‘관심’이라는 것을, 우리가 받은 감동에 비해 우리는 보답이 극히 미미했다는 것을. 2008년 청룡영화제 작품상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정해진 것은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조그마한 보답이 아니었을까 한다.

   
▲ ‘킹콩을 들다’ 中

  킹콩을 들다

  ‘역도’라는 두 글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들을 전부 담아낸 영화가 ‘킹콩을 들다’다. 어쩌면 스포츠 영화로써 전형적인 구조를 갖췄다. 비극의 과거를 가지고 자신과 같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철저히 그 스포츠를 외면하다가 그 스포츠를 원하는 새싹들을 만나며 그 스포츠 없이는 안 될 자신을 확인하고 자신과 새싹들이 융합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구조. 이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킹콩을 들다’는 역도의 매력과 철학, 영화로써 지녀야만 하는 영화적 효과까지 전부 잃지 않았다. 역도는 은퇴 후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자신의 노력이 정확히 투영되는 정직한 스포츠라 극중 주인공 이지봉은 보성여중 역도부 학생들에게 교육한다. 그 가르침, 역도의 매력과 철학을 받들어 보성의 시골 사춘기 소녀들은 순수하게 역도에 매진한다. 그 역도를 향한 ‘순수성’은 사회에 찌들어버린 어른들도 쉽게 막지 못 했다. 보성여중 학생들이 보이는 ‘순수성’은 곧 역도선수가 지녀야 하는 궁극적 ‘순수성’으로 귀결됐고 영화를 끝까지 지탱했다. 또한 그 ‘순수성’이 드러나는 영화 곳곳의 표현과 연출은 가히 어떤 영화들의 표현과 연출에 뒤처지지 않을 강도와 충격을 내포했다. 역도를 향한 이지봉과 보성여중 학생들의 ‘순수성’, 역도를 위해 역도선수가 지녀야만 하는 ‘순수성’, 영화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버린 ‘순수성’ 이 복합적인 ‘순수성’을 영화 ‘킹콩을 들다’는 담고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 ‘국가대표’ 中

  국가대표

  동계 올림픽에서도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은 여실히 갈린다. 얼음 위에서 치러지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이야 말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로 관심이 쏠리는 동계 인기 종목이다. 동계 스포츠 종목은 무수히 많으며 그 무수히 많은 종목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무수히 많이 종사하고 있다. 스키점프 또한 동계 비인기 종목의 예외는 아니었다. 이를 영화화한 작품이 ‘국가대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스키점프 수준은 세계적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 한다. 하지만 세계적 수준에 다다르지 못 한다고 하여 메달을 따지 못 한다고 하여 그 스포츠가 소멸돼야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이유를 ‘국가대표’는 타당하게 구현해냈다. 비록 엘리트 출신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몸담진 않았더라도 충동적인 이유에서 발을 들였더라도 결국 그 스포츠가 가지는 철학, 매력, 존재의 이유를 깨닫고 그 스포츠를 행한다면 그것만으로 그 스포츠의 가치는 충분한 것이다. 주인공들이 스키점프대에서 점프를 하는 것만으로 결과인 것이고 그 점프가 영화에서 구현되는 순간 ‘국가대표’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국가대표’는 영화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국가대표’는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다. 스키점프를 훈련하는 주인공들의 모습 그리고 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 주인공들이 스키점프를 하며 극강의 속도가 표현되는 장면은 가히 체험적이라 말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스키점프를 하는 순간 드러나는 주인공들과 연결됐던 부수적 인물들의 드라마들의 내면적 연기 또한 대중들로 하여금 가볍게 ‘국가대표’라는 영화를 접하지 않도록 가볍게 스키점프라는 종목을 대하지 않도록 했다. 스키점프가 가지는 동기, 훈련 그리고 마지막에 펼쳐지는 스키점프의 카타르시스과 고공을 가르는 감정적 폭발은 영화가 끝나고 시원하고 크나큰 쾌감의 한숨을 쉬게 하기 충분했다. 스키점프도 예외가 아닐 스포츠의 공통적 철학, 영화가 지녀야만 하는 연출과 드라마가 적절히 배합돼 아주 잘 만들어진 대표 비인기 스포츠 영화가 ‘국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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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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