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지은]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를 보면 내용과 더불어 나도 모르게 영화 속 배경에 집중하게 된다. 주인공이 걸어다니는 길목, 고양이와 함께 산책하는 공원, 멘치카츠를 사먹던 골목 상점 등 동네 구석구석이 참 아름답게 비춰져 영상미를 더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동네는 바로 키치조지. 일본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동네 1위로 자주 손꼽히곤 한다.
신주쿠에서 JR추오선 혹은 JR소부선을 타고 10여분 달리면 키치조지 역이 나온다. 늘 그렇듯, 역 앞에는 상권이 형성되고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키치조지역 상권 또한 세이유, 이세탄 등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이를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유흥가와 상점가가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전통시장이 있던 동네였지만 대형 쇼핑몰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지금은 현대와 전통이 함께 공존하는 이색적인 상점가가 탄생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를 기대했던 방문객이라면 키치조지역 앞의 왁자지껄한 상권을 보고 조금은 놀라워할지도.
![]() |
||
| ▲ 골목골목마다 즐비한 빈티지한 가게들 | ||
실망은 금물! 남쪽출구 방면으로 조금만 더 들어오면 아기자기한 빈티지샵과 개성넘치는 갤러리, 소소한 먹거리들이 즐비한 거리가 나온다. 인도 커리, 베트남 쌀국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본 야키토리 등 다양한 국가의 먹을거리가 서로 경쟁하듯 모여 있으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거리. 디저트 강국인 일본답게 달콤한 스위츠들을 만날 수 있는 골목이기도 하다. 또한 빈티지 액세서리 샵이나 보헤미안 스타일의 옷가게 등 자유분방한 느낌의 상점들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흡사 이태원 경리단길을 연상케 하지만 좀 더 느긋함이 느껴지는 동네다. 누구 하나 바쁜 기색 없이 찬찬히 동네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진달까. 이런 소박하고 예쁜 가게들이 일렬로 나란한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이노카시라 공원에 도착한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키치조지의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어서 이 동네의 분위기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공원이기도 하다. 호수를 빙 둘러싸고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어 조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호수에서 오리배를 탈 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일요일 오후 4시쯤 도착한 공원에는 역시나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주말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나 벤치에 걸터앉아 책 한권을 꺼내 읽는 어르신의 얼굴에서 여유로움이 보였다. 그 여유로움이 부러워 어르신 옆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만히 앉아 위를 바라보니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눈이 부셔 눈을 감으니 이내 호수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미세한 풀내음이 난다. 평소에는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것들을 이 곳 키치조지에서는 쉽게 느낄 수 있다.
![]() |
||
|
▲ 오리배를 타고 있는 예쁜 커플들 |
||
이렇게 여유를 만끽하고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과도한 고요함을 살짝 지겨워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공원 한 편에서는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진다. 바이올린 연주나 흥미로운 마술을 보여주는 매직쇼, 행위 예술 등은 이노카시라 공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 한 번만 방문하기에는 너무나도 볼거리가 많은 이 곳, 키치조지와 이노카시라 공원. 봄에는 벚꽃이 가득피어서 봄꽃놀이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니 그 때쯤 재방문을 다짐한다. 여기서 딱 기다려줄래 키치조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