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영화에 있어 음악은 이제 빼놓으려야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보다 완벽한 영화로써 거듭나게 해주는 음악은 가사까지 가미된 하나의 완성된 곡으로 영화를 대표하는 OST로 존재하는 경우가 꽤나 있다. 하지만 꼭 반주와 가사가 합일된 완곡 형태로만 영화음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이라 불리는, 가사가 없는 음악 혹은 반주라 불리는 형태로도 존재한다. 영화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흘러 영화의 이미지, 주제, 상징까지 나타내는 역할을 ‘테마음악’이 이행한다. 영화를 보다 완벽한 영화로 거듭나게 해주는 상징적인 테마음악을 가진 외국영화들에는 어떤 영화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 |
||
| ▲ ‘007’ 오프닝 시퀀스 中 | ||
007
테마음악만 들어도 어떤 영화인지 알 수 있는 영화에 가장 먼저 1순위로 꼽힐 영화는 단연코 007이라고 생각된다. 007만의 테마음악은 007의 첫 시리즈 ‘007 살인번호’가 첫 개봉됐을 때부터 줄곧 사용돼 무려 40년 간 007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담당해왔다. 고로 007 메인 테마 ‘James Bond Theme’를 작곡한 몬티 노만은 007의 대표적인 청각적 이미지를 40년 전에 건축하여 여태껏 007의 아성이 무너지지 않는 007 시리즈가 24개나 완성될 수 있었던 007의 근본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007 시리즈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지나도 ‘James Bond Theme’을 들으면 금방이라도 좁은 총구 속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제임스 본드의 실루엣이 갑작스레 나를 향해 권총을 발사할 것만 같은 느낌이 진하게 든다.
![]() |
||
| ▲ ‘가위손’ 中 | ||
가위손
세계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끝까지 고수하여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이룩한 영화감독은 누가 있을까?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답변들 중에 대다수를 차지할만한 영화감독은 분명 팀 버튼 일 것이다. 팀 버튼은 자신만의 어두운 색채, 그 어두움 안에서도 동화적인 감성을 잃지 않는 감각을 계속해서 고집하여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이룩했다. 팀 버튼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팀 버튼 색깔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을 고르자면 ‘가위손’을 꼽고 싶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가위손’을 “팀 버튼적인 너무나도 팀 버튼적인”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이 평이 내려지는데 ‘가위손’의 가장 대표적인 테마음악인 대니 엘프만의 ‘The End’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음산하고도 차가운 느낌을 주는 이 테마음악은 일생을 어두운 성에서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외롭게 자란 ‘가위손’의 주인공 에드워드의 삶에 그리고 영화 전체를 채우는 팀 버튼만의 어두운 동화세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눈을 감고 대니 엘프만의 ‘The End’를 다시 들어보면 ‘가위손’의 제 1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에드워드가 자신의 가위손으로 얼음공작을 하는 장면, 그 장면이 떠오른다.
![]() |
||
| ▲ ‘캐치 미 이프 유 캔’ 中 | ||
캐치 미 이프 유 캔
앞서 말했듯이, 영화에서 테마음악은 해당 영화의 이미지를 담당하거나, 주제를 각인시켜 영화의 상징으로 발전된다. 이 문구에 잘 어울리는 또 하나의 영화가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다.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수표를 위조하여 미국과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그리고 프랭크를 검거하려는 FBI 요원 칼 헨러티, 이들의 은밀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은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대표적인 테마음악 ‘Catch Me If You Can’이 들려주는 느낌과 잘 결부된다. 스케일이 큰 영화에서 주로 전개되는 대형 추격전이 아닌 자신의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가며 검거망을 빠져나가는 프랭크와 FBI답게 최소한의 소음으로 프랭크를 검거하려는 칼의 관계, 이들이 만날 듯 만나지 못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 등이 ‘캐치 미 이프 유캔’의 테마음악으로써 너무 잘 표현됐다. ‘Catch Me If You Can’은 영화 오프닝부터 흘러나온다. 즉, 영화 시작과 동시에 테마음악을 접하면서 대충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마치 올바른 감상의 길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테마음악 ‘Catch Me If You Can’이 인도하는 것 같았다.
![]() |
||
| ▲ ‘킬 빌’ 中 | ||
킬 빌
‘킬 빌’이란 영화는 참 아이러니컬한 영화다. 따로 분리해놓으면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독립적인 요소들이 한 데 모였고 그렇게 완성된 영화가 ‘킬 빌’이다. ‘킬 빌’은 개봉과 동시 세계 영화계에 일시 반향을 일으켰다. 한 여자의 복수극, 동서양 분위기의 합일, 피가 난무하는 고어(Gore)연출들까지. 어떻게 이런 요소들이 한 데 합쳐질 수 있었나 싶지만, 이 요소들이 성공적으로 융합될 수 있게끔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바로 ‘킬 빌’속 테마음악들이었다. 사실 ‘킬 빌’ 속에는 귀에 익은 테마음악 들이 꽤나 많이 삽입돼있다. 가장 유명한 경고음이라 할 수 있는 퀸시 존스의 ‘Ironside’라든지 듣고선 한 번 쯤 따라하고 싶은 휘파람 소리 버나드 허먼의 ‘Twisted Nerve’라든지 ‘킬 빌’은 익숙한 테마음악들의 집합체였다. 이러한 테마음악들 속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들린 테마음악이자 ‘킬 빌’의 상징이 돼버린 테마음악은 호테이 토모야스의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였다. 악당무리들과 주인공 블랙 맘바가 대전투가 벌어질 술집으로 각자 향하면서 이 테마음악이 들리는데, 대전투를 이미 심적으로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인물들의 심리를 음악으로 대표했다. 그리고 피가 난무할 전투장면에 앞서 이처럼 경쾌한 음악을 삽입해 ‘킬 빌’이라는 영화가 비록 살인과 신체절단 등이 넘쳐흐르는 잔인한 영화이긴 해도 접하는 대중들로 하여금 무조건적으로 거부감만이 들지 않게끔 유쾌하게 중화시켜주는 역할 또한 호테이 토모야스의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가 해냈다. 꽤나 기능적인 역할을 적절히 수행했기에 결과적으로 우리는 ‘킬 빌’하면 떠올리는 테마음악을 호테이 토모야스의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 |
||
| ▲ ‘킹스맨’ 中 | ||
킹스맨
영화 ‘킹스맨’도 ‘킬 빌’처럼 신체절단이 난무하는 전투장면을 중화시키지 않는 정공법으로 영상에 나타냈다. 영상에서는 이런 공통점이 있으나 음악에서는 달랐다. 테마음악을 유쾌한 분위기의 음악들로 선택해 영화 연출 자체를 중화적인 느낌의 결과로 ‘킬 빌’은 내놓았다면, ‘킹스맨’은 테마음악마저도 무겁고 장엄하게 표현해 영화 속 킹스맨 존재의 가치를 청각적으로도 부각시켰다. 킹스맨은 영국의 비밀요원이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 킹스맨도 정장, 무거운 안경, 검은 우산 등으로 묘사되는 신사의 상징을 몸소 갖추고 다닌다. 외면적 요소만으로 킹스맨이 완성되지 않는다. ‘킹스맨’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말하곤 기존 킹스맨 요원 해리는 깔끔하고 명료하게(?) 킹스맨 후보였던 에그시를 괴롭히는 불량배 무리들을 처리한다. 가장 킹스맨다웠던 이 장면을 꾸민 요소들에는 킹스맨다운 신사적 외면, 킹스맨다운 대사, 킹스맨다운 싸움실력 마지막으로 킹스맨의 무거운 임무를 시각 이외의 청각적인 느낌으로 전달하려 흘렀던 ‘킹스맨’의 대표 테마음악 헨리 잭맨 작곡의 ‘Manners Maketh Man’이 있었다. 해리가 에그시를 괴롭히는 불량배들을 처치하는 장면에서 킹스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여러 요소들이 이미 중첩됐지만 청각적 요소로써 킹스맨의 이미지를 대표한 것은 킹스맨의 대표 테마음악 ‘Manners Maketh Man’이었으며 ‘킹스맨’이라는 영화 자체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도 킹스맨의 대표 테마음악 ‘Manners Maketh Man’이다. ‘Manners Maketh Man’를 듣고 난 후 킹스맨을 보다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고 남은 영화의 런닝타임을 보다 갖춰진 느낌을 지닌 채로 영화 ‘킹스맨’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