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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가 사랑한 남자, 입생로랑. 피에르가 선택한 사랑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입생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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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르 베르제와 이브 생 로랑 [사진출처=구글이미지]

[디아티스트매거진=박진아] 바스러질 듯 깡마른 모델들도 입기 힘들어 하던 옷. 블랙 앤 화이트의 캠페인이 참으로 매력적인 브랜드. 당장이라도 쿨내나는 멋진 여자로 바꾸어 줄 것만 같은 근사한 가죽 자켓과 앵클부츠! 내가 입생로랑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인상은 이랬다.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호기심만으로 시작한 패션지 어시스턴트 생활 중에 만난 ‘입생로랑(Yves Saint Laurant)’. 그것은 단 한 벌의 옷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다가가기조차 힘든 시크함 그 자체였다. 어렴풋한 이미지, 동경의 브랜드로만 각인됐던 입생로랑이라는 이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건, 자릴 라스페르의 영화 ‘이브 생 로랑(2014)’을 보고 나서부터다. 영화에서 그려낸 ‘입생로랑’은 프랑스 여자들의 날선 시크함을 대변하는 명품 브랜드가 아니었다. 그저 격동적인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이자 아티스트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깊숙이, 그 남자를 사랑한 한 ‘피에르 베르제’와의 러브스토리가 깔려있었다. 내 머릿 속 입생로랑은 한 줄로 압축된다. ‘피에르가 사랑한 남자, 입생로랑. 피에르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입생로랑.’

디올의 조수였던 입생로랑이 21살이란 어린 나이에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로 발탁되는 모습이 영화의 시작이다. 깔끔하게 넘긴 머리. 검은 테 안경, 또 깡마른 체구에 감각적인 스타일. 한눈에 보아도 그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천재성과 비주얼까지 갖춘 그이지만, 그 내면에는 제멋대로인 6살 어린아이가 있었다. 성격이 그저 여리고 내성적인 것이 아니라, 오만하며 변덕스러워 괴팍하기까지 하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움 하나 모르고 원하는 것만 해오던 그의 성장배경이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예술가들의 공통점이라면 수긍할 만 하다. 철들지 않은 자유로움. 제멋대로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하는 성격. 그의 성격이 어찌됐든, 분명한 건 그의 천재적인 감각이었다. 그리고 또 다행인건, 그렇게 제멋대로이던 입생로랑의 뒤에는 항상 피에르 베르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서는 입생로랑이 피에르 베르제와의 연인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참으로 낭만적이면서도 에로틱하다. 천재와 비천재의 사랑. 그리고 천재를 헌신적으로 이끌어주는 비천재. 피에르 베르제는 입생로랑의 연인이 되기도 하고 또 부모가 되기도 한다. 과연 저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입생로랑을 끊임없이 다독여주고 끊임없이 끌어준다. 피에르 베르제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입생로랑을 사랑했을까. 입생로랑이 군대에 들어가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려 허우적댈 때에도 피에르 베르제의 사랑은 입생로랑을 일으켜 세운다. 우울증과 술, 약물중독에 죽을 때까지 빠져있던 그이지만 피에르 베르제의 관심과 보호 속에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고 끊임없이 성장한다. 피에르 베르제는 모든 것을 관리했다. 투자자들을 찾아 나섰고 브랜드를 홍보했으며 또 입생로랑이 흔들리지 않고 컬렉션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항상 뒤에 부모같이 든든히 지키고 서 있었다.

단순히 천재적인 디자이너라고 생각했던 그의 뒤에는 이렇게 헌신적인 그의 연인이 있었던 거다. 피에르 베르제의 사랑이 없었다면 그 또한 그저 괴팍한 한 남자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여느 전기 영화들처럼 한 위인의 일대기를 지루하게 늘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생로랑이 사람들, 특히 피에르 베르제와 나누는 인간적이고 불완전한 대화들을 통해 패션에 대한 그의 가치관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 중간에 입생로랑은 이렇게 말한다. “패션은 예술이 될 수 없어.” 이 말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매거진에서 패션을 소재로 아티스틱한 화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며, 패션도 충분히 예술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토록 대단한 천재성을 가진 디자이너가 패션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말하다니! 하지만 입생로랑은 ‘비록 패션 자체가 예술이 될 수는 없지만, 예술은 충분히 패션의 영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옷을 디자인 해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다. 변치 않는 그의 연인, 피에르 베르제와 함께. 이 영화가 유독 입생로랑과 피에르 베르제와의 관계에 집중해 만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삶이 항상 피에르 베르제의 보호 속에서 있기 때문일까? 그간 가지고 있던 입생로랑에 관한 나의 많은 생각들이, 앞서 말했듯 한 문장으로 단숨에 정리돼 버렸다. 피에르가 사랑한 남자, 입생로랑. 피에르가 선택한 사랑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입생로랑!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리고 여전히 여자들의 로망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 시크한 패션 브랜드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또 다른 남자와의 너무나 인간적인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 영화 속 이브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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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loveshgina@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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