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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넛, 옹호하기

이상오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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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이상오] 한국 힙합이 성장하냐 마냐의 문제가 되버린 쇼미더머니 시리즈, 양질의 무대를 방송을 통해 만날 수 있고 방송 연출을 통한 대립구도나 랩퍼들의 캐릭터가 부각되면서 많은 팬과 대중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시즌 4가 되면서 유명 랩퍼들의 유입은 더욱 늘어났고 그에 따라서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점점 붉어지는 논란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의 가사 논란이다. 위너의 송민호나 블랙넛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아직 블랙넛은 방송을 통해 문제시 될 만한 가사를 내뱉은 적은 없지만 그의 퍼포먼스나 과거 활동했던 곡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면에서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과 함께 여성혐오와 성희롱의 키워드를 가지고 간다는 것이 그들의 비판인데, 위험한 일인 것은 알지만, 그를 옹호하고자 한다.

   
▲ 블랙넛 (Black Nut)

1. 블랙넛은 캐릭터다.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블랙넛, 그의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다. 인터넷에 자신의 녹음물을 올리던 블랙넛은 CSP, 매슬로 등이 활동하던 소울 커넥션에 가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랩 인생을 펼치려 했다. 그러나 소울 커넥션이란 이름만 믿으며 노력은 하지 않고 센 척, 멋진 척만 하는 자신을 돌아보고는 다시 방 안에 틀어박혀 랩을 만들었다. 노력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였을까, 그는 스스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블랙넛의 전의 전신 ‘김콤비’이다. ‘김좆키’와 ‘김폭딸’, 이 두 사람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기계 목소리 즉, 보이스 웨어로 랩을 한다는 참신한 시도와 함께 컨셉뿐 아니라 센스 넘치는 가사들로 사랑을 받았고 BBK SAUND라는 크루를 만들어 그들만의 병맛 리그를 구축했다. 학교에서 불량 학생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빵을 사오는 자신들의 비참한 모습을 기계 목소리에 담아낸 그들은 어느 덧 개그가 아닌 진심을 담아 곡을 만들고 있었고 그러한 곡들이 인터넷 상에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연 해체를 선언한 김콤비는 서로의 디스곡을 발표하고 웹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나타난 블랙넛의 전신 MC기형아, 사람의 목소리로 랩을 하고 있지만 그의 가사는 확실히 김좆키를 닮아있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여자와 진짜 사랑을 나눈 적 없는 모습은 멋진 척, 센 척만 하는 다른 MC들과는 달랐고 실력까지 꽤 출중한 덕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진짜 빵셔틀이었고 모태 솔로에 순결남일지는 블랙넛 본인뿐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일리네어를 동경하면서 가진 건 쥐뿔도 없는 랩퍼가 부리는 허세보다는 자신을 자책하고 세상을 비관하는 블랙넛은 새로운 관점으로 듣는 이를 만족시켰을 것이다. 그는 힙합씬에서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우뚝 서있다.

2.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

그렇다면 그는 왜 더럽고 추잡함을 자신의 컨셉으로 잡았을까? 그가 피쳐링한 스윙스의 “양아치 2014”의 일부분과 MC기형아의 “내가 할 수 있는 건”을 살펴보자.

내 마른 몸이 내가 입은 옷이

맘에 들지 않아서 나를 숨겼지

항상 니 주위를 맴도는 주변인

되고 싶어 네 세상 속 주연이

넌 걸레도 또 꽃뱀도 아니고

어장 주인도 성괴도 아닌데

널 얻으려고 하지 않은 채

험한 단어들로 너를 표현해

<양아치 2014> 중에서

건들거리면서 무대 위에서 잡은 마이크

펜은 놓고 내 fan이라는 여고생과

시덥잖은 말들만 주고받으면서 꼬셔볼 생각만

하다가 겨우 정신 차리며 쓴다는 가사는 다 거짓말

겉멋만 들어 남을 무시하고 짓밟던 가사

지금 보니 그 말은 모두 다 나를 향한 경고였던 것 같아

그날 밤 매슬로한테 연락해 난 소울커넥션을 나간 뒤

혼자서 방 안에 틀어박혀 처음부터 다시 하자 두고봐라

내 방 안의 달력은 그렇게 수십 장이 넘어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중에서

김콤비에서 MC기형아, 그리고 블랙넛으로 이어진 그의 가사들을 보았을 때, 그에게 객관적인 행복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술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도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서빙을 하며 온갖 볼꼴 못 볼꼴을 다 봤고 학교에선 왕따로 지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존감은 그를 더욱 더 어두운 존재로 만들었고 남들이 누리는 행복은 그저 TV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그는 일부러 더 자신의 몸집을 부풀렸다. 하지만 디지털 싱글로 발매된 “100”에서 그랬듯 한국 랩퍼들을 다 이길 수 있다고 덤벼보라고 말하는 그는 결국 곡의 마지막에선 미안합니다를 연발하고 덤비지 말라고 한다. 그가 추구하는 건 센 척, 멋진 척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자신이 약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센 척, 멋진 척하고 싶어 하는 자신을 가식 없이 들어내는 것, 그것이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쇼미더머니>에서 나온 그의 모습도 그러하다. 심사위원들을 한껏 깎아내리고 디스한 후, 다 거짓말이니 예선을 통과시켜 달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고 뻔뻔한 모습이지만 선글라스를 벗은 그는 무대공포증 때문에 눈조차 뜨지 못한다. 초라한 자신을 감추려고 남을 깎아내리고 센 척하는 것이 더욱 초라하고 찌질하게 보인 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블랙넛의 목적이다.

3. 예술은 예술의 문제.

물론 “졸업앨범”과 같은 문제시 되는 가사들을 많이 사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표현을 써내려갔다고 해서 그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 역시 분명하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블랙넛, 그의 가사는 예술의 일종으로 봐야할 것이다. 살인마를 만들어내는 작가처럼, 그리고 그러한 살인마를 연기하는 배우처럼, 랩으로 그러한 표현을 했다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면 그저 듣지 않으면 될 것이다. 예술은 예술이면서 취향에 의존적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다행히 아직은 ‘블랙넛’이란 이름으로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방송값, 이름값을 할 블랙넛을 조금은 기대하며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블랙넛은 그의 미친 모습만 주목받고 있다. 본인도 그것이 돌파구라고 생각하는지 죽부인 퍼포먼스 같은 무리수를 두기도 했지만 그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똘끼를 조합해 보여주고, 그뿐 아니라 블랙넛 특유의 진지함을 담아낸다면 악동이 아닌 랩 스타 블랙넛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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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오
dltkddh3@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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