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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이버 영화 | ||
우리는 자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학교, 공공장소, 단골 가게, 집 등 각자가 자주 방문하는 곳은 그만큼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들이다. 또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이동의 자유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권리를 누군가가 억압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것도 아주 강압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말이다. <피아니스트>는 폴란드에서 살던 유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기는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때로는 잔혹하고, 적나라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을 야기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주인공이 어떤 삶을 헤쳐 나가고 있는지는 그가 거주하는 공간을 통해 알 수 있다. 스필만의 공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스필만의 가족이 살던 집, 게토 안에서의 생활, 그리고 게토를 도망쳐 은둔하는 공간이다. 이 세 가지 공간과 이동을 통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파헤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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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이버 영화 | ||
첫째, 스필만의 가족이 살던 집
당시 폴란드에서 유태인으로 사는 일은 어려웠다. 스필만의 가족은 집 안에서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바깥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들을 옥죄어오는 현실을 걱정한다. 여기에서부터 영화에서의 커다란 요소인 ‘불안’은 시작된다. 유태인들의 신변이 위협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태인 관련 정책으로 궁핍해지자 피아니스트인 스필만이 집에 있는 피아노를 팔아넘긴다.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피아노를 판다는 것은 그의 희망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미 공원과 몇몇 가게에서는 출입이 금지되고, 도보로 걷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등 유태인들은 많은 공간에서의 출입의 자유를 박탈당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유일하게 아무런 제약 없이 말을 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장소는 스필만의 집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완벽한 자유는 아니다. 또한 가족들은 언제 경찰들이 집에 들이닥칠지 몰라 시계와 돈을 숨길 곳을 궁리한다. 이미 이들이 지닐 수 있는 공간의 자유는 사적인 부분까지도 빼앗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의 자유도 오래 가지 못했다. 그들은 명령에 따라 게토로 강제 이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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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이버 영화 | ||
둘째, 게토 안에서의 생활
게토는 안팎의 구별이 확실한 공간이다. 거대한 감옥과 비슷한 모습으로, 높은 담이 쳐져 있고 군인들이 보초를 선다. 이곳에서 유태인들은 전염병, 아사, 총살 등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이 공간에서 유태인들은 하나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며 무조건적으로 군인들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하는 데에는 명확한 답이나 이유가 없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발해서는 안 되며, 그러할 경우 죽음만이 존재한다. 이곳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고 왜 죽는지도 모르는 혼돈으로 가득하다. 스필만에게 이곳은 가족들이 위협을 받는 곳이며 본인의 무기력함을 절감하게 되는 장소다. 또한 게토 안에서 스필만은 더 이상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그저 언제라도 처형당할 수 있는 유태인에 불과했다. 자신의 가치를 상실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그 뿐만 아니라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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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게토를 도망쳐 은둔하는 생활
가까스로 게토에서 도망쳤지만 이곳에서도 스필만의 불안은 계속된다. 게토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그는 처형의 대상이었다. 유령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했으며, 이 때문에 숨어 지내며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됐다. 작은 방에서 기거하며 그는 창문 너머로 유태인들이 일으킨 폭동과 처형, 그리고 전쟁을 목격한다. 여기에서 창은 영화에서 역사적 사건을 보여주는 장치이며 이를 통해 주인공의 심리가 변화한다. 스필만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지내고 있지만 게토에 있는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민족을 위해 열심히 싸운다. 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폭격으로 인해 집에서 뛰쳐나와 방랑하던 중 독일 장교를 만나는 순간 그의 불안은 공포가 된다. 스필만이 독일 장교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과거 그가 저명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시절을 상기시킨다. 장교가 자신을 언제 죽일지 몰라 공포에 떨며 연주를 시작하지만, 음악을 통해 그는 잠시나마 자신의 가치를 되찾게 된다. 그에게 음악이란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유일한 삶의 희망이다. 노숙자의 모습을 한 그의 피아노 연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짓밟은 전쟁의 참상, 인종에 상관없이 동등한 인간의 존엄성 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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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는 말한다. 당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든 간에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어디에 있더라도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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