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 매거진=채소라]‘크리스틴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거의 매번 음악의 천사가 등장했는데, 아이들은 그 천사에 대해 더 이야기해 달라고 졸랐다. 크리스틴의 아버지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위대한 음악가나 위대한 예술가에게는 평생 적어도 한 번은 음악의 천사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 사람들은 천사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천사는 선택된 사람들에게는 목소리를 들려 주는데, 천사가 찾아오는 그 순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혹은 슬픔에 잠기고 낙담해 있을 때라는 것이다.’ –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
아름다운 음악의 천사, 얼굴 없이 찾아온다는 ‘천사의 음성’을 거부할 이 그 누가 있으랴.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선택된 사람들에게는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오페라의 유령 속 가면을 쓴 미스테리한 사나이는, 사실은 음악의 천사라는 실로 동화같은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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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
미스테리한 추리극에 초점을 맞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베일에 싸인 ‘유령’의 존재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된 또 다른 팬텀을 만들어냈다. 영혼을 울리는 웅장한 음악과 절대적인 팬텀의 존재를 한껏 보여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대성공으로 고착화된 팬텀의 이미지는 이제 버려도 좋다.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팬텀의 인생에서 전혀 다른 페이지를 열어젖힌 뮤지컬 <팬텀>은 그의 인생사 전반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적인 팬텀의 얼굴을 맘껏 드러낸다. 지하세계의 어둠으로 끔직한 얼굴을 겨우 가린 채 살아가지만 그저 아름다움만을 원했던 지극히 인간적이고, 철저하게 처절한 그의 욕망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을 만나 꿈에서 현실로, 소설 속에서 무대 위의 살아있는 존재로 관객들 눈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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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
‘오페라의 유령’이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에릭과 크리스틴, 라울의 사랑과 삼각구도를 다룬 것에 반해, 뮤지컬 팬텀의 모든 아름다움은 음악으로 귀결된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음악의 천사를 기다렸던 크리스틴과 지하 세계에 숨어 어머니의 목소리를 가진 음악의 천사를 꿈꿔오던 에릭. 서로에게 음악이었던 그 둘의 이야기는 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노래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파리 오페라극장의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아버지와 저는 저 샹들리에를 처음 봤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음악이 시작됐을 때, 그것마저 잊었죠.”라고 읊조리는 크리스틴의 대사는 뮤지컬 <팬텀> 속 음악의 절대적이고 아름다운 존재 의미를 대번에 알아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모든 어둠과 절망, 비극을 뛰어넘는 것이 곧 음악, 음악을 통한 ‘아름다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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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
음악이 가진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작품 속에서 만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도 구현된다.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섞어둔 팔레트처럼 뮤지컬 <팬텀>안에 담긴 수많은 관계와 대립, 사랑의 구도는 결국 어떤 색깔도 눈에 띄게 보여주지 못하며 각각의 관계가 가진 끈을 느슨하게 풀어버리지만, 그 사이사이의 빈틈을 모두 메우며 서사의 끝을 향해가는 배우들의 역량은 주목할 만하다.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그리고 다시 죽음으로, 온 몸으로 넘나들어야 했던 팬텀 역의 배우들은 뛰어난 재능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도 결코 무대 위에 설 수 없었던 에릭의 비극과 고통을 음악이라는 전제 위에서 섬세하게 노래한다.
지하세계와 어둠 속에서 기적적으로 찾아낸 아름다움도 잠시, 결국 죽음이라는 정해진 결말을 향해가는 비극적인 이야기. 하지만 뮤지컬 <팬텀>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환상적인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사랑과 비극을 오가며 슬픔, 그 아래에 감춰진 슬픔까지 자극하는 ‘팬텀’은 울고, 웃고, 좌절하고 때론 기뻐하며 노래하는 ‘음악’ 그 자체로서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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