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경홍] 작년 가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던 애플의 첫번째 웨어러블 디바이스, 애플워치가 한국에도 발매된다. 이미 적지 않은 애호가들은 일본이나 홍콩, 미국에서 공수해 와서 사용하고 있고 블로그나 여러 개인 미디어를 통해 그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20년 이상 애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이번 애플워치에 대해서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감상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명의 애플 애호가로써가 아니라 유학시절, 학위 논문주제를 웨어러블 컴퓨팅으로 선택했던 개인적인 경험도 한몫 한다.
사실 애플에게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가져다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이 출시 되었을 때는 애플 ‘컴퓨터’ 라는 회사의 정체성의 확장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웠다 – 1997년에는 애플컴퓨터는 회사이름에서 컴퓨터를 빼버리는데 이르렀다- 70년대 말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어오던 기술기업으로써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 카테고리는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IT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 소비자 역시 PC로 생산적인 작업을 하던 사용자로 부터 디지털 음악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보다 넓은 범주의 IT 소비자로 확장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제품이 본격적으로 사용자의 몸에 부착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되면서 조금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계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애플워치 이전에도 있었다. 희한한 발명품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고, 또 애플워치의 소문이 돌 무렵에는 -당시에는 iWatch-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에서 본격적인 제품을 출시했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휴대폰 시절에 손목시계 형식의 전화기부터 다이버나 탐험가를 위한 Wrist computer 라는 카테고리의 제품들도 시장에 꽤 나와 있었으며, 헬스케어 시장에는 노하우를 축적해 나름의 입지를 굳힌 제조사도 있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1940년대 신문 만화인 딕트레이시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다. 어찌보면 손목시계가 웨어러블 기기를 위한 가장 위화감 없는 형태라고 할 수 있을텐데, 덕분에 일찌감치 수많은 발명가들, 혁신가들이 차지하고 싶은 부위가 되었던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애플워치가 2014년에 발표되기 전까지 새 웨어러블 제품과 관련해서 떠도는 소문들은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혹은 다소 냉소적으로 만들었다. 예컨데 제품 사양에 대한 루머보다는 새로운 인사들을 영입한 사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영국 버버리의 CEO 안젤라 아랜츠나 프랑스 생로랑의 CEO였던 폴 드네브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이야기였다. 이들은 세계 패션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뛰어난 인사들로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어떤 관점에서 다루게 될지 드러낸 일이었다. 그동안 IT관련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기를 상상해 왔지만 애플의 신제품은 그런종류의 물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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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아가던 버버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젊고 핫하게 탈바꿈 시킨 안젤라 아랜츠(좌)와 애플 출신으로 생로랑을 성공적으로 이끈 폴 드네브(우) <출처 : 애플 웹사이트> | ||
애플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애플 제품의 특징 중 하나는, 실제로 보고 만져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사실 현실에서는 ‘쓸모’라든가 ‘가격대비 효용성’ 같은 합리적 기준은 이러한 감성적 파도에 쉽게 흔들리곤 한다. 그렇다고 애플의 제품이 품질이 떨어지거나 쓸모없는 물건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애플워치 이전에 나왔던 많은 애플사의 물건들이 그러한 마력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제 사람의 신체에 더 가깝게 자리잡을 이 제품은 그런 마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애플은 판단한듯 하다. 그저 신제품을 포장하고 홍보하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품의 컨셉부터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 그리고 사용하는 동안 느끼는 모든 경험에 이르기까지 애플은 사용자의 몸과 그것을 가득 채우는 감성, 욕망을 직접 바라보려한다. 이는 패션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며 패션산업의 기린아들을 통해 그것들을 실행할 통찰을 흡수하려 했다고 상상할 수 있다. 오히려 기술적 요소는 이러한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써 철저하게 활용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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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박동을 메세지로 전송하는 기능은 합리적인 관점에서 쓸데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출처 : 애플 웹사이트> | ||
애플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애플워치 소개 섹션을 보면 그 전략과 제품에 대한 관점을 엿볼수 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 제품의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을 위해 어떤 소재를 사용했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하고 다른지를 큰 이미지와 우아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취향별로 선택할수 있는 시계줄 역시 그저 악세서리 수준을 넘어서 매우 자세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전달한다. 이것은 아름다운 제품이다라고 큰 목소리로 외친다. 오히려 소프트웨어나 기능설명이 번잡스레 보일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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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웹사이트의 제품소개 이미지는 패션지의 화보를 연상시킨다. <출처: 애플 웹사이트> | ||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제품 공개후 미디어에 노출되는 방식도 이런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패션쇼, 하퍼스 바자나 보그같은 패션잡지의 화보, 흔히 패셔니스타라는 유명인사들의 착용사진, 꼴레뜨와 같은 패션 리테일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이 제품이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가 아니라 하나의 쿨한 악세서리로 보여진다. 이런 접근은 기존의 스마트기기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못마땅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테크 애호가와 패션 애호가 사이에는 감성과 이성의 멍청한 이분법적 사고처럼 두터운 가치관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행보는 애플이 드디어 브랜드파워를 이용해 쓸모 없는 제품을 비싸게 팔려한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주 오래전부터 합리성과 감성의 균형을 통한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높이기위해 노력해 온 회사다. 다만 웨어러블이라는 카테고리에 진입하면서 좀더 과감해졌을 뿐이다. 그들은 사용자들이 기꺼이 애플워치를 사랑하고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사용하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단순히 도구가 아닌 감성적으로도 ‘내것’이 될수 있는 매력을 지녀야한다. 어떤 옷을 입더라도 마무리는 애플워치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장소에 가든 망설이지 않고 손목에 감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도구로는 달성할 수 없는 가치이다.
잠시 이미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경쟁자들의 제품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그 즉시 우리가 각 제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알수 있다. 이런 제품들 중 적합한 것을 고를 때는 그것들의 기술과 성능사양이 매우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배터리는 며칠이나 지속되는지, 디스플레이 기술이 어떤 제품이 더 뛰어난지, 내장된 센서는 어떤것인지, 클라우드 연동이 되는지 따위와 같은 것들이다. 그야말로 우리가 필요하는 목적에 따라 골라낸다. 디자인도 역시 중요한 요소지만 다른 것들과 동등한 수준의 선택조건 중 하나이다. 물론 가격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것은 애플이 생각하는 경쟁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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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tBit는 현재까지 가장 인기있는 웨어러블 제품중의 하나로 스포츠와 헬스케어 분야의 캐주얼한 제품이다. <출처 : Fitbit 공식 웹사이트> | ||
많은 비평가들은 애플와치의 포지셔닝 전략에 대해 스위스 명품시계에 도전하는 멍청한 제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엇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존의 스마트워치 제품에 비해 비싸기도 하거니와 애플의 브랜딩 전략이 이 제품을 명품화 한다고 생각한다. 한화로 1700만원이나 하는 제품도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비판이라 할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애플워치를 그저 시계라는 컨벤션에 집어넣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손목시계가 애초에 주머니용 회중시계에서 편의성과 장식을 위해 손목으로 옮겨간 것 처럼 -사실 손목시계의 역사는 150년도 안된다- 어쩌면 애플워치도 그 자리를 손목으로 옮긴 다른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다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워치라는 카테고리는 아마도 기계가 사람의 몸에 상륙하는 첫번째 교두보와 같은 제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구글의 구글 글래스는 이미 첫 시도에서 패배했다 – 이런 생각에서 필자는 애플워치가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시계라는 카테고리에 끼여 들어가는 제품은 아니라고 본다. 신체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될수 있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솔직하게 말하면 애플와치의 기능적인 면모는 기존의 스마트워치류 제품들과 비교해 크게 뛰어난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특정 기능들은 오랜 노하우를 쌓아온 회사들과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의 수준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기능들이 우리에게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정말 가지고 싶도록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다양한 대답을 들을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필요한’ 물건들이 있고 또 동시에 ‘갖고 싶은’ 물건들이 있다. 그런 물건 가운데 우리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수 있는 제품은 매우 제한적이고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웨어러블 기술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항상 사용자의 신체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이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은 달성하기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더우기 아직 어떤 전략이 더 유효한지 아는 이도 없다. 모두가 실패하고 웨어러블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애플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시도를 하고 있고 이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두고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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