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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라는 단어 저류의 이야기

박설희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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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케빈에 대하여>(원제:We Need to Talk About Kevin) 포스터  

“이제껏 알려져 있지 않은 존재의 부분을 찾아내지 않는 소설은 부도덕한 소설이다.”

– 밀란 쿤데라, 「소설의 기술」

이 영화는 도덕적이다. 밀란 쿤데라의 주장에 의하면 그렇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소시오패스’와 그를 키운 어머니를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라고 규정지어진 케빈은 그저 괴물로 태어난 ‘악마’일 뿐일까. 이 지점에서, 영화는 ‘케빈에 대하여 이야기해봐야 한다(We Need to Talk About Kevin)’고 말한다. 영화는 ‘소시오패스’라는 단어 저류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자유로운 여행가 에바에게 임신은 ‘덫’이었다. 덜컥 발목을 잡은 이 작은 생명이, 그녀는 버거웠을 것이다. 그저 버거웠을 뿐이었다. 그것이 결국, 자신의 삶을 지옥 속으로 송두리째 끌고 들어갈 것을 에바는 알았을까. 에바의 출산 장면은 따듯한 모성애의 숭고함은커녕, 그저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겪어내야만 하는 ‘괴로운 일’로밖에 안 보인다.

   
▲ ⓒ 영화 <케빈에 대하여> 스틸컷

출산 후, 다음 장면에서는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케빈)와 그런 아기를 어쩔 줄 모르는 에바의 모습을 보여준다. 에바는 결국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사장 옆으로 가서, 아스팔트 도로를 파는 기계 소리에 아기의 울음소리를 묻어버린다. 그리고는 편안함을 느낀다. 여기까지 에바는 그저, 아이를 돌보는데 미숙한 ‘여자’로만 보인다. 그녀에게서는 ‘엄마’라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모성애’라는 단어의 뜨겁고 따듯한 느낌은 에바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다음 장면, 에바는 ‘공’이라는 말을 가르치기 위해서 케빈에게 공을 굴려보지만 케빈의 입과 몸은 요지부동이다. 에바는 말을 하지 않는 케빈이 걱정되어 진찰까지 받아보지만 케빈은 아무 이상이 없다. 이후 에바가 공을 다시 굴려보았을 때, 케빈은 반응한다. 에바는 기뻐하지만 그것은 그저 선생님으로서의 기쁨으로만 보인다. 에바는 케빈을 안아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케빈은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쇼트에서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한 채, 교도소에 있는 고등학생 케빈과 에바를 보여준다. 케빈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이 둘의 거리는 조금도 좁혀지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케빈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에바는 한 번도 케빈을 따듯하게 안아주지 않았다. 케빈이 처절하게 바란 것은 그것이었고, 에바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 했을 뿐이다. 혹은 알았다 하더라도 에바는 그저 에바 자신이었기에, 케빈을 따듯하게 안아줄 재량이 없었다.

   
▲ ⓒ 영화 <케빈에 대하여> 스틸컷
   
▲ ⓒ 영화 <케빈에 대하여> 스틸컷

한 번도 자신을 따듯하게 안아주지 않는 엄마는 견디기 어렵다.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케빈은 그것이 견디기 어려워서 스스로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대 학살극을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간 지 2년째 되는 케빈에게 에바는 묻는다. “이제는 말해줘, 왜그랬니?(I want you to tell me, why?)” 케빈은 대답한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I used to think I knew, but now I’m not so sure.)”. 케빈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것이 그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해왔지만, 결국 엄마를 향한 끊임없는 구애였음을 알아버렸을 것이다.

   
▲ ⓒ 영화 <케빈에 대하여> 스틸컷

영화는 이렇게 ‘소시오패스’(라고 규정지어진) 케빈과 그의 엄마 에바의 이면을 찾아냄으로써, 이 둘을 도덕적으로 단죄하는데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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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희
seooli.p@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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